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는 끝났지만 화천의 겨울감성은 진행 중

 

[CEONEWS=김관수 기자] CNN이 선정한 ‘세계 겨울 7대 불가사의’ 중 하나. 지난 1월 7일부터 29일까지 ‘세계 최고의 겨울축제’로 꼽히는 ‘2023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가 펼쳐졌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산천어축제는 이제 가고 없지만, 2월 화천은 지금도 엘사의 겨울왕국처럼 시리고 온기로운 겨울 감성을 이어가고 있다.  

 

살랑교 & 숲으로다리

살랑교. 그 이름 참 예쁘다. 2021년 11월에 개통한 살랑교는 화천읍 대이리와 간동면 살랑골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라고 해서 살랑교로 이름 지어졌다. 고요하고 고혹한 매력의 한 겨울 북한강을 감상하며 유유히 강 위를 가로지르는 길, 투명유리로 바닥을 드러낸 스카이워크 존 위에선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뜻밖의 짜릿함도 맛봤다.

살랑교의 끝을 넘어서면 길은 진정한 물 위로 이어진다. 김훈 작가가 이름을 붙였다는 숲으로 다리. 한 줄기 실오라기처럼 휘어진 그 가녀린 다리 위를 걷는다. 차디찬 북한강을 뜨거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지금 혼자라면?’ 그런 상상은 금물이다. 친구, 가족 역시 잠시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불쑥 님의 손이 몹시 잡고 싶어지는 참 오랜만에 찾아온 Scene. 마침 사방이 온통 새하얀 겨울 오후. 화천은 몹시도 사랑스럽다. 이 겨울 걸어도 괜찮은 살랑교 그리고 숲으로 다리.

 

실내 얼음조각 광장

실내 얼음조각 광장을 가기 위해 산천어시네마를 찾아간다. 산천어커피박물관과 함께 화천읍 어느 골목 안쪽에 비밀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건물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입구도 작아서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사뭇 의문스러워지고 있었다. 

실내 얼음조각 광장이 화천에 자리 잡은 이유를 들었다. 세계 4대 겨울축제인 대한민국 화천 산천어축제와 중국 하얼빈 빙등제가 공동의 축제 발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 일환으로, 중국 하얼빈 빙등제의 얼음조각 전문가가 화천에 세계 최대의 실내빙등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예술적인 공간이라고 한다. 국내외 유명 건축물들이 얼음으로 화천에서 재탄생했다.

경주 월정교, 베트남의 후에성, 로마 산탄젤로 성, 러시아 스파스키야 탑, 중국 정원 등등. 어디서 많이 본듯한 유명 인사와 동물들이 건물 앞을 지키지만 그들의 역할은 그저 관람객들의 사진 모델이 되어주는 것뿐. 얼음 건축물과 색색깔 조명빛이 합을 맞춘 콜라보는 오묘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예술세계를 그려냈다. 작은 건물 안에 숨겨진 전 세계 명소들을 돌아보는 미로 같은 여행. 쿨하게 세계 최대를 의심했던 궁핍함을 지워버렸다.

실내 얼음조각 광장의 하이라이트는 뭘까? 개인적으로 아주 느린 얼음 슬라이드(미끄럼틀)였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얼음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섹션. 경사가 급하거나 길이가 길지는 않다. 얼음나라에서는 역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산천어 커피박물관
산천어시네마 광장 앞에 단층 건물이 발걸음을 부른다. 냉동고에서 나온 뒤 발견한 ‘커피’라는 단어가 순식간에 나를 그리 데려놓았다. 마침 산천어축제 기간에만 제공하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받아들고 박물관 안을 한 바퀴 돌아본다. 커피유물 수집가이자 박물관장인 제임스 리가 오랜 시간 세계 곳곳을 돌며 모은 커피 유물들이 작은 공간 속을 짙은 커피향처럼 구수하게 채우고 있다. 커피의 발견에서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커피의 역사와 문화, 정보를 널리 알리고 커피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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