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자금 시장 위축, 개인은 이자 공포에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일상의 사소함 속에 숨어 우리 삶을 꼬이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내 몸처럼 지니고 다니는 작은 스마트폰 안에, 주차장에 고이 모셔진 자동차 속에, 매일 먹고사는 모든 것들 사이에 숨어 바쁘게 움직이는 은밀한 손, 바로 경제이다.

그들은 시스템의 가면을 쓰고, 갑을 관계로, 금리와 숫자 도둑까지 가리지 않고 우리 지갑을 농락하고 있다. 그것이 경제다. 최근 기업은 자금 시장 위축에 재무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비하지 않으면 내년 2~3분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벼랑 끝 부도기업은 급증할 것이다. 부도 주의보가 발령된다.

개인은 보험사도 주담대 8% 시대가 코앞이다. 영끌족은 이자 공포에 비명이다. 교보와 한화생명은 8%대 돌파가 목전이다. 추가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에 빼앗긴 지갑, 경제이다.

빼앗긴 경제적 자유를 위해 내 삶과 맞닿은 경제를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위대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의 말을 떠올린다.

의심하고, 행동하라. 보통 사람에게 정의로운 경제는 지금부터 가능하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경제라는 시스템에 속아왔다. 기업과 정부와 언론은 경제에 무지한 국민들을 너무 쉽게 속이고 우리의 돈을 빼앗아갔다.

우리의 돈을 지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앞으로 우리를 속이려는 경제주체의 행동을 의심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당당하게 우리를 위한 경제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의 의도를 사전에 알아채야 한다. 그래야만 돈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온전히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되찾을 수 있다.

우리가 의심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경제주체로 태어나기 위한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는 이국명, 박성훈 두 명의 전직 기자들이 지난 2017년에 내놓은 책이다. 경제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지루하게 늘어놓는 경제 논리를 영화 대사와 SNS, 유행어에 맞춰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재벌과 언론의 상생, 기자들이 까는 기사를 쓰고 받아오는 광고성 기사와 빨아주는 기사에 질린 사람들과 자녀들 앞에서 당당한 기자가 되기 위한 일종의 고백서이다. 같은 일간지 선후배였던 이국명, 박성훈 작가가 벌어도 벌어도 노예가 되는 돈에 관한 진실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이야기에 새삼 금리 상승에 따른 우려가 오버랩된다.

기업들의 영업활동 위축과 금리 상승 등 여파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상장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선 내년 2~3분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부도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11월 21일 제출한 3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분기 말 기준 9개 상장사의 자본이 일부 잠식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3분기 말 기준 자본금 7737억 원, 지배 지분 자본총계 513억 원으로 93.3%가 잠식된 것으로 계산됐다. 비지배 지분을 포함한 자본총계는 1662천억 원이다. 한화손보는 채권 재분류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해 자본 잠식으로 보이는 회계상 착시 효과라면서 3분기 833억 원의 순이익과 현재 사옥 매각과 후 순위채 발행,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농협생명의 경우 시장 금리가 이례적으로 급등하자 매도 가능 채권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5조 5000억 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소 항공사 재무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3분기 기준 자본금이 961억 원이지만 개별 자본총계가 318억 원으로 자본이 66.9%가량 잠식된 것으로 집계됐다. 티웨이항공은 연결기준 3분기에 32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3분기 기준 자본 잠식률은 57.3%, 부채비율은 1만 298%에 이른다. 완전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자회사 부채가 쌓이면서 4분기에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이외에도 KR 모터스 38.49%, 티비에이치글로벌 30.89%, 금호타이어 13.41%, HJ 중공업 6.96%, 평화산업 5.41%, 아센디오 3.52% 등 상장사 일부도 자본 잠식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경기 침체에 따라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유입이 줄어들고 자금시장 경색으로 외부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3분기가 본격적으로 한계 기업들이 발생하는 고비가 될 것이다. 최근 단기자금 시장 위축으로 기업들의 재무 악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내달부터 기업 부담 완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추진해온 상장사 퇴출 기준 합리화 방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재무 관련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이달까지는 형식적 퇴출 대상이 되지만 내달부터는 실질 심사를 통해 상장적격성을 인정받으면 구제 기회를 얻게 된다.

돈을 빌린 개인들의 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의 변동형 주택 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를 돌파할 전망이다. 치솟은 주택 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로 국민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오늘 확인한 생·손보험 협회 각 공시실에 따르면 주담대를 취급하는 12개 보험사 가운데 11월 구간별 금리인 변동금리형·분할 상환·아파트 담보 기준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8%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교보생명 '교보 e 아파트론'의 금리는 6.52~7.78%이고, 한화생명의 '홈드림모기지론'은 6.53~7.68%다. 생·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최고 금리를 6.86%, 6.92%로 제시하고 있다.

보험사 주담대 최고 금리 연 8%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주로 국고채 3년 물과 코픽스, 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연동한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즉시 주담대 금리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준금리 변화가 선반영하는 시장금리의 특성상 향후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건 불가피하다.

채권금리는 3% 중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코픽스는 4%대에 달하며 공시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10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98%로 전월과 비교해 0.58% 올랐다.

대출 차주들은 선택할 방안이 없어 한숨만 나오게 생겼다. 보험사가 은행권보다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인 DSR 규제에 있어 10%가량 더 유리했지만, 은행권의 금리 상단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최근 은행채 1년 물 기준 6.764~8.064%로 금리 상단이 8%를 돌파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은행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연 5.28~7.80%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차주들은 보험사에서 은행보다 몇천만 원 더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주담대 1억 원을 빌릴 경우 1년에 이자만 800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수도권에서 최소 2억~3억 원 이상의 주담대를 빌려야 한다고 보면 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담대 변동금리가 8%대를 앞두면서 영끌족과 집 없는 서민으로 불리는 전세 난민,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청년층 등의 빚 부담이 특히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권이 8%대를 돌파한 상황에서 보험사도 조만간 넘길 것으로 본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기가 자이언트 스텝으로 이어지면서 상당한 이자로 젊은 영끌족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안타까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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