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터 공공기관ㆍ공직사회까지 수직적 '호칭 문화' 바꾸기

삼성전자 "JY님·재용님 호칭해달라"…SK, 2019년 임원 직급 폐지

현대차, 수평적·능동적 조직문화 …LG, '리더 없는 날' 자율성 존중

"유연한 소통과 상호 존중 문화 정착 기대”…“효율적 조직 탈바꿈"

[CEONEWS=이형래 기자]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상명하복 문화에서 벗어난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비롯해 기업과 공공기관, 공직사회가 최근 몇 년 사이 기존 직급· 호칭 제도를 없애는 등 조직문화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딱딱한 수직적 조직문화보다는 개개인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수평적 문화가 기업과 조직의 발전과 경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다. CEONEWS는 사회 각 분야에서 변해가는 조직문화의 현재 모습을 정리해 한 꾸러미에 담았다.  이후에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거나 모범적 사례를 연중 기획으로 이어가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재용, 계열사에 수평적조직문화 전파...삼성전자 "JY님·재용님 호칭해달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소통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전에서 삼성화재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평적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현장 경영에 나섰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특별사면)'로 복권 이후 현장 경영을 이어오고 있으며 신년 들어 회장으로서 현장 간담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차원에서 임직원들 간 호칭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이재용 회장의 경우 'Jay'(영어이름), 'JY'(이니셜), '재용님'으로 부르도록 당부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2월 1일에는 대전의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보험업무 관련 직원들의 애로사항, 건의사항 등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이 올해 들어 삼성그룹 계열사 지방 사업 현장을 찾은 것은 삼성화재가 처음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9월 삼성생명 MZ세대 직원들과 만났으며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로는 삼성화재가 두 번째 만남인 셈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월에는 재계 신년인사회에 참석,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경제사절단에 참여,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직접 방문 등 주요 공식 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화재 방문은 수평적 기업문화 형성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 등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 회장이 이번에 대전까지 내려가 삼성화재 직원들을 만난 것은 그가 평소 강조한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또 최근 경기 상황이 악화된 데 따라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할 필요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이날 '경영진·임원 수평적 호칭 가이드라인'를 사내게시판에 공지했다. 직원들 사이에 적용했던 '수평적 호칭'의 범위를 임원과 경영진에도 공식 적용한 것이다. 

경영진과 임원들은 사내 메신저 프로필의 '닉네임'란에 본인의 호칭을 기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앞으로 경영진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이나 임원회의, 간담회, 메일·메신저 등에서도 이런 호칭을 써도록 유도한다.

직책과 직급을 부르는 대신 영어 이름이나 이니셜을 사용하거나 한글 이름에 '님'을 붙이면 된다. 따라서 '팀장님, 그룹장님, 파트장님'과 같은 직책명도 앞으로는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종희 부회장도 'JH'라는 호칭을 스스로 쓰면서 수평적인 조직 문화 형성에 앞장서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DX 부문을 중심으로 '상호 존댓말 쓰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직원들은 서로를 'OO님' '프로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변화를 향한 길은 언제나 낯설고 어색하지만 방향이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제가 우리가 바라보게 될 풍경은 달라져 있을 것"이라며 "상호존중의 철학적 기반, 수평적 호칭 문화정착을 위해 경영진, 임직원 모두의 관심과 실천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경우 사내 메신저와 인트라넷, 이메일 등 사내 시스템에서 직원들의 직급 표기를 없앴다. 대신 통일된 호칭인 '프로'로 표기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도입 시기는 다소 다르지만, 호칭을 '프로'로 통일해서 운영하고 있다. 직급 역시 기존 사원(1,2,3)-대리-과장-차장-부장 7단계로 나뉘어 있었지만 어시스턴트(CL1)-프로페셔널(CL2)-시니어 프로페셔널(CL3)-프린시플 프로페셔널(CL4) 4단계로 줄여 단순화했다.

다만 사내 메신저 등 온라인상에서는 예전처럼 직급이 표시돼 있어 호칭을 통일한 효과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삼성전기는 최근 직원들이 이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고 회사에서도 받아들여 이번 조치가 시행됐다고 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이번 표기 방법 변화가 수평적인 조직 문화 형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직급과 호칭을 단순화하는 움직임은 최근 몇 년 사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앞서 삼성그룹과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일반직 직급을 기존 직위와 연공 중심의 6단계에서 맡은 일에 따라 4단계로 줄이는 등 단순화시켰다.

이에 따라 5급사원과 4급사원은 G1으로, 대리는 G2, 과장은 G3, 차장과 부장은 G4로 통합하기로 했다. 호칭은 G1~G2는 '매니저', G3~G4는 '책임매니저' 2단계로 줄여 통합 시행했다.

최태원 회장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 나서…SK, 2019년부터 임원 직급 폐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SK그룹은 2019년 8월부터 부사장과 전무, 상무로 구분했던 임원 직급을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국내 주요 그룹 중 임원 직급을 없앤 것은 SK가 처음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임원 직급은 본부장과 그룹장 등 직책을 중심으로 바꾸고 호칭도 직급(부사장·전무·상무) 대신에 직책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안에 따르면 앞으로 SK 임원들은 위계 질서가 없어져 똑같은 임원으로 간주하고, 호칭도 A전무나 B상무 대신 관리담당 본부장, 정보기술(IT)담당 그룹장 등 직책으로 부르게 됐다.

이번 조치로 SK그룹의 경우 임원 승진 인사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무 및 부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별도로 인사를 냈다. 임원 직급이 통합되면서 전무 및 부사장 승진 인사 발령이 없어진다. SK 관계자는 “임원 임용할 때를 빼면 대표이사 등으로 승진할 때만 인사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며 “임원 직책이 바뀔 경우 전보 인사를 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상무 그랜저, 전무 제네시스’로 불리는 임원 전용 차량제도를 없애고 임원이 직급별 포인트를 활용해 스스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한 임원들의 전용 기사제 대신 공용 기사제로 전환했다. 최 회장은 2019년 신년회에서 “임원들부터 꼰대가 되지 말고 희생할 수 있어야 행복한 공동체가 된다”며 수평적 조직 문화 정착을 강조하고 있다. 또 딱딱하고 경직된 한국식 직급 문화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 등에선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한 임원을 바이스 프레지던트로 표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가 임원 직급을 없애는 것은 임원들을 관리자보다 핵심 플레이어로 활용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직급에만 갇혀 있으면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이미 상무급 보직, 전무급 보직에 집착하거나 미련을 가지지 않는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직급 파괴가 공식화해 자리잡으면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넷제로에 대한 진정성이 경쟁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도 수평적인 조직 문화 확산에 뛰어들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신입사원들에게 "미래 세상을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원동력의 중추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회장은 1월 17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신입사원 연수과정 중 '신입사원과의 대화' 세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한 신입사원이 '선배들 앞에서 제 의견을 제시하거나 생각이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은 '할 말은 하는 특별한 문화'를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이 각자의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좋은 문화"라며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또 "1962년 울산의 작은 설비로 시작한 회사가 60년간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사업을 크게 확장해오고 있다"며 변화와 혁신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회사의 역할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에너지)을 제공하는 것이겠지만, 그 기반은 카본(탄소)에서 그린(친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에 대한 진정성, 넷제로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업계를 이끄는 스피드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선배들이 씨앗을 뿌렸다면 여러분들은 그 씨앗을 잘 키워 2062년 'SK이노베이션 100주년은 내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K는 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에 두고 계열사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공유 사무실 도입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룹 본사인 서울 서린동 SK서린빌딩은 지난해부터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SK E&S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3개사는 서린빌딩 맞은편 그랑서울 빌딩에서 공유 사무실을 먼저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광화문 케이트윈타워에 입주한 SKC도 공유 사무실 리모델링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조직 구성에도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부터 기존 업무 체제 대신에 프로젝트별로 소규모 팀을 꾸리는 ‘애자일(agile)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민함을 뜻하는 애자일 시스템 아래서는 누구나 프로젝트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성원들은 이 또한 일종의 직급 파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직원이 자신의 전문 보직에만 파묻히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애자일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조직문화 바꿔야" 수평적·능동적 조직문화 강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총수에 오른 정의선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수평적인 조직 문화 형성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구성원 여러분의 귀중한 역량이 존중 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건강과 안전이 확보되는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마련하고,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수석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직급과 호칭 체계를 축소했으며 자율좌석제, 복장자율화, 자율출퇴근제, 수기 결제 폐지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업·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소프트웨어, 미래 모빌리티 등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기 위해선 기존의  사고방식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의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부터 직영 영업점에서 영업직군 명칭을 '오토컨설턴트'로 바꾸기로 하고, 기존 영업사원~영업부장의 6단계 직급 호칭도 '전임·선임 오토컨설턴트' 2단계로 줄여 통합하기로 했다.

'오토컨설턴트'라고 명칭을 사용해 자동차 판매 업무뿐만 아니라 목적기반차량(PBV), 자율주행, 차량구독 등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서비스의 솔루션 제공으로 영업 직무의 역할이 더욱 확장될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모빌리티 산업에 발맞춰 영업 일선의 조직문화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2019년 9월부터 임원 이하 일반직 직급을 기존 직위와 연공중심의 6단계에서 역할에 따라 4단계로 대폭 축소하고, 호칭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 2단계로 크게 단순화시킨 바 있다. 정 회장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내비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월 3일 그룹 연구개발(R&D)의 중심인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2023년 신년회를 열었다. 본사가 아닌 업무 현장에서 신년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과 기업문화를 수평적이고 능동적으로 바꾸고, 다양한 방식으로 격의 없이 임직원들이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정 회장이 직접 타운홀 미팅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회사가 생각하는 능동적인 조직문화 형성에 대해 묻는 한 직원의 질문에 "사일로(silo)로 일하는 관습을 바꾸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일로'는 곡물이나 시멘트 등을 저장하는 커다란 원통형 구조물을 말한다. 기업문화에서 '사일로 효과'는 회사 내에서 부서 간에 높은 칸막이를 치고 내부의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을 뜻한다.

정 회장은 "본부장 레벨에서 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돼야 하고, 실무진 미팅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며 "그 부분에서 제도적, 비제도적인 서로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활동을 통해 반드시 개선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 '리더 없는 날', 수평적 조직문화 속도 낸다

구광고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광고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LG전자도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에 일찌감치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19년부터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전사적으로 '리더 없는 날'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가 2019년 7월부터 시행한 '리더 없는 날'은 임원을 포함한 조직 책임자(임원, 팀장)가 월 1회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원들은 조직의 책임자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리더'가 되어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조직 책임자는 재충전의 기회를 얻어 업무의 집중도와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조직의 책임자는 한 달 전에 휴가일을 정해 구성원들에게 알려주고, 회사는 조직의 책임자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에게 휴가 중인 책임자에게 연락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2016년부터 팀'장 없는 날'을 운영하며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번에 시작한 '리더 없는 날'은 기존 팀장 없는 날의 긍정적인 효과를 반영해 참여 대상자를 팀장에서 임원을 포함한 조직 책임자 전체로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역시 조직 전반에 걸쳐 토론과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LG전자는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 '살롱 드 서초(Salon de Seocho)'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연구원들이 소속과 직급에 무관하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LG트윈타워에도 경영진과의 오픈 커뮤니케이션, 재능기부 수업, 소규모 행사가 가능한 '다락(多樂)'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 중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도입되려면 호칭의 통일은 물론 앞으로 다양한 활동이 꾸준히 전개돼야 한다"며 "최근 주요 그룹을 이끄는 리더들이 갈수록 젊어지다 보니 그런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신한카드, '님 호칭' 문화 CEO 포함 임원과 부서장까지 확대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사진=신한금융)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사진=신한금융)

신한카드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 형성을 위해 2020년에 도입한 ‘님 호칭’ 문화를 지난해에는 CEO를 포함한 임원, 부서장까지 크게 넓혔다.

신한카드는 올해 문동권 사장 취임 이후 ESG 경영을 강화하고 제2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임영진 전임 사장 시절부터 강화하기 시작한 신한카드의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이 지난해 국내 9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 중 '온라인 관심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여론조사 기관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카드의 ESG 경영 포스팅 수는 2762건으로 국내 카드사 9곳 중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우리카드가 1179건으로 2위를, 비씨카드가 933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또 수평적 조직 문화 구성을 위해 2020년에 도입한 ‘님 호칭’ 문화를 지난해 CEO를 포함한 임원, 부서장까지 크게 넓혔다.

올해는 문동권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사회공헌뿐만 아니라 친환경 상품과 모델, 디지털 정책, 소비자보호 등의 ESG 경영을 실천해 신한카드를 지속가능한 대표적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문 사장은 취임사에서 "신한카드의 지속가능한 금융 성과 보고서에는 고객과 지역공동체, 인류와 지구를 향해 펼치는 공감과 상생의 노력이 모두 담겨있다"며 "ESG의 실천은 미래 신한카드를 만드는 경영의 또 다른 큰 축"아라고 강조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직위 호칭 폐지 '선생님'으로...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사진=울산대병원)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사진=울산대병원)

울산대병원(병원장 정융기)은 사원에서 부장에 이르는 직원 호칭을 ‘선생님’으로 일원화하는 수평적 호칭 제도를 3월 1일부터 도입한다고 2월 2일 밝혔다. 다만 업무 권한과 경계 구분을 위해 직책자 호칭은 유지하기로 했다. 울산대병원은 사원에서 부장에 이르는 직원 호칭을 ‘선생님’으로 일원화하는 수평적 호칭 제도를 3월 1일부터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직급 중심의 딱딱하고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소통구조를 개선하고 서로 존중하며 수평적인 실무형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이번 호칭 제도 변경이 노사 간 합의로 시행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울산대병원 직원 3200여 명 중 절반이 MZ 세대에 속하는 평균 연령 31세의 간호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울산대병원 노사는 조직문화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로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새 제도 도입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신은아 울산대병원 행정본부장은 “수평적 호칭으로 유연한 소통과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수평적인 호칭 제도로 나타날 달라진 조직문화는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의 한국은행, 수직적 문화에서 수요자 중심 수평적 문화 탈바꿈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 이후 조직문화를 내부 중심의 수직적인 문화에서 수요자 중심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탈바꿈하기 위해 '한은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같은 해 6월 확정하고 올해 상반기 세부 방안을 시행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조직체계의 일관성, 수평적인 협업 강화, 적정 통할범위 설정을 통한 운영의 효율화 등을 위해 '국-부-팀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경제분석부(조사국), 통계기획부·산업통계부(경제통계국), 금융안정기획부(금융안정국), 정책기획부(통화정책국), 통화금융부(금융시장국), 결제정책부(금융결제국), 발권정책부·발권업무부(발권국), 국제기획부(국제국), 글로벌협력부(국제협력국)의 총 11개 부를 신설한다. 대국(大局)에는 국-부-팀, 이 외 부서에는 국(실)-팀 체계를 적용해 부서장의 과도한 관리 부담을 해소하고 젊고 유능한 관리자가 배출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부-팀 체계를 기반으로 총재·부총재 및 각 직책별 권한을 연쇄적으로 아래로 위임해서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이고, 부장 등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성장욕구 충족 등을 위한 전문가 경로 제도 도입, 성과평가제도 개편 등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지방국세청, 직급·직위 대신 ‘OO님’ 호칭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민주원 인천지방국세청장 (사진=국세청)
민주원 인천지방국세청장 (사진=국세청)

인천지방국세청은 구성원 간의 호칭을 직급과 직위 대신 '○○님'으로 통일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2월 8일 밝혔다.

민주원 인천국세청장은 이날 청사 회의실에서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님' 호칭으로 연령과 직급이 다른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막힘없는 소통으로 효율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로 출범 5년 차를 맞이한 인천국세청의 직원 모두가 공직 기강을 바로 세워 인천청이 다른 청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길 희망한다"며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청렴한 문화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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