‘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 없도록 노력한 의사
‘일일신 우일신’...“안이하게 머문 적 없어”

이길여 가천대 총장(사진=가천대)
이길여 가천대 총장(사진=가천대)

[CEONEWS=오영주 기자] 대한민국의 의료인으로서 교육자이자, 가천대 길병원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돈이 없어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그는, 90 평생을 환자와 자라나는 새싹을 위해 이바지했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 없도록 노력한 의사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해, 1958년 인천에서 서울의대 동창생과 동업한 자성의원을 인수해 이길여 산부인과로 개원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본래 졸업 후, 선진 의료를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을 바로 가고자 하였으나, 환자가 너무 많은 관계로 바빠서 가지 못했고, 막상 미국 유학을 가려고 하자 환자들이 울며불며 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 5년만 기다려 달라고 약속하고, 1964년 ECFMG 시험을 합격하고, 1년 동안 뉴욕에 있는 메리 이매큘릿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수료한 뒤, 뉴욕시의 퀸스에 있는 퀸스 종합병원에서 3년간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였다. 

수료 후, 귀국해 1968년 10월 산부인과를 지상 9층, 36병상을 갖춘 병원으로 개축하고, 본격적으로 인술을 펼쳤다. 그렇게 환자를 돌보는데 전념하다가 나이 마흔이 넘어 일본 유학을 가서, 1977년 니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에서 귀국한 후, 전 재산을 출연해 1978년 여의사로서 전국 최초로 의료법인을 설립하였고, 1979년 3월 종합병원 인천 길병원을 개원했다. 

이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는 환자는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1991년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를 발족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1983년, 한국을 방문한 미국 레이건 대통령 부부가 귀국 길에 오르면서 우리나라의 심장병 어린이 2명을 데리고 출국하는 모습 방송 뉴스를 보고, 1996년부터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심장병 어린이를 초청해 무료로 치료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뇌과학연구원, 암당뇨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원 등을 설립해 뇌신경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작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고, 길병원은 2013년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에서 선정됐다.

2012년에는 국내사립대학에서는 처음으로 4개 대학을 통합해 가천대학교를 출범시키고, 총장으로 취임했다. 인공지능이 미래라는 판단으로 2016년 길병원에 국내 최초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리지'를 도입하여 인공지능암센터를 개소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사진=가천대)
이길여 가천대 총장(사진=가천대)

‘일일신 우일신’...“안이하게 머문 적 없어”

이길여 총장의 가천대 길병원이 올 3월, 개원 65주년을 맞았다.

3월 23일 가천대 길병원은 설립 65주년을 맞아 설립자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과 이태훈 가천대 길병원 의료원장, 윤성태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그리고 김우경 병원장을 비롯한 임직원 이 모여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개원 기념식에서는 길병원 65년 역사가 담긴 기념 영상 상영부터 시작해 ▲모범직원 ▲베스트닥터 ▲우수전공의 ▲협력사 우수직원 ▲자원봉사상 ▲손씻기 수행 우수부서 ▲손씻기 수행 우수직원 등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이길여 총장은 기념사에서 "날마다 새롭게, 더욱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길병원의 역사는 사랑과 혁신의 65년으로, 청진기를 가슴에 품고 의료법인화를 단행하며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등 단 한 순간도 안이하게 머문 적이 없음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 "끝없는 열정으로 병원 발전에 헌신해 온 우리 임직원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하며 광속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 정신으로 앞으로의 역사를 꽃피우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사진=가천대)
이길여 가천대 총장(사진=가천대)

‘세계 100대 대학’ 도전하는 가천대

가천대학교가 대학통합 10주년을 맞아 작년 5월 기념식을 하고 '5년(2027년) 내 국내 10대 대학, 10년(2032년) 내 세계 100대 대학'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가천대는 2006년 가천의대와 가천길대학, 2007년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통합에 이어 2012년 3월 가천의과학대와 경원대가 통합하는 사실상 4개 대학의 그랜드 통합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길여 총장은 성남 글로벌캠퍼스 내 비전타워 스타덤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지난 10년이 대학통합을 통해 명문대학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그 성과에 기반해 글로벌 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첨단산업 분야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 첨단학과 신설, 계약학과 확대, 교육방법의 혁신을 강화해 학생 성공시대를 열고, 기업과의 융복합 교육과 연구로 가천대를 산업과 대학, 학생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식정보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대학 통합으로 가천대는 성남에 글로벌캠퍼스, 인천에 메디컬캠퍼스 등 두 캠퍼스를 운영하며 의대와 약대, 한의대를 비롯해 14개 단과대학 66개 학과에 2만 1,928명(대학원생 포함)이 재학하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통합 후 10년간 673명의 교수를 뽑고 연구 지원 정책으로 연구역량 강화에 힘썼다.

또 신성장산업의 인재 양성을 위해 2020년 국내 최초로 학부에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한 데 이어 2021년에 시스템반도체·스마트팩토리·스마트보안·스마트시티융합 학과를 신설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 환영사(사진=가천대)
이길여 가천대 총장 환영사(사진=가천대)

세계로 뻗어나간 ‘이길여의 헌신’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2020년 한국경영학회가 제정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한국경영학회 명예의 전당은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기업이나 기업인을 선정해 그 공과 노력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박태준 포스코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길여 회장은 12번째 헌액자로 선정됐다. 비영리 공익재단 설립자가 헌액된 것은 이 회장이 처음이다.

한국경영학회는 "이 회장은 길병원을 설립해 국내 굴지의 병원으로 일구고 국내 최초로 4개 대학을 통합한 가천대학교를 출범 시켜 글로벌 인재 양성에 앞장섰다"며 "비영리·공익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전례를 깨고 비영리 경영인을 수상자로 선정해준 데 감사한다"며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을 하고 공익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이길여 총장이 '라이온스 인도주의상(Lions Humanitarian Award)' 수상자로 선정됐다.

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은 마더 테레사 수녀(1986년),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1996년) 등이 받았으며 이 총장은 47번째 수상자다.

국제라이온스협회는 1917년 미국 시카고의 사업가인 멜빈 존스가 '성공한 사람들의 사회봉사'를 기치로 창설한 사회봉사단체로 세계 200개국에 14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국제라이온스협회는 가천대 길병원 설립자인 이 총장이 1958년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한 이래 보증금 없는 병원, 자궁암 무료검진, 무의촌 의료봉사, 해외 심장병 환자 무료수술 등 의료를 통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 온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가천대는 전했다.

이 총장은 가천의과대학을 설립한 데 이어 뇌과학연구원, 이길여암·당뇨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원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를 세워 기초의학 발전에도 크게 공헌했다.

이 총장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나라 없는 설움을 겪고, 가난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못 받고 죽어가는 것을 보며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조국에 빚이 있다고 생각하며 평생 소외된 환자를 돌보고 좋은 인재를 키우며 기초의학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듯이 앞으로도 나눔과 봉사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수상을 계기로 '가천-국제라이온스협회 의료봉사단'을 설립하고 상금 25만 달러(한화 3억 원) 전액을 출연해 세계 각국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와 국내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이른둥이 치료 등에 지원하기로 했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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