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공동 창업자·반도체 산업의 선구자 별세

학계 "수정된 '무어의 법칙' 20년 더 지속될 것"

고든과 부인 베티 무어. (사진=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고든과 부인 베티 무어. (사진=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CEONEWS=오영주 기자] 친구의 화학장치 장남감을 처음 접하고 화학자를 꿈꾼 소년, 인텔을 창립하고 '무어의 법칙'을 완성한 CEO 고든 무어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고든 무어가 화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1세 때라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이웃 친구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접하게 됐다. 그것은 화학 장치였다. 그 안에는 진짜 화학 시약들이 들어 있었다. 수많은 실험을 할 수도 있었고 심지어 폭약을 만들 수도 있었다. 무어는 완전히 매료됐고 하루 종일 이웃집에서 이 작은 것들을 가지고 놀았다. 그는 화학자가 되고 싶었다.

고교 졸업 후 명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1950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54년 화학과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무어는 존스홉킨스응용물리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절친 로버트 노이스와 반도체 제국 인텔을 만든 지 55년.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제시한 인텔(Integrated Electronics)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별세했다. 인텔과 고든앤베티 무어 재단은 3월 24일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무어의 법칙으로 수십 년 간 컴퓨팅 성능의 향상을 예측한 반도체 산업의 선구자로 이름을 올렸다.

프랭크 예리 인텔 이사회 의장은 "고든 무어는 뛰어난 과학자이자 미국의 선도적인 기업인이자 비즈니스 리더 중 한 명이다. 고든 무어의 기여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인텔의 혁신 문화의 핵심인 인텔 대가족의 영감이 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앤디 브라이언트 전 인텔 이사회 의장은 "나는 고든을 기억할 것"이라며 "재능 있는 과학자, 직설적인 사람, 똑똑한 사업가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옳은 일을 했다."고 애도했다.

고든 무어 인텔 공동 창업자. (사진=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고든 무어 인텔 공동 창업자. (사진=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무어는 1929년 1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캘리포니아 공과대에서 화학과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부경찰서장이었고 어머니는 작은 잡화점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무어는 대학 졸업 후 존스홉킨스응용물리학연구소에서 일했다. 1956년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에 입사했다.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에서 인텔 공동창업자이자 평생 동안 친구인 로버트 노이스를 만나면서 반도체 개발자로 나섰다.

1968년 무어와 노이스는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인텔을 창립하고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로 성장시키며 ‘반도체 제국’을 건설했다. 인텔은 1971년 세계 최초 상업용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인텔 4004’를 출시해 개인용 컴퓨터의 소형화와 대중화를 추동했다. 이후 ‘인텔 8088’은 당시 컴퓨터 1위 업체 IBM PC에 장착되면서 인텔은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무어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1997년에는 명예회장에 올랐고 9년 뒤인 2006년 퇴임했다.

무어는 1965년 잡지 기고를 통해 가격이 변하지 않을 때 집적회로에 들어갈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약 18~24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성능도 두 배로 증가한다는 유명한 '무어의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 달러 당 살 수 있는 컴퓨터 성능이 18~24개월마다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얘기다.

왼쪽부터 앤디 그로브,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사진=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왼쪽부터 앤디 그로브,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사진=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퍼스널 컴퓨터 혁명 20년 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40여 년 전, 무어는 기고에서 집적회로는 가정용 컴퓨터, 혹은 적어도 중앙 컴퓨터에 연결된 단말기, 자동차 자동제어, 개인 휴대용 통신기기 등의 기적을 가져올 것이라고 썼다.

무어가 이 글을 쓴 이후 칩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더 효율적이고 저렴해졌으며, 반세기 동안 세계 대부분의 기술 발전을 촉진하여 개인용 컴퓨터뿐만 아니라 애플,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인터넷과 실리콘 밸리의 거대 기업들이 등장하는데 기여했다.

무어는 2005년께 인터뷰에서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에 나타나서 좋다. 저는 운이 좋게도 반도체 산업이 초기 단계에 있을 때 이 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저는 실리콘 트랜지스터 하나를 우리가 만들 수 없었던 시대에서 17억 개의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얹는 시대로 성장할 기회가 있었다. 비범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무어는 pc 시대를 예측했지만 포브스지에 1980년대 말에야 가정용 pc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인텔 CEO 시절 직원들이 건의한 PC시장 진출을 거부한 것이 후회로 남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어는 그의 모교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 기술과 과학의 최전선에 머물게 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기부했고, SETI라는 외계 지능 검색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무어는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최고 민간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2013년 포브스지는 그의 순자산을 41억 달러로 추정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무어의 현재 순자산은 약 75억 달러(약 9조7천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든 무어가 만든 '무어의 법칙'은 인텔에 의해 계승돼 왔지만 반도체와 컴퓨터 업계에서 '무어의 법칙'의 지속적 적용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챗GPT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말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무어의 법칙이 곧 도래할 것"이라며 "우주 속 AI는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고 글을 올렸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도 비슷한 비용으로 두 배의 실적 전망치를 달성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에 과거가 됐다며 "무어의 법칙은 죽었다"고 진단했다.

2003년 IEEE 국제고체회로회의(ISSCC)에서 고든 무어는 무어의 법칙을 수정해 성능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반도체 산업의 성장 속도는 거의 모든 산업을 압도했다.

학계에서는 '수정된 무어의 법칙'이 20년 더 지속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탁월한 CEO 고든 무어의 명복을 빈다.

 

고든 무어가 2015년 '무어의 법칙' 탄생 50주년 기념식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사진=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고든 무어가 2015년 '무어의 법칙' 탄생 50주년 기념식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사진=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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