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사랑받으며 ‘예매율 1위’
‘젊은 커플’ 눈·귀 사로잡은 달콤한 매력

연극 옥탑방고양이 포스터(사진=레드앤블루)

[CEONEWS=최재혁 기자] ‘대학로 연극’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작품은 ‘옥탑방 고양이’가 아닐까. 원작인 소설을 연극만의 재해석으로 멋지게 변신시켜, 10년 넘게 대부분의 예매처에서 예매율 1등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이토록 큰 사랑을 받고 있을까.

연극 옥탑방고양이 공연 실황(사진=레드앤블루)

“여기 내 집이야!”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한 ‘정은’은 성공한 드라마작가의 꿈을 꾸고 있다. 비록 옥탑방이지만, 서울에서 영감을 찾으며 여기저기 각본을 찔러볼 생각이다. 그런데 웬 남자가 찾아와서 황당한 말을 전한다. “여기 우리 집인데요?”

‘나만의 집’을 세우기 위해 건설 현장을 뛰어다니는 ‘경민’은 계약한 집에 이상한 여자가 사는 걸 보고 당황한다. 이제 막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발을 디뎠는데,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알고 보니 부동산 중개인이 ‘이중 계약’을 해버린 탓에 옥탑방의 임차인이 두 명이 된 것이다. 게다가 중개인이 45박 46일 동안 유럽으로 떠나, 속수무책인 지경이다.

할 수 없는 둘은 서로 “여긴 내 집이야!”라고 외치면서 언성을 높이며 옥신각신한다. 하지만 별수 있나. 정은이 이미 집에 들어간 상황이라 경민은 밖에서 서성거릴 뿐이다. 그때 정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람을 불러 열쇠를 따버린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집이 사라져버린 정은은 난처하지만, 경민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현한다.

언제까지고 상대의 눈치 보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경민은 낯 뜨거운 협상을 제안한다. “같이 삽시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에 일단 거절하는 정은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결국 둘은 좁은 방 안에서 한 줄로 선을 쭉 긋고 ‘계약 동거’를 시작한다.

연극 옥탑방고양이 공연 실황(사진=레드앤블루)

통통 튀는 연출...세련된 무대 활용

동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둘의 눈빛은 분노에서 사랑스러움으로 서서히 변한다. 젊은 남녀가 붙어있으니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한 집을 두고 펼쳐지는 둘의 치졸한(?) 전투나, 이내 사랑에 빠지는 흐름이 꽤 달콤하다. 워낙 선남선녀인 배우가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쳐 더 그런 게 아닐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귀여운 정은과 큰 키와 단단한 몸매에 ‘바퀴벌레’를 극도로 무서워하는 경민의 모습은 관객의 흐뭇함을 절로 불러왔다.

연극의 매력이 참 많겠지만, 그중 하나는 애드리브와 관객 소통이 아닐까. 극 중 서브 배우로 등장하는 고양이 ‘뭉치’는 극이 펼쳐지는 내내 열연을 펼쳐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공연 전 관객에게 “제가 연예인 누구 닮았는지 아시는 분?”이라고 묻자, 한 관객이 “(개그맨) 이상준이요”라고 하니 발끈하며 인정했다(?). 이후 배우는 극이 끝날 때까지 ‘이상준’으로 불렸다.

게다가 젊은 커플 관객이 많은 옥탑방 고양이 특성에 따라 최신 유행어를 사용하고, 짐짓 애교 섞인 행동과 거침없는 순발력으로 시종일관 웃게 했다. 다른 연극에 비해 유독 빈 자리가 없는 객석과 젊은 연령층이 가득한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연극 옥탑방고양이 공연 실황(사진=레드앤블루)

무대 활용도 인상적이었다. 대학로 연극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탓에 무대 활용이 한정적이다. 그러나 창의성을 발휘한 연출진은 세트를 여닫으며 2개의 공연장을 만들어냈다. 이 또한 보는 맛이 다양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옥탑방 고양이는 명성에 걸맞게 통통 튀는 매력과 연극의 ‘정석’이라고 할 정도로 모범적인 연출, 연기를 선보였다. 아마 연극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가장 알맞은 접근성이 아닐까 판단된다.

이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12년 동안 쭉 이어져온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매일 대학로 ‘틴틴홀’에서 만날 수 있다.

연극 옥탑방고양이 공연 실황(사진=레드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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