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출 최저, 한비자로 전환의 경제를 생각한다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한비자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그는 2000년 전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이다. 전통 유교사상인 덕치보다는 법치를 부르짖은 그는 '한나라의 공자'라고도 불렸다.

한비자의 사상을 들여다보면 경제학과도 밀접하다. 한비자는 희소성의 문제를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재화가 부족하면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은 희소성의 문제 때문에 인정과 너그러움을 바탕으로 한 덕치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법과 제도로 희소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요즘 최윤재 경제학자가 쓴 '한비자가 나라를 살린다'를 소비 위축의 한국 경제를 지켜보며 한비자의 사상을 흥미롭게 경제에 대입해 보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경제에는 공자보다는 한비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유교 관습보다는 각자 자기 일에 책임을 지고 결과에 대한 상벌이 철저한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도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본능적인 욕심이 인간에게 있다고 믿은 한비자의 사상을 새로운 법치적 시장경제의 필요성으로 들여다본다. 제대로 된 시장경제는 상대방의 욕심을 존중하고 나의 욕심을 채우며 부당한 방법으로 욕심을 채우는 행위를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즉 부족한 재화를 놓고 기업은 기업대로 극대치의 이익을 올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면서 철저한 시장주의를 요구한다. 서민들은 기업들의 자본 독식을 보면서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법치밖에 없다.

이제 경제는 인간적인 차원으로 해결되기에는 너무나 거대해졌다. 한쪽이 손해를 보면 한 쪽이 이득을 보는 상반된 이해관계가 경제의 바탕에 깔려있는 현실 때문에 한비자의 사상을 응용해 보는 경제학적 생각을 해본다.

유교에 반대하기 위한 극렬한 행동과 발언 때문에 사문난적으로 공격당해온 한비자가 20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필요한지도 모른다.

"무릇 다른 사람들과 같은 처지에서, 풍년이 든 것도 아니고 부수입이 있는 것도 아닌데 홀로 넉넉하다면 노력이 아니면 검소한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같은 처지에서, 기근이 든 것도 아니고 질병. 재난. 형벌과 같은 불행을 겪은 것도 아닌데 홀로 가난하다면, 사치가 아니면 게으른 탓이다. 사치하고, 게으른 자는 가난하고, 노력하고 검소한 자는 넉넉하다. 지금 임금이 넉넉한 사람으로부터 거두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어 베풀고 있으니, 이는 노력하고 검소한 자에서 빼앗아 사치하고 게으른 자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래서는 민중이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할 것을 바란다고 하더라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한비자의 이야기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튼 프리드만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같은 능력과 같은 생산 자원을 가진 사람들을 놓고 볼 때, 어떤 사람들은 한가한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시장 거래되는 재화를 좋아한다면, 시장을 통해 얻는 것이 달라야 전체적으로 얻는 것이 같아지며,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다."

최근 경제의 화두는 '돈을 안 쓴다'라는 것이다. 이건 경제심리에 있어 미래가 불안하다는 이야기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고물가 현상이 강해지자 올 1분기 가계 처분 가능 소득에서 소비지출 비중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물건 가격이 비싸지자 지갑을 닫는 국민이 그만큼 늘었다. 고물가와 빚 상환 압력이 가중되면서 가계 실질 구매력이 줄어 향후 경기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통계청 자료를 들여다보면 '2022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국내 평균 소비성향은 65.6%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평균 소비성향은 국민들이 주머니에서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돈, 처분 가능 소득 중 식료품이나 의류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평균 소비성향은 최근 3년간 70% 선을 오갔지만 올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가계수지에 있어 물건 가격이 올라가면서 국민들이 평소 2개 사던 것을 1개만 구입하는 식으로 구매 행태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급격히 커지는 물가와 세금 부담 등으로 우리나라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어렵게 회복세로 돌아선 민간 소비가 다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분기 68.9%였던 평균소비성향은 3분기에는 67.4%로 내려간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65%대까지 떨어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 1분기 320만 2000원에서 올 1분기 약 350만 원까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등에 허리띠를 졸라맨 가구가 늘었다는 의미다.

많은 가구가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결과, 처분 가능 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이 크게 늘었다.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32만 9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가장 큰 액수다. 버는 돈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월평균 흑자액은 1년 전에 비해 21.7% 증가한 수치다. 이는 역대 1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증가율이 가장 높았을 때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전국으로 퍼졌을 때인 지난해 1분기는 35.5%였다.

소비가 위축된 데는 고물가 현상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0.4%에서 2020년 0.5%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2.5%까지 올랐다.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 추경안이 올해 물가를 0.16% 포인트 상승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세금 부담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지출이 늘어난 것도 지갑을 닫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금과 보험료 등을 포함하는 가구당 월평균 비 소비지출은 1분기 96만 5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5% 늘었다.

비 소비지출 증가폭 중에서는 근로소득세나 재산세 등 세 부담 증가율 28.3%가 가장 컸다. 이외에도 사회보험료 10.3%, 가구 간 이전지출 8.9% 등이 늘었다. 경상조세의 증가는 소득이 늘면서 소득세도 함께 늘어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심리 위축에 코로나19 이후 겨우 증가세로 돌아온 민간 소비가 다시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DI에 따르면 민간 소비 증가율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전년 대비 -5.0%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3.6%로, 플러스 +로 돌아섰다.

올해와 내년 증가율은 각각 3.7%, 3.9%로 예측됐다. 하지만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 같은 증가율 달성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상승세와 과도한 세금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한 민간 소비는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지출 위축의 결론이 물가 상승과 세금 부담 완화라는 핵심 앞에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경제 주체들이 눈앞의 이익에 얽매인 소인배인데도 군자라는 허울을 씌워 도덕과 양심을 기대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정부패를 낳는다."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한번 윤석열 정부에 한비자가 나라를 살린다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유교적 가치관을 버리고 엄격한 상벌을 기초로 한 법가사상을 따르는 새로운 한국경제의 밑그림을 기대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