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 돈이 벌리는 금융 취약 금리 급등, 이자 부담 상승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눈앞에 닥친 일 처리하는 데 빠듯한 직장인들, 변화를 주고 싶어도 늘 시간에 쫓겨 결국에는 예전에 했던 대로 동일한 과정과 결과를 되풀이한다. 효과적인 기획을 하고 돈이 벌리는 아이템을 찾고 싶지만 늘 실패를 맛본다. 비용과 인력만 낭비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 값은 내지 못하는 삽질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기업의 사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삽질은 왜 일어날까. 분명한 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는 아니다. 삽질은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한다. A를 시행하면 B가 나오리라는 착각과 오해와 편견이 삽질의 시작이다.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심리, 돈을 둘러싼 거래와 협상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면 삽질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할 상식이 있다면 상식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수많은 경제에서 도출된 상식을 깨는 결과들이 이를 증명한다. 이것을 모른다면 이미 한발 늦었다.

그러한 경제 실험의 연구 결과가 돈, money와 실험실, laboratory의 합성어인 '머니랩(Money lab)'이다. 돈이 움직이는 방식을 다룬 경제 실험이다. 사람들은 왜,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가. 사람과 돈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3개월째 증가세로 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금융권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들이 많은 2금융권은 물론 국내 은행의 분기 말 연체율이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장금리가 짧은 기간 큰 폭 상승하면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의 부실화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은행권 자산 건전성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국내은행 건전성 위협요인·향후 대응 방안' 보고서를 읽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 3월 말 연체율은 0.33%를 기록, 2020년 6월 말 이후 가장 높다. 은행의 분기별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이후 상승세이다.

저축은행 연체율도 지난 3월 말 기준 5.1%로 2017년 6월 말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신용카드사 연체율도 지난해 말부터 상승 전환했다.

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 등 차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 보상 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이 점차 증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아졌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자 보상 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지난 2014년 이후 26∼28%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8년 이후 30%를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35.1%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30.9%보다 높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제도 중 상환 유예가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라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상환 유예 지원 대상 여신은 전체 잔액 85조 3000억 원의 7.7%인 6조 6000억 원이며 상환 계획서에 따라 2028년 9월까지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은 그간 건전성이 개선돼왔기 때문에 건전성 악화라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지만, 수익이 많이 늘어난 지금이 오히려 위험을 축소할 좋은 기회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6월 25일 금융권 5대 은행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 2162억 원으로 지난달 말 677조 6122억 원보다 6040억 원 늘었다. 앞서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은 4월 677조 4691억 원보다 1431억 원 많아 2021년 12월 3649억 원 증가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보다 증가했다.

가계대출 상승은 주택 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전세자금 대출 등 주택 담보대출 잔액 510조 1596억 원은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전달 대비 4834억 원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이후 높은 금리로 줄곧 뒷걸음치던 신용대출 잔액 109조 7766억 원도 1035억 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계대출 통계를 보더라도 올해 3월까지 줄어든 가계대출이 지난 4월과 5월 전월 대비 각 2조 3000억 원, 4조 2000억 원씩 늘었다. 

이런 추세를 보면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오르는 상황인데도 가계대출이 오르는 게 이례적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23일 기준 주택 담보대출 혼합형 고정 금리, 은행채 5년 물 기준은 연 4.230∼6.985% 수준으로 지난 5월 12일과 비교해 하단 금리가 0.350% 올랐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으나 작년처럼 가파르게 치솟는 상승세가 아니라 대출금리에 대한 공포가 많이 줄었다. 작년에 부진했던 부동산, 주식 등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는 점도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5∼6월 두 달 간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5만 576건 중 앞서 3∼4월에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거래가 1건 이상 체결된 주택형 1만 6018건의 평균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57.2%의 매매가가 상승하였다.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6월 24일 기준 총 3269건으로 4월 거래량 3191건을 넘어 2021년 8월 4065건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5월 계약된 아파트의 실거래가 신고 기한은 이달 말, 계약일로부터 30일까지라 최종 계약 건수는 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가계대출 반등 조짐에 대한 걱정과 경고가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 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 지수인 FVI는 올해 1분기 48.1로 작년 4분기 46.0보다 상승했다. 2007년 4분기 이후 장기 평균 39.4과 비교해도 높다.

금융 지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위험을 반영한 이자 비용을 적용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여신 비중이 2021년 기준 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신 가운데 각 21.6%, 54.8%로 추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부실 위험이 더 커지는 상황을 분석한 결과, 은행의 기업 대출 부도율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실제 지표보다 0.29∼0.6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 IIF의 세계 부채 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 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올해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면서 금융 불균형 축소가 제약되는 모습이다.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는 이와 같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와 금융의 궁금증에 답해가며 비즈니스와 정책 의사결정자뿐 아니라, 똑똑한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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