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성 갖춘 '세계 최고' 전기 킥보드 설계자

장용욱 누모 대표(사진=이주형 기자)
장용욱 누모 대표(사진=이주형 기자)

[CEONEWS=최재혁 기자] 번화가를 거닐 때면 심심치 않게 놓여진 킥보드를 볼 수 있다. 타도 되는 건지 궁금하지만,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가끔 킥보드에 붙은 QR코드를 찍어, 이용해보려고 하다, 자꾸만 주저하게 돼 결국 발걸음을 옮긴다. 이처럼 킥보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미비하다. 헬맷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등 이제 막 시작한 킥보드의 교통 법규는, 오히려 킥보드 시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CEONEWS는 전기 킥보드에 조예가 깊은 장용욱 누모 대표를 만나 질문을 던졌다.

장용욱 대표가 인터뷰하며 열렬히 말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이주형 기자)

Q. 전기 모빌리티 시장이 커지는 많큼, 다양한 수단에 관심이 생기는 추세인데요. 그중 전기 킥보드에 집중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A. 제가 2021년 7월까지는 삼성전자의 연구원으로 있었는데요. 탈 것을 워낙 좋아해서 오토바이 아마추어 레이싱과 같은 대회에 참석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2020년 아니, 그전부터 퍼스널모빌리티와 스마트모빌리티, 마이크로모빌리티 등 전동 모빌리티에 대한 주제가 무척 떠오르고 있었어요. 그때 나온 단어 중 하나가 뉴어반모빌리티인데, 누모의 약자죠.

앞서 말한 것처럼 탈 것을 좋아하는 제게 개인용 이동수단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니 전기 킥보드라는 새로운 탈 것을 접하게 됐는데, 막상 타보니까 도저히 탈 것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하고 위험하게 설계됐더라고요. 

또 제가 워낙 개발업무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탈 것까지 흥미를 느꼈잖아요? 자꾸 퇴근하고 나서 머릿속에 구상된 전기 킥보드의 모델링과 설계를 하고 자꾸 그리다 보니까, 진짜로 개발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퇴사 하기로 결심을 한 거죠.

당시 연구원에서 모터 제어 등 구동계 설계를 맡고 있다 보니까 전기 킥보드의 문제점이 훤히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튼튼하고, 조금 더 오래가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타고 싶어서 제대로 된 전기 킥보드를 타고 싶은 것도 있었겠죠? (웃음)

누모에서 수리중인 전기 킥보드(사진=이주형 기자)
누모에서 수리중인 전기 킥보드(사진=이주형 기자)

Q. 기존 시장의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서 직접 만들겠다니, 무척 강단 있고 저돌적인 스타일처럼 느껴지네요.

A. 그럴 수 있죠. (웃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킥보드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누모를 차린 거니까요.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설계하고 계획하던 것이, 전기 킥보드에 대한 공부에 매진하고 구상을 수정하다 보니까 독자적인 모델까지 만들게 됐어요. 제가 만든 모델을 토대로 실제 구동계와 합쳐져 멋지게 탄생했죠. 

또 전기 킥보드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니 전반적인 모빌리티 산업에서 ‘코리아패싱’이 이루어지고 있더라고요. 전동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전부 중국산 완성품을 구매하거나, 작은 부품이라고 할지라도 중국산을 사용해야 하는 거죠. 중국산 제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우리의 제품이 시장에서 너무도 밀리니까 안타깝더라고요. 코리아패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수준이 아닌, 중국 이상의 품질을 보여줘야 했죠. 

현재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은 총 네 가지에요. ▲모터 ▲컨트롤러 ▲배터리 ▲바디만 내재화에 성공하면 코리아패싱은 없는 단어가 되는 거죠. 지금까지 국내 다른 기업도 개선을 추구했겠지만, 잘되지 않은 이유는 기술 개발이 부족했던 탓이겠죠. 그래서 저는 컨트롤러부터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컨트롤러가 워낙에 개발의 범위와 범주가 넓었지만, 지금은 고성능 컨트롤러 같은 경우까지 개발 중일 정도로 수준을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배터리도 삼성, LG 셀이 세계 최고지만, 국산 셀을 패킹하는 업체가 모두 중국이에요. 그런데 삼성과 엘지에서 패킹 규격이라든지, 동력부에 들어가는 셀이라든지, 스팟포인트라든지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데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또 배터리에 가장 중요한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이 화재를 포함한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데, 중국산은 배터리 매니징을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전류가 들어왔다 막았다 하는 정도만 통과하는 회로 수준에 그치고 있죠. 안전성을 담보로 작업하지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제가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모터 같은 경우에도 기존 제품이 BMS와 컨트롤러 성능을 높이면 속도가 빨라지지만, 모터가 전류량을 감당하지 못해서 기능을 못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중국에 찾아가 충분한 모터 성적서를 낼 수 있는 업체를 찾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죠. 그 업체를 통해 사양을 피드백하고, 배선의 굵기 등을 구동 시스템 설계에 맞춰 모터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했습니다. 누모 각인까지 새기고요. (웃음)

전기 킥보드에는 바디도 무척 중요한데요. 중국산이라고 꼭 나쁜 바디만 있는 건 아닌데 소재 보장이 잘 안 되고 있어요. 보통 다이캐스팅을 많이 쓰고 있는 중국 시장인데, 캐스팅하는 환경 조건에 따라서 내부에 디팩트나 기공이 생겨요. 분명한 개선 사항인데 디자인만 예쁘게 뽑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래서 저는 제가 직접 바디를 설계하고 구조적으로 강도가 많이 필요한 부위에는 티타늄 프레임을 써서 바디강성, 바디설계와 같은 제반기술이 온전히 한국 기술로 개발이 된 ‘슬랙’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습니다.

장 대표는 부품 하나씩, 자사의 기술을 소개할 때마다 무척 열정적으로 열변을 토했다. 현재 대한민국 시장에 나와 있는 킥보드의 문제가 무엇인지, 왜 위험한지 낱낱이 꼬집었다. 

누모의 전기 킥보드 브랜드 슬랙(사진=이주형 기자)
누모의 전기 킥보드 브랜드 슬랙(사진=이주형 기자)

Q. 슬랙의 모델 중 ‘슬랙 코어’는 외형도 너무 이쁜데, 느낌상 속력도 상당할 것 같아요.

A. 저는 슬랙 코어를 단순히 기체로만 만든 게 아니라 애초에 목표 자체가 월드 패스티스트 머신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형 킥보드로 인정받기 위해서죠. 때마침 지금 해외에서 ESC라는 레이싱 리그가 열렸어요. 포뮬러 E 산하의 전동모빌리티 레이싱인데, 저희가 출전해서 우승하려는 슬랙의 한 모델이죠.

그러므로 슬랙 코어는 완전히 레이싱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어요. 프론트 서스펜션, 브레이킹시스템 등 전부 공도보다는 레이싱에 맞춰져 개발된 제품이죠. 슬렉 코어와 함께 설계기술과 개발한 신뢰성 있는 부품을 같이 사용하는 제품이 ‘슬랙 이온’으로 저희가 출시를 할 예정입니다.

저는 한국 기술이 집약된 슬랙을 통해서 전동모빌리티 산업에서 코리아패싱이 된 것을 ‘머리끄댕이 잡고 다시 끌고 와(?)’, 전기 킥보드하면 대한민국을 떠오르게 하고 싶어요. 

직원과 함께 슬랙 제조에 열중인 장용욱 대표(사진=이주형 기자)
직원과 함께 슬랙 제조에 열중인 장용욱 대표(사진=이주형 기자)

Q. 저는 누모의 강점이 빠른 기동성과 안전성이라고 봐요. 슬랙의 각각 모델을 소개해주세요.

A. 꼭 그렇지만은 않고요. 사업 방향은 세 가지로 정해놨는데 슬랙 코어, PBV, 슬랙 이온입니다.

슬랙 코어는 모터 스포츠로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통해 기술 발전을 추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레이싱 경주에서 우승하며 성능을 세계에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죠.

또 국내 시장에서 전기 킥보드는 대리 기사님처럼 간단한 주행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기사님은 무게가 가벼운데 멀리 갈 수 있어야 하고, 안전성을 갖춰야 하는 데다 차량 뒤에 실어야 해서 부피가 작아야 하는 등 요구 사항이 무척 까다로워요. 이런 모델을 ‘특수목적형 비히컬(PBV)’이라고 하는데 위에 언급된 사항을 포함한, 결국 퍼스널 모빌리티에 가장 알맞은 휴대성까지 생각해야 하죠.

슬랙 이온은 30㎏ 내외의 무게를 갖고 있고, 속도는 실제로 PM 인증을 받기 위해선 25㎞ 이하여야 하지만, 인증을 안 받는다고 해도 공도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8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또 그 속도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퍼스널모빌리티의 형태를 갖고 있지만, 탈것으로서의 강도를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하니까 기본에 집중한, 완전히 퍼스널모빌리티라는 가치에 집중된 기체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기자는 슬랙의 모든 모델을 보며 길거리에 나와 있는 휴대용 킥보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다. 킥보드가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차별받을 필요가 없고, 안전하게 탄다면 위협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슬랙의 작업을 마무리하는 장용욱 대표(사진=이주형 기자)
슬랙의 작업을 마무리하는 장용욱 대표(사진=이주형 기자)

Q. 슬랙이라는 브랜드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건 좋지만, 사업성을 무시할 수 없어요.

우선 누모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를 더 주목하고 있고요. 현재 프랑스와 미국에서 누모에 관심이 있는데, 프랑스에 제품을 선보이게 된다면 유럽 전체에 퍼지게 되죠. 미국도 당연히 중남미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고요.

해외시장을 뚫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미국과 프랑스시장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협의 중인 상황이고, 슬랙의 첫 양산형 기체 샘플이 나오면 가장 먼저 샘플을 보내야 할 시장이 미국과 프랑스시장이기도 합니다.

현재 해외 주문량이 현재까지는 몇백 대 수준인데, 보수적으로 예상하자면 올해 600대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매출이 대략 4~50억 원 정도죠.

저희가 슬프게도 2019년 법인설립을 이후 매출이 지금까지 마이너스였어요. 작년이 개발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간 때라 작년만 14억 원의 영업손실이 있었죠. 올해가 이제 흑자전환을 해야하는 분기점인데 프리오더 받은 것으로는 현재 ‘BEP’는 넘긴 상태고 6월에 샘플을 보내고 추가 주문량에 따라 매출이 변하겠죠. 

또 내년에는 해외에서 인기 많은 슬랙 코어와 함께 PBV에 대한 제품이 2,000대가량 판매할 것으로 예상해서, 저희의 내년 목표 매출은 70~100억 원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내년 매출을 쭉 올린 다음에, 누모는 기술 개발을 하는 회사기 때문에 모빌리티관련 플랫폼과 모빌리티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일환으로 ‘슬랙 트랙대회’도 매년 열고 있죠.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양산에 관련된 투자 등의 고민을 해야 하는 수준이죠. 만약 그날이 온다면 대략 시리즈 A, B, C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시리즈 A, B 투자 정도까지, 내년까지 목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용욱 대표가 슬랙 설계에 매진하고 있다(사진=이주형 기자)
장용욱 대표가 슬랙 설계에 매진하고 있다(사진=이주형 기자)

Q. 회사 운영에 대한 방침이 있다면요?

A. 저희는 직급이 없어요. 직원이 9명 정도인데, 각기 팀장으로 일하고 있죠. 이사, 부장, 대리 등 대부분 직급을 없애고, 서로를 김 팀장 이 팀장 등으로 수평적으로 통일했죠. 워낙 스스로 작업 분야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기도 하고, 맡는 영역이 다르기도 하고요. 

직원 각자 물류는 물류, AS면 AS, 제품개발이면 제품개발, 제품개발에서도 기구는 제가 하고 회로랑 구동계는 다른 팀장이 도맡아서 하죠. 해외 인스타나 콘텐츠 부분도 따로 담당자가 있고, 소프트웨어도 ‘루프’라는 자사 앱을 운영 중이죠. 또 회계도 저희 규모에서 회계사를 고용한다는 게 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모의 목표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모셔왔습니다. 각자 다 팀장으로 자신의 필드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상하관계는 엄밀히 따지면 있겠지만, 서로의 영역은 서로 침범하지 않습니다. 
설계는 아직 혼자 하고 있고요. 아직 오토모티브 설계자 중에 킥보드를 전문으로 하는 분은 전 세계적으로 없어요. 전기 킥보드라는 형태 자체가 활성화된 지 이제 7, 8년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대다수가 오토모티브 설계자가 아니죠. 산업디자인 등의 설계자가 기능과 성능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디자인으로부터 파생된 설계가 첫 시작이었기에, 시중에 나온 킥보드의 디자인이 오토모티브 전문가들이 설계한 것과 거리가 있죠. 

또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휴대성을 포함한 설계가 아니라, 단지 두 바퀴 빠르게 가는 것을 설계했을 뿐이기 때문에 콤팩트나 휴대성은 완전히 배제됩니다. 그래서 휴대성까지 포함한 전동킥보드의 설계로서는 조심스럽지만 제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누모 
누모의 전기 킥보드 브랜드 슬랙(2) (사진=이주형 기자)

Q. 킥보드에 관심 많은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겠죠?

A. 많은 분이 전기 킥보드에 불안함을 느끼시는데요. 아무래도 킥보드는 바퀴가 작으므로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도로의 형태를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도로에서 타신다면 안전할 수가 없거든요. 적어도 안전장비, 즉 안전모와 장갑, 보호대 등을 필수로 착용을 하고 타셔야 해요.

막상 킥보드를 타보시면 오토바이나 자전거보다 훨씬 재밌으실 거에요. 도로 지면과 훨씬 가깝고, 속력도 마음껏 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재밌는 탈 것을 안전하게 탈 방법이 너무 많거든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천천히 타셔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킥보드를 향한 인식이 바뀐다면 레저 스포츠로 변모하는 건 너무 쉽거든요. 그러니 저가 제품을 사용하다 불나서 손해 보는 이런 제품 말고 (웃음) 좀 더 제대로 만든 제품을 구매하셔서 서킷에서 즐겁게 탈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추구하는 고성능 기체에 대한 수요도 조금씩 늘어나겠죠? 시민들이 킥보드에 도전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킥보드는 위험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한 번 타보시고 나서 평가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장 대표는 직원들과 곧장 킥보드 작업에 들어갔다. 인터뷰 내내 킥보드에 대한 열정을 내뿜은 그는, 작업장으로 돌아가자 무척 즐거워 보였다. 역시 장인은 본업에 치중할 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멋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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