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사는 길 소크라테스와 지자체 경제 혼란

엄금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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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지방권력의 교체로 주민들의 삶과 국가 경제의 혼란까지 야기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보증 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채권 시장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강원도가 뒤늦게 지급보증을 이행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지만, 최악으로 치달은 투자심리를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채권 시장에서 시중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개장한 레고랜드는 알펜시아와 함께 강원도의 대표적인 논란 대상이다. 강원도의 이슈에 머물던 레고랜드가 국가 경제 전체 채권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김진태 강원 도지사의 변덕 때문이다. 강원도는 전임 최문순 지사 시절 강원중도개발공사, GJC를 통해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GJC는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 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해 205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 ABCP를 발행했고, 강원도는 이를 지급보증했다. 하지만 지난달 김진태 강원 도지사가 GJC의 기업회생 신청을 결정하며 상환이 중단됐고, 이 ABCP는 부도 처리됐다. 중앙정부 못지않은 신뢰도를 지닌 지방정부가 지급보증 의무를 거부한 무책임한 행동을 자행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 채권 시장은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채권 시장 불안과 자금 경색의 책임은 우선적으로 강원도에 있다. 레고랜드 사태가 글로벌 긴축과 금리 인상 가속화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권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김진태 강원 도지사의 정치적 결정이 국가 경제까지 도미노 현상을 초래했다.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다. 

앞으로 어떤 투자자가 지급보증 약속을 깬 강원도나 다른 지방자치단체 보증을 믿고 투자할 수 있으랴. 강원도는 파장이 커지자 내년 예산에 레고랜드 보증 채무액을 편성하고, GJC 회생 신청 절차를 밟아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자본시장은 한 달 가까이 몸살을 앓고 난 후다.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대가로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안고 지난 20일 퇴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사례에서 중앙과 지방정부 교체 권력들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눈을 돌려 내가 살고 있는 안성시도 안성시 의회가 국민의힘이 장악하면서 주민들의 복지와 경제 문제에 대해선 안하무인이다. 그동안 의장단 선출과 인사권 독립을 두고 파행을 겪었던 안성시 의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우여곡절 끝에 임시회를 열고 추경과 조례안을 심사했다. 그 결과는 조례안건 중 상당수가 부결 또는 보류됐고, 추경 예산도 380억 원 삭감했다. 

그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상정된 38건의 조례안 중 11건이 보류됐고, 10건은 부결됐다. 추경 예산도 전체의 20%인 380억 원을 삭감했다. 보류 또는 부결된 조례안을 보면 도시공사 설립 조례와 공영 마을버스 어르신 무상교통 사업, 화재대피용 방역 마스크 비치 조례 등이다. 

안성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책들이다. 도시공사의 경우 73%에 가까운 설립 찬성을 얻은 사업이고, 마을 공영버스 어르신 무상교통 사업, 이·미용비와 통·이장과 반장 활동비 등 어르신들의 복지정책과 주민들과 가장 최접점에서 활동하는 통·이장과 반장 활동비까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추경예산을 무작정 삭감한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횡포다. 정치권력의 교체로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정치적 논리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안정열 시의회 의장의 좌정렬, 우정렬의 정치력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답게 바로 사는 것은 무엇일까? 지방 권력의 교체에 따른 두 가지 사례를 보면서 소크라테스를 생각한다. 기원전 399년 봄, 70세의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감옥에서 독배를 마시고 태연자약하게 그의 생애의 막을 내린다. 

그는 자기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아테네의 5백 명 배심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 떠날 때는 왔다. 우리는 길을 가는 것이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간다. 누가 더 행복할 것이냐?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40세에서 70세에 이르기까지 약 30년 동안 아테네 시민의 정신혁명을 위하여 그의 생애를 바쳤다. 부패하고 타락한 아테네 사람들의 양심과 생활을 바로잡기 위하여, 교만과 허영 속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의 인격을 각성시키기 위하여, 그는 아테네 거리에 나가서 시민들과 대화하고 가르치고 질책하고 호소하고 계도하였다. 

그러나 아테네의 어리석은 민중은 그를 법정에 고소했다. 그 소장에는 "소크라테스는 국가가 정한 신들을 믿지 않고, 새로운 신을 끌어들이고, 또 청년을 부패 타락시켰다. 그 죄는 마땅히 죽음에 해당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불신앙과 청년의 유혹이라는 두 죄명에 의해서 고소되었다. 아테네 시민 5백 명으로 구성된 법정에서 두 차례의 투표 결과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누가 소크라테스를 죽였는가? 아테네의 어리석은 시민이다. 민중은 사리사욕에 휩쓸리면 한심한 우중으로 전락한다. 사람은 군중심리에 사로잡히면 IQ 80이하로 떨어진다고도 한다. 민중은 올바른 지각을 가지면 슬기로운 현중이 되지만 민중은 우중이 되기도 하고, 현중이 되기도 한다. 

역사의 반동세력도 되고, 역사의 개혁세력도 된다. 누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았는가? 이스라엘의 어리석은 민중이었다. 아테네 시민의 무지와 악의와 오판이 위대한 철인 소크라테스를 죽였다. 소크라테스를 죽였다는 것은 진리를 죽인 것이다. 정의를 죽인 것이다. 진리와 정의를 죽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소크라테스를 처형한 아테네는 기원전 338년 마케도니아에게 패망하고 말았다. 소크라테스를 처형한 지 61년이 되는 해였다. 아테네는 역사의 심판과 징벌을 받았던 것이다. 역사는 반드시 준엄하게 심판한다. 우리는 역사의 이 진리를 잊지 않아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정에서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테네의 사랑하는 시민들이여! 여러분들은 가장 위대하고 지혜와 위력으로 명성을 자랑하면서, 될수록 돈이나 많이 모을 생각을 하고 또 이름이나 명예에만 관심이 쏠려서 지혜와 진리와 자기의 인격을 깨끗하게 하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마음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가" 

그는 감옥에서 독배를 마시기 전에 사랑하는 제자 플라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 권력이 교체되었다. 교체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지방권력자들이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라는 말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인생을 바로 살기 원한다. 바로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냐?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첫째로 진실하게 사는 것이요. 둘째로 아름답게 사는 것이요. 셋째로 보람 있게 사는 것이다. 거짓되게 살고 추잡하게 살고 무의미하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랑합니다! 응원합니다! 함께합니다! '바로'라는 말이 제일 중요하다. 말도 바로 하고, 생각도 바로 하고, 행동도 바로 하고  생활도 바로 해야 한다. 정치도 바로 하고, 경제도 바로 하고, 교육도 바로 하고 모든 것을 바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살아야 잘 살 수 있다. 바로 살지 않고는 제대로 잘 살 수 없다. 

"철학자처럼 사색하고, 농부처럼 일하여라.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간상이다." 이 말은 '에밀'을 쓴 프랑스의 위대한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말이다. 안병욱 교수의 수필집 '사람답게 사는 길'을  읽으며 현재의 우리 정치가 지방 권력자들이 잘 하고 있는지, 국민과 주민을 위해 바로 하고 있는지 사유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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