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

[CEONEWS=최재혁 기자]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게 뭘까? 돈? 믿을만한 직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시스템’이 아닐까? 그러나 경영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지식이 필요하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 배울 것은 많고, 돈은 벌어야 하다 보니 시간만 부족하다. 이에 ‘한국시스템인증원’의 남경호 대표는 기업 경영시스템을 위한 심사원 교육을 진행하고, 직접 심사를 통해 인증하며 올바른 기업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2021 KAB AWARD에서 수상한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Q. ‘한국시스템인증원’을 설립한 배경은요?

A. 저는 원래 금융업계에서 일하다가 IMF 때, 1999년부터 ‘ISO 인증’ 업계에 입문하면서 제 적성과 알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쭉 눌러앉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금융업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ISO는 새롭게 시작하다 보니까 스텝부터 시작하게 됐는데요. 대리부터 시작해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며 2016년에 ‘한국시스템인증원(이하 인증원)’을 설립한 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관계를 맺었던 심사원분들이 도와주고 계시니, 큰 걱정은 없습니다(웃음)

인증원에서 하는 업무는 카테고리가 총 3개로 나뉘는데요. ▲기업에 대해서 적합성을 평가해주는 ‘심사’와 ‘인증’ 파트 ▲심사를 하기 위한 ‘심사원 양성 교육’ 파트 ▲이외에 일반적인 행정 업무 파트입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인증과 교육입니다.

교육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격이 있어야 하므로 제가 진행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인 부분이 수반 돼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희 심사원이 70명 정도 함께 일하고 있는데, 그분들 중에서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서 강의를 요청하는 등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가 강원대학교 학생들과 기념사진 촬영 중이다(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Q. 인증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A. ‘기업 심사 인증’과 ‘기업 컨설팅’에 대해서 간혹가다 헷갈리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 둘은 독립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증원에서는 컨설팅을 제공한다기보다는, 적합성을 평가해주고 ‘인증서’를 발급, 기업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업무를 하는 곳입니다.

회사마다 경영시스템, 경영 스타일, 경영방침 등 지향하는 목표가 차이가 있는데요. 회사 스스로 본인들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올바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하나의 도구로써 ‘래퍼런스’를 참조할 수 있도록 ISO 인증 표준이 있는 겁니다.

물론, 경영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외부에 ‘경영 컨설팅’을 받는 게 가장 빠르게 시스템을 수립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가장 효과를 보려면 회사 내의 인력을 전문화해서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 실무자 양성 및 심사원 양성 교육에도 전념을 하고 있습니다.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Q. 심사원 양성 교육을 통해 취업 증가에도 도움이 되겠어요.

A. 양성 교육은 당연히 취업 증가에도 도움이 되는데요. 저도 ISO 인증 업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심사원이라는 자격이 있는지조차 몰랐거든요. 심사원 자격증이 공인중개사처럼 취득하기 어렵지는 않거든요. 제 생각에는 저처럼 자격증 자체를 몰라서 도전하지 못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르는데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근무경력 5년 이상인 분들 중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과정을 수료하고, 심사원 훈련을 받으면 심사원등록이 가능합니다. 각각의 인증표준마다 심사원 과정이 차이는 조금 있지만, 그중 가장 기본적인 표준 인증인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심사원과정 기준인데,교육기간은 총 4~5일이 소요됩니다.

무사히 과정을 교육받은 마지막 날에 시험을 보는데, 여기서 70점 이상 받으면 합격증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후 심사원이 되기 위해서 현장에 나가 훈련을 받는데요. 심사원과 함께 심사 직접 현장에 투입, 심사하는 방법과 보고서 쓰는 법을 익히면서 심사에 대해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총 20일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간 취재를 위해 열심히 현장을 뛰어다닌 기자에게도 ‘시스템 인증’이라는 단어는 꽤 생소했다. 남 대표의 설명을 듣다 보니, 본인들의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한 중소·중견기업이 너무 많아 ‘인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직장 경력이 5년 안팎인 기자도 심사원 교육 과정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솔깃했다.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가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Q.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도 세미나를 진행하셨어요.

A. 인증원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법규에 대해서 안내하고 있고요. ‘ISO 45001’ 산업안전 보건경영시스템 표준이 있는데, 기업이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법규에 대한 대응과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에서 ISO 45001을 구축해서 관리하는 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는 기업 관계자와 대화해보고, 저희 심사원끼리도 토의를 진행하며 생각을 공유하는데요. 법에 있어서 ‘책임’의 주체가 모호하다는 판단이 듭니다. 물론 기업마다, 현장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책임을 지게 됐지만, 중대재해법에서는 ‘경영책임자’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영책임자를 단순히 ‘사업주’로 한정 지을 것이냐. 아니면 사업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정할 것이냐는 데 모호함을 띄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분리하게 된다면, 사업주가 권한을 다 위임하지 않겠어요? 사고가 발생하면 ‘최고안전책임자 (CSO)’에게 책임 전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누가’ 책임을 지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법적인 모호함을 지우고, 더 명확해져야만 기업에서도 적합한 대응이 가능할 수 있겠죠.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가 협약식에서 기념사진 촬영 중이다(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가 협약식에서 기념사진 촬영 중이다(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Q. ESG가 경영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 같아요.

A. 기업 평가 항목이 ‘재무 구조’에서 ‘비 재무 구조’인 ESG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단순히 인증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인정을 못 받거든요. 인정을 위해서는 회사가 올바른 경영시스템을 통해서 성과를 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현재 ESG 중 환경 분야는 평가 기준이 꽤 구축된 상황이거든요. 온실가스 배출량, 탄소 발자국, 탄소 성적표 등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등은 아직 부족한 편인데요. 중견기업까지는 본인들만의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졌기 때문에 ESG 성과를 나타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매우 힘든 상태입니다. 아직 중소기업을 평가할만한 지표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ESG 경영을추구하다보면 ‘지속 가능 보고서(GRI)’로 작성이 요구 되어지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보고서를 작성하기에는 전문성 부족 및 잘 모르다 보니 접근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증원에서는 고객인 기업들을 위해서 환경, 안전보건, 부패 방지 분야에서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을 정도까지 기업 내 실무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기업의 경영시스템을 인증해주는 곳의 대표답게, 남경호 대표는 박식한 지식으로 막힘 없이 답변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매일 하는 일이 교육하고 심사하는 건데요”라며 겸손을 보인 그에게, 직접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 질문했다.

직원들과 일에 열중하는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직원들과 일에 열중하는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Q. 남 대표님은 직원을 어떻게 대하시나요?

A. 인증원 업무는 일반적인 기업이랑 차이가 있는데요. ISO 인증 기관은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를 ‘인증기관 적합성평가 기준(ISO/IEC17021)’이라고 하는데, 이중 인증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적격성을 평가 기준이 있습니다.

인증 업무를 하려면 심사원 과정 수료, 산업 분야에 대한 올바른 인식 등 몇 가지의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에게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지원과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웃음)

게다가 인증원에는 70명이 넘는 심사원이 전국을 쏘다니며 인증하고 있는데요. 미리미리 심사 대상 기업과 일정을 조율하고, 특이상황, 예를 들어 심사 현장이 위험 예상되면 사전에 안전 보호구 착용 및 지원을 요구하는 등 심사 활동 지원에 신경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회의하는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직원들과 회의하는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사진=한국시스템인증원)

Q. 한국시스템인증원의 미래는 어디일까요?

A. ISO 인증 분야가 지식 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이 성장 일로에 서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여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는 제품을 해외에 판매했다면, 앞으로는 해외 시장을 지식 분야로 넓혀나가길 원합니다.

제가 처음 심사를 시작할 때 선박회사를 인증하러 갔는데, 당시만 해도 그에 걸맞은 심사원이 없어서 비싼 돈을 주고 해외에 심사를 요구했던 적이 있습니다. 해외 심사원이 서류에 사인을 해줘야 공정이 진행되는데요. 선박 회사에서 공정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심사원의 다양한 요구 조건을 들어줘야 했던 걸 보며 ‘우리나라도 어서 성장해서 해외에 ’Know-how’를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해외 진출까지 중소기업이 실무적으로 갖는 겪는 어려움이 많은데요. 제가 실제로 베트남에 인증 심사를 시도한 적이 있었어요. 평소 베트남이라면 우리나라에 우호적이고, FTA까지 성사됐으니 큰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현지에서 부딪히니 베트남 정부 기관의 요구가 꽤 많았죠. 우선 별도로 베트남 정부 기관에 업체 등록을 해야 하고, 현지인 5명을 심사원으로 채용해야 하는 등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됐어요. 물론 일이 생기면 당연히 사람도 써야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너무 큰 도박이었어요.

해외로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이 실무적으로 잘 모를 수밖에 없는데, 디테일한 정보와 금액 지원, 현상 파악 등 정부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더 이상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닌, 남에게 줄 수 있는. 지원받던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겪으며, 세계 경제를 나름 주름 잡는 데까지 오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남경호 한국시스템인증원 대표는 어려운 시절 타인의 힘을 빌려야만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을 보고 열심히 노력해, 이제는 타인에게 심사해줄 수 있는 상황까지 바라보고 있다. 우뚝 솟은 대한민국처럼 남 대표의 꿈도 분명히 솟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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