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장인’ 박철민의 블랙 코미디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포스터(사진=나인스토리)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포스터(사진=나인스토리)

[CEONEWS=최재혁 기자] 대학로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 잘생기고 예쁜 청년 연기자의 퍼포먼스,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 마음 편히 박수치고 웃으며 걱정거리를 한 번에 날려 보내기 등 모두 장점이자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춘의 전유물인 ‘대학로 연극’이라고 해서 중년이 없는 건 아니다.

 

‘늘근’ 배우의 이야기 

충무로의 대표 감초 연기자 ‘박철민’ 배우는 등장할 때마다 코믹한 애드리브로 보는 이를 웃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베토벤 바이러스’, ‘뉴 하트’, 영화로는 ‘위험한 상견례’, ‘화려한 휴가’, ‘또 하나의 약속’ 등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엄청난 연기 경력을 자랑한다.

박철민 배우하면 능청맞은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우스꽝스럽고 왠지 모를 귀여운 아저씨(?) 느낌이 떠오른다. 한 편에선 ‘자신만의 캐릭터에 갇혀버렸다’는 말도 있지만, 화려한 휴가와 또 하나의 약속으로 우스꽝스럽지만은 않은, 진지할 때 더 빛나는 배우로서 인정받았다.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공연 모습(사진=나인스토리)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공연 모습(사진=나인스토리)

대학 시절부터 단과대 학생회장과 총 학생회장 권한대행까지 맡을 정도로 열혈 운동권으로 이름을 날린 박 배우는 연기를 하면서도 돌아가는 세상을 놓을 수 없었다. 예술인으로서 할 수 있었던, 예술인만이 할 수 있었던 해학을 펼치며 세상의 부끄러움을 지적하고 저격했다.

그런 박 배우가 대학로에서 연기 경력 약 40년을 바탕으로 연극을 공연 중이다. 대학로 연극의 전유물인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블랙 코미디’로 말이다.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공연 모습(사진=나인스토리)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공연 모습(사진=나인스토리)

‘늘근’ 도둑의 이야기

어떤 정치인의 말처럼 나라에 도둑이 너무 많다. 겨우 땅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비행기를 회항하고, 유명인인 자신을 몰라봤다고 소리치고 물건을 부셨으며, 기업의 막대한 재산을 분식회계와 횡령을 일삼고, 하물며 나라를 훔치면서 겨우 “잘 몰랐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이처럼 수많은 작고 큰 범죄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처벌은 미미하다. 오히려 작은 범죄일수록 큰 형량이 선사되고, 큰 범죄일수록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풀어주기 급급하다. S기업의 모 부회장(?)과 전임 대통령(?)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커튼콜(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커튼콜(사진=최재혁 기자)

‘더 늘근 도둑’과 ‘덜 늘근 도둑’은 어느 거대한 저택에 침입한다. 딱 보기에도 화려한 금고와 수많은 그림 작품(?)이 모여 있는 이 곳이 누구의 집인지 모르겠다. 사실 도둑인 그들에게 집주인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모아놓은 재산만이 관심 있을 뿐.

두 도둑은 무사히 도둑질을 마친 듯해, 한숨 돌리며 술판을 벌인다. 옛날 얘기를 하고, 나라 걱정하며 신나게 떠들고 논다. 이들을 연기한 노진원, 박철민 배우는 신나게 떠들고 놀며 관객과 소통한다. 박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세련된’ 애드리브도 무한정 터진다. 박 배우의 신들린 듯한 애드리브 호흡에 관객이 따라가다 보니 호흡곤란이 올 정도다. 

자꾸만 큰 소리로 웃고 떠드니 들킬 수밖에. ‘늘근 도둑들’은 경찰인지, 검찰인지 모를 사내에게 잡혀 취조 당한다. 나를 잡아서 신상을 캐묻는데,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참 대한민국 관공서 스타일 멋지다.

취조관이 아무리 무섭게 다그쳐도 이에 굴복할 늘근 도둑들이 아니다. 자꾸 장난치며 취조관의 호흡을 빼앗고, 능청스럽게 관객과 소통하며 재잘거린다. 

이처럼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90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마냥 코믹한 연기가 아닌, 해학과 풍자가 가득하며 센스있는 배우의 애드리브로 이루어진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는 매일 대학로 아트포레스트에서 만날 수 있다.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커튼콜(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커튼콜(사진=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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