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급등기, 최대 주주가 단번에 팔면 ‘대폭 하락장’

2007년 로비 사건 당시 팬텀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화면(사진=팬텀 엔터테인먼트)
2007년 로비 사건 당시 팬텀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화면(사진=팬텀 엔터테인먼트)

[CEONEWS=오영주 기자] ‘2007년 PD 뇌물 사건’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조세포탈 혐의로 크게 물의를 일으켰던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팬텀엔터테인먼트 회장 이 씨는 방송 관계자들에게 수십억 원대의 주식 로비를 하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어지럽혔다.

그런데 당시 사건의 중심이던 그가 상장사 ‘에이엔피’로 복귀했다. 지난 3월 30일, 에이엔피 측은 “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이 회장은 2006년 4월 의류 제조업체인 ‘팬텀’의 지분 69.3%를 인수한 뒤, 차명으로 보유 중인 주식 90여만 주를 방송계 거물급 인사들에게 뿌린 정황이 확보됐다. 이에 검찰은 이 회장이 자신의 측근인 또 다른 이 씨를 통해 방송계 인사를 3등급으로 나눈 후에, 등급별로 최대 무료에서, 적게는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주식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팬텀 주식은 대부분 2,000원대에서 거래됐다.

방송·연예계를 헤집어 놓은 이 씨가 겨우 15년 만에 상장사로 조용히 복귀했다. 그의 새로운 목적지는 거래소 기업 ‘에이엔피’다. 에이엔피는 언뜻 봐서 탁월한 선택지처럼 여겨지지는 않는다. 5년 연속 영업적자가 계속돼, 시장의 눈길을 받은 지 너무나 오래된 기업이다.

그러나 에이엔피 같은 기업은 단순 주가 논리로 접근하는 ‘기업사냥꾼’에겐 ‘껍데기 회사(Shell)’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맛있는 저녁 메뉴가 될 수 있다. 

에이엔피의 총발행주식 수는 2.233만 6,409주인데, 2022년 2월 24일 기준 종가 1,945원으로 시가총액 434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사냥꾼은 힘을 합쳐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을 목표물로 선택한다. 특히 시가총액 500억 원이 안 되는 기업의 경우에는 기업사냥꾼에게 먹히기 십상이다. “낮은 시가총액이 주가 손대기에 부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한계에 다다른 상장사의 대주주는 기업사냥꾼의 유혹에 흔들릴 위험이 높다. 아무래도 작은 시가총액의 상장사를 고가에 살 위인이 없고, 정상적인 경영권 양수도를 통해 가져가는 매수인 또한 상식적으로 없다.

4월 18일 오후 2시 기준 에이엔피 주가(사진=CEONEWS)
4월 18일 오후 2시 기준 에이엔피 주가(사진=CEONEWS)

시가총액이 낮고, 현재의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에 엑시트를 꿈꾸는 상장사의 대주주는 대개 경영권 양수 계약도 공시하지 않는다. 기업사냥꾼의 계략은 우선 본인들을 등기임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살포시 대문을 열어둔다. 이후 기업사냥꾼이 일정 기간, 일정 목표의 주가로 견인하면, 대주주는 조용히 주식을 매도 처분한다.

이어 기존의 등기임원을 사임시키고, 기업사냥꾼 편인 등기임원만 남아 해당 상장사는 기업사냥꾼의 온전한 사유물이 된다.

에이엔피와 이 씨가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최근 에이엔피의 주가 흐름은 지난 2월 24일 장중 1,920원으로 저가를 찍었다. 그런 주가가 4월 5일 장중 고점 3,120원을 기록하며 두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62.5%의 급등을 기록했다. ‘만년 적자기업’인 에이엔피라서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높은 실적을 기록해 파티라도 벌여야 할 듯싶지만, 뒷배경은 수상한 냄새가 난다. 최근 에이엔피는 적자사업을 물적분할했다. 부진한 사업을 자회사로 넘긴 것이다.

지난 4일 에이엔피는 “PCB 제조 사업 부문을 분리해 신설회사 우진을 설립하는 물적 분할을 종료했다”고 공시했다. 에이엔피가 우진을 100% 지배하는 물적 분할 방식이었다. 여기에 신사업까지 추가했다. NFT(대체불가능토큰)와 엔터테인먼트를 신사업으로 추가한다고 공시한 것이다.

에이엔피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게임 개발을 비롯해 블록체인, NFT, 방송ㆍ음반, 디지털콘텐츠, 웹툰, 연예 기획 등 총 14개 항목을 정관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17년 전 수십 배의 주가 폭등의 한복판에 있던 팬텀의 이 모 씨를 등기이사로 앉혔다는 것이다.

한 언론 매체는 에이엔피에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는 NFT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신규 인력 등 준비, 진행 상황과 주가 급등기를 틈타 최대주주인 전운관 회장이 지분을 장내에서 처분할 계획은 없는지를 질의했다고 밝혔다.

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뇌물 주고 그 리스트를 불어버린 장본인과 엔터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도 함께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에이엔피의 핵심 등기임원이자 공시책임자인 박 이사는 문자를 통해 “서울 사무실에 질문을 전달한 상황”이라고 전달하고 특별한 답변을 남기지 않았다.

거래소기업 에이엔피가 5년 연속 적자인 상황에서, ‘팬텀의 이 씨’를 등판시켰다. 그리고 혹 떼어내기 물적 분할과 NFT와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에이엔피가 그로 인한 이상 주가 급등기를 누리고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주식 급등기에 최대 주주인 전운관 대표가 주식을 장내 처분한다면 주가는 폭락할 것이다. 이로 인해 에이엔피에 올라탄 주식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교란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전 씨 측 임원들이 사임하고 이 씨가 경영권을 취득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무자본 M&A에 해당한다는 것. 에이엔피를 금감원과 거래소, 관계 당국이 노려보는 이유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주식시장 거래내용 등에 대해 정밀 조사를 착수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에이엔피 일봉 그래프는 지난 12일과 14일, 장대 음봉을 찍었다. 이에 따라 단기 이평선(이동평균선)은 역배열로 전환됐다. 자칫 그래프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주식 투자자들이 항상 두려워하는 ‘작전’이 시작된 걸까? 팬텀의 이 씨가 복귀가 부디 또다른 뇌물 혐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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