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래 기자
이형래 기자

[CEONEWS=이형래 기자] “한국 법인 대표라고 해서 범법자가 된다면, 어느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며 누가 대표로 오려고 하겠는가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파견과 관련한 법과 제도의 개선 계획을 밝힌 가운데 법원은 협력업체 근로자를 불법파견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지엠 카허 카젬 전 대표이사 사장(현 상하이지엠 총괄부사장)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700여명을 불법파견 받은 혐의로 기소된 카허 카젬 전 한국지엠(GM) 대표이사 사장이 재판 끝에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재판장 곽경평 부장판사) 재판부는 지난달 9일 선고 공판에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지엠 전·현직 임원 4명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협력업체 대표 13명에게는 벌금 200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한국지엠 법인도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한국지엠과 협력업체의 관계를 합법적인 도급 계약이 아닌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업무는 한국지엠이 정한 단순·반복 작업이었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구별되는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필요한 작업으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국지엠과 협력업체의 관계를 볼 때 각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한국지엠의 지배 범위에 포함된 작업장에서 한국지엠이 정한 속도에 맞춰 작업했다노동자 파견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한국지엠의 도급 형태는 현대적인 자동차 산업 표준을 따랐다"며 불법 파견 혐의를 전면 부인했었다.

지엠의 한국 대표 임기는 통상 2~3년이다. 본사 임원들이 한국 부임을 꺼려 카젬 전 사장은 5년간 재임했다. 자동차업계와 경제계는 외국에서는 파견 근로를 폭넓게 허용하면서 산업의 활력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실에 맞는 노동 유연성과 노동 개혁이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은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항소 가능성도 열어놨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위해 도입했지만 최근 법원에서 적법한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규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대법원은 현대기아차가 생산 공정이 아닌 간접 공정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를 활용한 것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고용노동부가 파견법 개정을 통해 법원의 불법파견 유죄 판결 기류를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에 대해 실낱 희망을 갖는 분위기다.

노동부는 올해 파견과 관련한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주차 관리, ·번역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한다. 파견이 허용된 업종도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 노동부는 이런 엄격한 규정으로 파견과 관련한 소송이 제기돼 혼란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업 때 다른 근로자를 대신 투입하는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자문단·연구회를 구성, 논의를 거쳐 상반기 중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파견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 국제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불법파견은 없어야 하지만 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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