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기자
박세영 기자

[CEONEWS=박세영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았다. 산업재해 예방목적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현실적인 중대재해 예방책은 단호한 처벌이라는 여론이 부딪히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지난 1월13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수사기관의 판단을 분석한 ‘중대산업재해 단계별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은 CEO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돌아봤다.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211건 중 현재 163건이 수사 중에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31건이다.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2인 이상 또는 부상자나 직업성 질병자가 10인 이상인 산재를 말한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산재 접수 건수는 18만1792건으로 2021년(16만8927건)보다 7.6% 늘었다. 산재 승인 건수도 2021년 12만8366건에서 지난해 13만5983건으로 7600건 이상 늘었다. 지난해 승인 건수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이후 37년 만의 최대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사기관들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 (CSO)가 있더라도 대표이사를 의무이행주체로 보고 적극 수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CSO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대표이사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CSO를 세우는 경우 CSO가 실질적 권한 행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하청업체 중대재해 수사 때 원청업체 대표이사의 법위반 사실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수사기관들은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여부를 따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위험성평가에서 지적된 사항이 있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대재해 발생 때 종사자 의견청취 서류를 제출해야 하니 관련 증빙자료를 작성해둬야 한다고도 했다.

대한상의는 ‘중대재해처벌법 경제계 제안’에서 먼저, 입법 보완사항으로 책임주체에 대해서는 안전보건에 실질적 책임을 지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선임 때 대표이사는 제외(제2조) 되길 제안했다. 둘째, 안전보건의무 조항은 책임주체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화하고 의무를 다했다면 면책규정 신설(제4조, 제9조)을 바랐다. 또 외부전문기관과 종사자 의견청취 등을 통한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처벌수준에 대해서는 하한형(1년 이상)의 징역형 삭제와 법인벌금 완화(제6조, 제10조)를 보완토록 제안했다.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삭제를 바랐고 삭제가 어렵다면 5배 배상에서 3배로 축소(제15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사자 의무에 대해서는 사업주 의무이행 조치를 종사자가 따르도록 하는 의무규정의 신설 필요성을 거론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는 한 해 약 2400명, 하루 평균 6명 이상의 고귀한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안전기준을 강화해 사고를 사전에 막는 것이 최선이지만 좀 더 현실적인 산재 예방책은 단호한 처벌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산업 현장의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끊어내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법 시행에 맞춰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안전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이 사주 보호용이 아닌 실질적인 산재 예방의 효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노동자들도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불합리하거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면 취지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법 개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률과 제도의 정비에도 힘써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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