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선진국, 한국은행 통계 금리 상승에 가계빚 줄어



엄금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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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불평등한 나라인가? 대한민국의 불평등은 객관적인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불평등 지표인 가처분소득과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서 맨 밑바닥에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오는 동안 놓친 노동, 청년, 지방의 불평등은 무엇인지를 통계는 보여준다. 또한, 각종 배제와 소외에 놓인 여성, 노인 그리고 소수자의 삶을 통계를 보면 나온다. 

선진국 대한민국의 국민은 과연 행복한가? 왜 우리는 늘 힘들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으며, 그렇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곧 불평등의 근원인 노동의 문제로 귀결된다. 불평등한 선진국은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을 다층적인 통계를 통해서 보여준다. 나아가 불평등의 중심에 있는 청년 문제를, 소득과 교육 불평등의 통계는 그것의 구조화이다. 

우리나라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잔액이 통계 편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출금리가 크게 올라 이자 부담이 늘어나자 가계가 기존 대출을 상환하거나 아예 대출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2월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신용'자료를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49조 3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조 8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통계 집계 이후 첫 감소다. 3분기인 9월 말 기준 1871조 1000억 원보다 0.2%로 4조 1000억 원 줄었다. 가계신용 잔액이 앞 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2013년 1분기 -9000억 원 이후 39분기 만에 처음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감소를 통계로 확인하며, 불평등한 선진국에서 우리나라 지난 60년간의 성장은 누가 봐도 눈부셨다.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봐왔던 한국경제를 이제는 하나하나 제대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고 이야기한다. GDP는 421배 커졌고, 수출액과 정부 예산 규모는 1만 배 이상 늘어났다. GDP 규모는 이제 전 세계 10위 안에 들어가고, 1인당 소득, GNI도 서유럽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과학기술 투자액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다음인 세계 5위이다. 

우리나라 지난 2019년 연구개발 투자를 보면 정부와 민간을 합쳐서 총 89조 471억 원, 764억 달러이다. 이는 세계 5위이며, 국내 총생산,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64%로 세계 2위이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6년 이래 계속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진 것은 나쁘지 않은 변화이다. 하지만 선진국이라는 표현이 낙원을 뜻하지는 않는다. 선진국이 되기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 많은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국민소득이 높아져도 이런 문제가 저절로 해소되진 않는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가 성장했지만 그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여유는 그렇게 커지지 못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1980년대 고도성장 시기와 21세기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노동시장이 변화한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선진국 중에선 비교적 실업률이 낮은 나라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난 건 분명히 정책적 실패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이 노동을 중개할 따름이라고 한다. 자신들에게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없다고 한다. 배달 플랫폼, 대리운전 플랫폼, 가사 서비스 플랫폼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들 플랫폼 운영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이들 노동자의 노동과정을 감시하고, 각종 방식으로 노동을 통제한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네 부류로 나뉜다. 부모의 자산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더불어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이 아주 손쉬운 상위 0.5%~1%, 부모의 뒷받침 아래 자신의 노력과 재능을 합해서 상위 10%의 안정적인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트랙을 타게 된 10~15%, 인생을 살아갈 기본 토대는 마련한 40%, 그리고 사회에 나오면서, 아니 그전부터 많은 걸 포기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걸 아는 나머지 부류이다. 

젊어 결혼을 한 다음 자녀들이 경제적 독립을 할 때까지, 아니, 독립한 이후라도 한 50년 가까이 어떠한 중병에도 걸리지 않아야 하고, 교통사고도 당하지 않아야 하며, 산재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정리해고도 당하지 않아야 하고, 다니던 직장이 망하지도 않아야 유지된다. 매일 '오늘도 무사히'를 염원하는 건 비단 버스나 택시 기사들만이 아니다. 

노인 자살률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65세에서 70세와 70~80세 그리고 80세 이상의 연령층을 비교해 보면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자살률이 급속히 높아짐을 알 수 있다. 비교적 젊은 노인들은 어떻게든 노동을 통해 필요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힘든 노인들은 자살로 내몰린다. 

흔히들 이주 노동자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와서 돈 벌어 간다거나 우리가 먹여 살린다고 이야기하는 예가 왕왕 있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그들이 취약한 사회 안전망의 가장자리에 살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세상에 장애인에 적합한 직무라는 표현을 쓴다. 반대로 장애인에게 부적합한 직무가 있는가? 그리고 아주 조금만 신경 쓰고 여건을 만들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데 그런 여건을 만드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소득에서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노동 시간을 줄여야 한다.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세 등 직접세 세율을 더 올리고 공공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율을 올리고 면제 범위를 축소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불평등이 줄어들면 교육 문제의 기본이 해결된다. 소득 격차가 적어지면 기를 쓰고 명문대를 갈 이유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사교육도 감소한다. 부모의 소득 중 교육비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주니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소득 격차가 줄고 국가의 소득 재분배가 더 활발해지면 중산층이 넓어지고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자연스레 출산율도 높아지고, 지방 소멸도 더뎌진다. 

우리는 자랑스러워하기 이전에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통계로 들여다본 우리나라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계 빚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보다 감소했다. 

4분기 가계신용이 4조 1000억 원 감소했는데,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7조 5000억 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세와 DSR,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등 대출 규제가 이어진 영향이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 카드 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작년 말 잔액이 1749조 3000억 원으로 3분기 말 1756조 8000억 원보다 7조 5000억 원이나 줄었다. 전분기 대비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 담보대출 잔액 1012조 6000억 원은 4조 7000억 원 늘었지만, 증가 폭이 3분기 +6조 5000억 원보다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 736조 7000억 원의 경우 12조 2000억 원이나 줄어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종이 위의 한국은행 통계를 넘어 객관적인 자료는 믿음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가계신용 전망과 관련 1월의 경우 가계부채 축소 흐름이 이어졌다. 부동산 규제 완화, 특례 보금자리론 같은 신규 정책 모기지 출시와 은행의 대출태도 완화가 가계신용 증가 요인이지만, 높은 금리 수준과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하면 가계신용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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