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최재혁 기자] 당신의 자식이 왕따의 주동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이를 혼내고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며 아이에게 주의만 줄 것인가. 만약 피해자가 지속된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자행했다면, 가해자의 부모인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에게 죄를 뉘우치라 말하며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인가, 아이의 죄를 어떻게든 숨기며 정당화할 것인가. 

​"그럴 리가 없어" 더 큰 죄를 짓는 부모들

​어느날 같은 시간 한 자리에 모이게된 같은 반 학부모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가 들썩인다. 앉으면 안 되는 곳에 있는 듯 자리를 불편해하는 그들은 학부모가 한 명씩 모이자, 더욱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마침내 모든 학부모가 모이자, 교장은 모이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학교에서 한 학생이 목을 메고 죽었습니다. 자살로 거의 확정되는데, 담임 선생님 앞으로 편지가 한 장 왔습니다. 거기에는 함께 지내던 모임이 있었고 어느 순간 배척되자, 왕따를 당하고 지속된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내용이었죠"라며 "편지 말미에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무려 5명의 이름이죠"라며 부모의 눈을 한 명씩 마주쳤다.

​아마 부모들은 사실을 눈치챘을 듯 싶다. 학교에 갑자기 휴교령이 내려지고, 자신의 자식들만 학교로 불려가며 학부모까지 호출한다. 분명 큰 일이 있고, 자식들이 잘못을 저지른 걸 모를 수 없지 않을까. 단지 외면하고 싶을 뿐.

​부모들은 우선 피해자의 자살 이전과 이후의 경과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한다. 자꾸만 자식들이 가해자로 몰리자 어떻게든 부정한다. 담임에게 전해진 유서도 부모는 "내용을 잘 해석하면 친구들에게 고맙다고도 느껴진다"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상황이 자꾸만 악화되자 한 부모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다.

​하나뿐인 피해자의 유서를 강탈한 한 부모는, 이내 편지를 불태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순간이라 아무도 말리지 못한 듯했지만, 속으로는 모두 '잘됐다'라고 생각한다. 명문으로 소문난 학교는 자살 소식이 외부에 전해지기 바라지 않으며, 자식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남기고 싶지 않은 부모도 사실을 숨기고만 싶다.

​그러나 편지는 또다시 등장하며 아까 그 학부모는 편지를 '우걱우걱 먹어' 헤치운다. 다 끝난 듯했지만, 피해자가 일하던 편의점 사장이 찾아와 편지를 받은 사실을 전하며, 피해자가 어떤 괴롭힘을 당하고 살아왔는지 낱낱이 설명한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공연 전 무대(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공연 전 무대(사진=최재혁 기자)

​"사실이 아닐 거야" 부정, 또 부정

​편의점 사장은 "살인자들"이라며 부모를 손가락질하고 피해 사실을 밝힌다. 처음에는 한 무리였던 아이들은 피해자의 얼굴에 여드름이 생기자, 이유도 없이 왕따를 시켰다. 이후 체육복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고, 도시락에 진흙을 넣는 등 모든 순간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때, 피해자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 이를 협박하며 돈을 갈취한다. 이윽고 돈이 떨어지자 피해자에게 원조교제까지 시키며 사치를 부리기까지 했다. 이후 피해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결정한다.

'착하디 착한 우리 딸이 그럴리가 없다'는 가해자 부모들은 편부모 가정인 피해자의 상황을 지적하며, 어떻게든 미꾸라지처럼 상황에서 빠져나가려고만 한다. 한 학기에 500만 원이 넘는 학비를 감당하지 못한 피해자의 엄마가 딸을 궁지로 내몰았고, 피해자는 돈을 벌기 위해 원조교제까지 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니, 거의 확정지었다.

​그러나 '악마의 탈을 쓴' 부모만 있는 건 아니다. 한 가해자의 조부모는 "왕따를 시킨 게 사실이다"라며 손녀가 행한 일을 모두 고했다. 사고가 벌어지기 5일 전, 우연히 가해자의 핸드폰을 발견한 조부모는 자백할 것을 손녀에게 권했다. 그중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손지검까지 하며 잘못된 일을 손녀가 직접 바로잡기를 바라며 마냥 기다렸다.

​하지만 손녀는 아무에게도 가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강건한 할아버지와 달리 손녀의 미래가 걱정된 할머니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문자와 사진을 삭제하라"며 사실을 숨기라고 전했다. 부모들은 "그럴 줄 알았어"라며 "우리 애들이 괴롭혔을 리가 없지. 사실이 아닐 거야"라며 끝까지 부정했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커튼콜 모습(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커튼콜 모습(사진=최재혁 기자)

​피해자의 눈물...씻을 수 없는 낙인

​그렇게 피해자의 엄마가 죽음의 원인으로 몰려질 때, 저 멀리서 엄마가 등장한다. 이미 한강만큼의 눈물을 쏟아냈는지 눈이 팅팅 부은 엄마는 덤덤하게 들어와 아이의 입장을 대변한다. "우리 애는 정말 장해요. 그렇게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스스로 선택한 거잖아요?"라며 아이의 선택을 존중했다.

​이어 가해자 부모를 한 명씩 눈 맞추며 가슴에 담아두는 엄마는 피해자의 편지를 낭독한다. 엄마의 딸이라서 행복했다, 이런 선택을 하게 돼 너무나 미안하다는 뜻을 남긴 피해자의 편지에 엄마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가해자 부모는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며 결국 죄를 인정한다.

​분명 자식의 죄를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가 순간의 잘못으로 평생 범죄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부모는 철저히 자신의 자식만을 생각하며, 피해자를 '남'으로 인식했다. 인간의 이기심을 낱낱이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부모는 분명 자식의 죄를 숨겨주는 게 옳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잘못을 책임지는 게 부모지, 죄를 없애주는 게 부모는 아니다. 극중 할아버지는 손녀의 죄를 밝히며 "30년 동안 경찰로 살면서 나쁜 짓을 저지른 아이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나중에 사람처럼 살더라"라고 말했다. 죄를 인정하지 않고 숨기고 살게 되면 평생 씻을 수 없는 낙인이 가슴 속에 새겨진다. 사회에서 죄를 받는 것만이 속죄가 아니다. 진심으로 죄를 인정할 때, 진정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기심만을 지닌 인간의 얼굴이 얼마나 추악한지, 거듭된 악행이 불러오는 결과가 어떨지 속속이 파헤친다. 분명 죄를 뉘우칠 때만이 마음의 죄를 덜어, 사람답게 살 수 있다. 감싸고 덮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는 가해자 부모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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