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이 국가의 정신적 근간이자 문화로 정착되도록 힘쓰겠다”
“조봉암 재평가”...이승만 기념관 건립도?

[CEONEWS=최재혁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대 외교학과 재학 중이던 1988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일하다가 1993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 1996년부터 11년간 검사로 활동했다. 검사 시절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 주임검사로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을 직접 조사하는 등 저돌적 수사력을 인정받아 '불도저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8년 한나라당에서 거물급 중진 3선 현역 정형근 의원을 제치고 부산 북구·강서구갑 공천을 따낸 뒤 제18대 국회의원이 됐고 2012년 제19대까지 재선에 성공했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보훈처장에 취임했다. 부친 고(故) 박순유 중령은 베트남전에 참전해 전사, 현충원에 안장됐으며 7살이던 박 내정자를 포함한 6남매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초대 보훈부 장관'이란 타이틀을 쥔 그는 자신도 보훈 가족이어서 보훈처장 부임 이후 국가유공자 생활 안정과 예우, 복지에 힘을 썼다. 박 내정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초대 보훈부 장관이 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를 책임 있게 완수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훈이 국가의 정신적 근간이자 문화로 정착되도록 힘쓰겠다”

국가보훈부의 초대 수장인 박민식 장관은 6월 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참배하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하며 보훈부의 청사진을 밝히고, 1층 현관에 새 현판을 달았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가보훈부 출범 원년을 맞아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추앙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각오로 다시 출발하겠다"며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보훈부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보훈이 국가의 정신적 근간이자 문화로 정착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용산에 미국 워싱턴DC를 상징하는 '내셔널 몰'과 같은 호국보훈공원을 조성하고, 6·25전쟁 최대의 격전지였던 낙동강 방어선에는 호국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국방부가 관할하다가 보훈부로 이관된 국립서울현충원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이 국민이 즐겨 찾는 자유 대한민국의 상징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 고령·생계 곤란 참전 배우자를 위한 생계지원금 신설 ▲ 재해부상군경 7급에 대한 부양가족수당 신설 ▲ 국가보훈 장해진단서 도입으로 상이등급 신체검사 단축 ▲ 보훈부 위탁병원 올해 100개 추가 ▲ 보훈병원 없는 지역의 공공병원을 '준(準)보훈병원'으로 지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은 날로 약화하고 이념·세대 간 갈등이 높은 때일수록 보훈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보훈이 과거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보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신적 근간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견인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한 보훈처는 1985년 '처'로 승격됐다가 올해 '부'로 격상됐다.

'부' 승격에 따라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 심의·의결권을 갖고, 헌법상 부서권과 독자적 부령권도 행사하는 등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조직도 커져 보훈부는 기존 조직(1실·9국·24과)에 1실(보훈정책실)·1국(보훈의료심의관)·5과(현충시설정책과 등)가 더해져 '2실·10국·29과' 체제로 거듭난다. 직원도 26명이 늘어 337명이 된다. 현재 18부인 행정부는 19부로 늘어난다.

“조봉암 재평가”...이승만 기념관 건립도?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농림부 장관이자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였던 죽산 조봉암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해 재평가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1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조봉암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열린 자세로 죽산에 대해 한번 재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사견을 전제로 "죽산은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며 토지개혁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며 "광복 후 토지개혁에 성공한 쪽은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결국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기반이 됐다고 많은 전문가가 언급하는 것으로 안다"며 "진보당 사건 등 죽산의 정치적 행보 같은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899년 강화도에서 태어난 죽산은 공산 계열 독립운동가로 활동했으나 광복 후 전향해 제헌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2·3대 대선에서 야권 후보로 이승만 대통령과 대결했으나 1958년 '진보당 사건'에 연루돼 간첩죄를 선고받고 이듬해 7월 형장에서 생을 마쳤다.

이후 대법원은 사형 집행 52년 만인 2011년 "죽산은 독립운동가이면서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농지개혁 등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지만 잘못된 판결로 사형이 집행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들은 헌정사상 첫 사법 살인의 희생자로 기록된 죽산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국가보훈처(국가보훈부의 전신)에 세 차례 요청했지만, 보훈처는 친일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족의 요청을 반려했다.

독립유공자 공적심사기준에 '일제식민통치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한 것으로 판단되는 자'는 포상에서 제외하게 돼 있는데, 1941년 12월 23일 자 매일신보에 죽산이 휼병금(장병 위로금) 150원을 냈다는 기사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역사적인 인물에게 그림자가 있더라도 빛이 훨씬 크면 후손들이 존중하고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누구든지 예외 없이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어느 나라든 건국의 아버지들을 기념하는 공간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그들 개인을 곱씹어보면 다 그림자가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에게 과오가 있다고 해도 동상 하나 못 세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박정희·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기념 공간이 있다"며 "이 네 분과 비교할 때 이승만 대통령이 그렇게 공이 없는 사람이라고 우리 국민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여러 차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설립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왔으며, 지난 달 보훈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6·25 참전 용사 위로하는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6·25 발발 73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앞두고 18일 한미 양국 참전 용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들의 공적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새에덴교회는 경기 용인시 소재 새에덴교회 대예배실에서 '6.25 전쟁 73주년 상기(想起) 및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를 열었다.

이 교회의 초청으로 전날 입국한 폴 헨리 커닝햄(93) 전 미국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 등 6·25 참전 미국인 용사와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때 수류탄에 몸을 던져 부하들의 희생을 막은 고(故) 발도메로 로페즈 미 해군 중위의 유가족 등 47명의 미국 측 방문단과 한국 측 참전 용사 150여명이 참가했다.

이로써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에 이어 한미 양국 참전 용사가 4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김진표 국회의장,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와 주한미군 및 참전용사 후예 장병 20명, 주한 미국대사관·한미연합사령부 및 미8군 사령부 관계자와 교회 성도 등 약 5천명이 행사장을 채웠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17년째 참전 용사의 공적을 기리는 행사를 주도해 온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 목사는 각국에서 파견된 참전 용사들이 "머나먼 이 땅에서 목숨을 바치고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주셨다"며 "마지막 참전용사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며 보은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폴 헨리 커닝햄(93) 전 미국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은 참전 용사를 한국으로 초대하거나 한국 전쟁 때 목숨을 잃은 한미 장병 4만여명의 이름을 새긴 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을 마련하는 등 전쟁을 기억하기 위한 한국 측의 노력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를 통해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과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은 수많은 한국·미국·유엔군의 희생으로 가능했다는 것을 후세대의 마음에 생생하게 인식시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대한민국을 지켜낸 자유의 수호자이자 영웅"이라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여러분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근간으로 국제사회의 연대를 함께 실천해가는 파트너가 되었다"며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지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국회의장은 "한미동맹은 세계 역사에 가장 성공한 동맹"이라며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더욱 빛내기 위해서라도 이 땅에 영원한 평화를 이루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식 장관은 미국 참전 용사를 한명씩 호명하고서 "자유의 가치로 연대해 대한민국을 지켜냈고 오늘의 번영을 있게 해주신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참전용사 등은 19일 해군 2함대 사령부에 있는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헌화하는 등 21일까지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주요 현장을 방문하고 22일 출국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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