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엎은 사마의, 지킨 제갈량...한동훈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사진=법무부)
한동훈 법무부장관(사진=법무부)

[CEONEWS=최재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법무부장관으로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을 임명했다. 검사 시절부터 자신 곁을 묵묵히 지킨 한 장관은 ‘윤석열 라인’의 대표이자, 그의 오른팔 혹은 두뇌로 불렸다. 워낙에 센 입김 덕에 ‘한동훈이라면 윤석열에게 모진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그런 한 장관의 역할은 윤석열 정부의 ‘책사’일 듯하다. 과연 그는 어떤 책사로 기억될 것인가?

제갈량 초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갈량 초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

유비의 제갈량, 조조의 사마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는 ‘삼국지’가 아닐까 싶다. 영웅호걸의 권력 다툼과 인의를 바탕으로 한 의협,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략 등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삼국지에는 많은 장수와 왕, 책사가 등장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책사는 아마 ‘제갈량’이 아닐까 싶다. 흔히 제갈공명, 제갈 승상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그는 ‘유비’가 세운 초나라의 승상이자 책사다. 지금으로 치면 총리에 육군참모총장의 역할을 동시에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초나라는 삼국 중 가장 세력이 약한 국가임과 동시에, 지형이 산으로 둘러싸인 탓에 국력을 키우기에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에 제갈량은 중원으로 발을 넓히려는 계획을 세우고, 그 이전에 주변을 안정시키는 등 국가의 전반적인 결정을 도맡았다.

하물며 제갈량은 국가의 대소사를 전부 결정했다. 백성들 간의 작은 다툼부터 세금과 국책사업을 모두 직접 판단하고 지시했다. 군사 훈련도 자잘한 경우에는 장교가 책임졌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모두 제갈량이 지휘했다. 초나라는 제갈량으로 시작해서 제갈량으로 끝날 정도였다.

그런 제갈량의 라이벌이자 숙적이라 불리는 인물로는 ‘사마의’가 있다. 우리가 알기로는 항상 제갈량에게 당하기만 하는 인물이라고 느껴지지만, 결과적으로는 중원을 단 한 번도 넘겨주지 않은 사마의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사마의를 물리쳤다고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마의는 제갈량과 달리 나라의 대소사를 모두 결정하지 않았다. 워낙 걸출한 인물이 많고, 나라의 규모가 초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은 탓에 사마의는 군사 지휘와 나라의 큰 방향만 결정했다. 

그러나 반드시 국력의 차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사마의가 젊은 시절부터 촉망 받자, 당시 승상이던 조조는 그를 눈여겨봤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자신을 닮았다고 느껴진 조조는 사마의에게 요직을 맡기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둘 뿐이었다. 이런 배경이 후일까지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사마의 초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
사마의 초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

뒤엎은 사마의, 지킨 제갈량

조조의 우려는 옳았다. 사마의가 직접 나라를 뒤엎은 건 아니지만, 그의 손자인 사마염은 황제 조환을 폐위하고 제위에 오른다. 이는 마치 조조의 아들 조비가 황제 헌제를 폐위하고 제위에 오른 것과 같다.

게다가 사마의는 실권을 장악한 채 대장군과 태부의 직책에 오르지만, 제위를 노리지는 않았다. 이는 조조와 같은데, 나라에 충성하지 않고 기회를 엿본 것도 크게 일치한다.

반면 제갈량은 끝까지 유비와 그의 아들 유선, 그리고 초나라에 충성했다. 일찍이 승상에 오른 그는 숱한 전쟁을 치르고, 나라의 모든 국정을 책임지면서 자신의 생을 갉아먹었다. 그 누구도 유선이 아닌 제갈량을 진정한 리더로 꼽았고,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유선 또한 제갈량에게 나라를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유비와의 인의를 강조하며, 왕위를 받는 순간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이 물거품되리라는 것을 밝히며 재차 거절했다. 

중원 진출도 마찬가지다. 초나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위나라 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제갈량은 작은 나라라도 운영하며 편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유비와 약조한 탓에 삼국통일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북방으로 진출했다. 그 유명한 제갈량의 ‘출사표’에서 뚜렷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실권을 잡은 책사, 혹은 장군이 나라를 어떻게 휘어잡을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2인자가 강력한 힘을 쥐게 되면, 왕은 그저 허수아비에 가깝다. 지금은 집권 초기인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한 그립력으로 대한민국을 휘어잡을 수 있겠지만, 임기가 2,3년이 흐르면 레임덕이 찾아오며 쉽게 흐트러질 수 있다.

그때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할 듯하다. 윤석열 정권을 밟고 새로운 리더로 일어설 것인가. 끝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그를 보좌할 것인가. 한동훈은 제갈량이 될 것인가, 사마의가 될 것인가. 향후 몇 년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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