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해야 ‘너’를 사랑할 수 있는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CEONEWS=최재혁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이뤄지지 못할 상상을 해본다. 그야말로 상상이 아닌가. 짝사랑과 진한 사랑에 빠지고, 그리웠던 옛사랑과 조우하고, 평생 가보고, 해보고 싶었던 경험을 누린다. 그중 가장 해보고 싶은 건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가 아닐까?

한때 '만수르 열풍'이 일었던 적이 있다. 만수르는 '억'이 아닌 '조'단위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라, 가정부도 억대 연봉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혹자는 만수르의 발가락이라도 핥으면 1,000만 원은 주지 않을까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도 했다. 이왕이면 만수르가 되지, 왜 발가락을 빨려고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또 유명 연예인이 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면 주변에 소위 말하는 '엄친아'를 보며 인생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 짝사랑이 엄친아를 사랑하는 걸 알게 되면 억장이 무너지다, 금세 포기한다. 왠지 엄친아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니까 말이다.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극 중간 포토타임(사진=최재혁 기자)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극 중간 포토타임(사진=최재혁 기자)

어떻게 만들어드릴까요?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이하 사이다)'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우연한 계기로 원하는 인물이 되는 상상을 그렸다. 진성은 장미를 짝사랑하지만, 타인에게 말 한 마디 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주저하기만 한다. 회사에서는 항상 혼나기 일쑤고, 야근은 밥 먹듯이 한다. 그야말로 사람 답게 살지 못한다.

그때 '어른폰(?)'의 요정 진희가 등장한다. 자신이 되고 싶은 인물을 20자 내로 적은 후 전화를 걸면 곧장 변화 시켜주는 마법이 펼쳐진다. 다만 '무료 서비스'라 고객의 만족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진성은 엄친아인 성민, 야쿠자 보스, 로맨티스트, 짐승돌, 한류스타 등 내로라하는 사랑꾼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무료 서비스인만큼 완벽한 허점이 있어, 장미와의 사랑은 끝내 실패한다. 마지막 7일 째 서비스에 진희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르고, 주변인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진성은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필요한 건 외적 성장 아닌, 내적 성장

진성은 이도저도 아닌 인물이 될 바에는 '자기 자신'이 되겠다는 선택을 내린다. 분명 자신이 부러워하고, 절대 될 수 없을 것만 같던 사람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평생 함께 해오고, 가장 잘 아는 자기 자신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대부호'를 뉴스에서 접하다 보면 부러워 미칠 지경이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민이 있다. 유명인이 거듭된 우울증과 대중의 엄중한 잣대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명인의 삶은 누구나 알아볼 정도가 되면, 식당은커녕 거리를 걸어다니기만 하더라도 타인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만한지는 의문이 든다.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고, 장점 또한 있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모든 것은 바라보기 나름이고, 마음먹기 따라 달라진다. 젊은 내가 가진 것 없이 배만 곯고 있지만, 노인에게는 그저 젊음 자체가 부럽다. 사이다의 진성은 숫기가 없는 사람이지만, 수학에 재능있어 계산과 정리에 특출나다.

결국 진성에게 필요했던 건 외적 성장이 아닌, 내적 성장이었다. 진성은 이미 충분히 멋진 사람이었다. 다만 자신이 못난 사람이라고 여기며 당당하지 못하니, 그 누구에게도 다가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극의 말미에는 진성이 용기를 내 장미에게 다가가니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최재혁 기자)

진정성 넘치는 노래, 흥겨운 춤

이처럼 주어진 능력과 장점을 잊은 채 자존감만 떨어져가는 우리를 다독이는 사이다는 뮤지컬 장르답게 대체로 흥겹고 즐겁다. 대략 10곡 내외로 펼쳐지는 노래와 춤은 배우들의 뛰어난 실력을 감상하기 제격이다.

특히 진성 역을 맡은 '이상래' 배우는 극 중간에 노래로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그의 목소리에서 진정성이 흘러넘쳐 기자의 마음을 흠뻑 적셨다.

여기에 총 5명의 배우가 흥겨운 춤과 노래를 선사한다. 초반부 부터 신나는 '정체불명(?)'의 막춤이 등장하는데, 극 중간에도 가끔씩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김부장 역을 맡은 '황재훈' 배우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동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즐겁고 흥겨운 데다, 나만의 장점과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는 대학로 룸어씨어터에서 7월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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