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최재혁 기자] 파수꾼의 의미는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무언가로부터 무언가를 지키는지에 따라 파수꾼의 역할은 달라진다. 경비, 경호와 그 행동이 다르기도 하고, 때로는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파괴하기도 한다. 연극 이강백 전 '파수꾼'은 파수꾼을 통해 지킴받는 자를 돌아본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민주화가 이뤄지기까지 권력은 그저 '지키기'만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세계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배부름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연극 파수꾼의 배우들이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파수꾼의 배우들이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공동의 적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당시 대한민국의 권력은 그저 '지키기 위해' 공동의 적을 만들었다. 그 적은 대부분 북한이었고, 우리 내부에도 북한의 존재가 있다고 시민을 속여 애꿎은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연극  '파수꾼'은 이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리떼가 출몰하는 황야의 한 마을에는 망루 위에 파수꾼이 서있다. 신입 파수꾼은 눈이 너무 좋아 아무리 멀리 있는 것도 금세 알아볼 수 있어, 그야말로 파수꾼에 제격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일은 겨우 '북'을 치는 일이었다.

연극 파수꾼의 배우들이 커튼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파수꾼의 배우들이 커튼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신입 파수꾼에게는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이 투철했다. 이에 모두가 잠든 새벽 자신이 직접 망루 위에 오르는데 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리떼가 나타났다!"

​그러나 황야에 이리떼는 커녕 흰 구름만 남았다. 이에 신입 파수꾼은 마을 촌장에게 "이리떼는 없고 흰 구름만 있을 뿐"이라고 전달하며, 모든 게 잘못됐음을 밝힌다. 세상은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듯 촌장은 "네 말 한 마디로 마을의 평화가 깨질 수 있어"라며 신입 파수꾼을 겁박한다. 신입 파수꾼은 결국 주민 앞에서 거짓을 고하고, 모두가 사라진 후 '소리없는 아우성'만을 남기며 극은 끝난다.

​부당한 권력이 대한민국에 집권했을 당시, 얼마나 많은 시민이 잘못됐음을 알고 있었을까. 그러나 겨우 찾아온 평화가 깨질까 두렵고, 혹여나 자신에게 피해가 찾아올까 쉽사리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에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찾아왔다. 신입 파수꾼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모두 같은 소리를 냈다. 지우고 누를 수 없는 사실에 부당한 권력은 더는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게 바로 민주주의가 아닐까?

연극 파수꾼의 배우들이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파수꾼의 배우들이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