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지배구조 개편...더 나은 기업 문화 꿈꿔
꿋꿋한 ‘뚝심’으로 미래 먹거리 선점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CEONEWS=최재혁 기자] 삼성·현대·LG·롯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그룹은 왠지 모르게 구세대의 전유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최태원의 SK는 통신사업 때문인지,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던 야구단 때문인지 젊고 명랑하게 느껴진다. 그룹의 이미지는 단순한 광고로 체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과연 최태원 SK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어떤 노력을 했길래 그룹을 이리 높이까지 이끌 수 있었을까?

1998년 8월 26일 회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최태원, 손길승(사진=SK그룹)

사촌 형 넓은 양보 덕, 회장 등극

1960년 경기도 수원에서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의 장남이자,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조카로 태어났다. 이후 무난히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시카고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통합 과정을 수료하며 경영인으로서의 준비를 끝마쳐갔다.

학업을 마치던 최 회장은 1988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씨와 결혼하며, 살아있는 권력과 한배를 타게 됐다. 이후 1992년 SK 상사에 부장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그룹 내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기 시작했고, 곧장 상무를 거쳐 SK그룹 부사장직을 맡은 후 회장에 선임된다. 

최 회장의 선임 시기였던 1998년은 SK그룹 격동의 시기였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경영권에 관해 어떠한 유언도 없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며 그룹은 혼란에 빠졌다. 애초 SK그룹의 경영권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은,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을 피하고자 크나큰 결정을 내렸다.

“우리 형제 가운데 태원이가 가장 뛰어나다”고 말한 최윤원 회장은 사촌 동생 최태원을 후계자로 추천했고, 일인자가 추천한 이인자를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 최 회장이 만장일치로 경영권을 승계하게 됐다. 그토록 커다란 가슴을 가졌던 최윤원 회장은 승계 2년 만에 폐암으로 요절하며 안타까운 사연을 남겼다. 

최 회장은 1998, 39살에 그룹 회장직에 오르게 됐는데, 대한민국 대기업 총수 중에서 무척이나 젊은 축에 속했다. 업계에서는 젊은 나이부터 그룹을 이끈 덕에 밝고 젊은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2019년 1월 15일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 모습에서 최태원 회장이 밝게 웃고 있다(사진=청와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하겠다”

최태원 SK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그룹의 사업 영역을 정유와 통신을 넘어 반도체까지 확장하며 완벽한 전환점을 이뤘다.

그는 앞서 2010년부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는 국내 통신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과
같은 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이디어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같은 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지인에게 “반도체 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얘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눈독 들이기 시작했다.

열린 경영인답게 곧바로 반도체 공부를 시작한 최 회장은 1년 가까이 반도체에만 파고들며 2010년 말 마침내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중을 그룹 이사진에게 밝혔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 기업인 하이닉스의 시너지는 최 회장이 구상한 완벽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화였지만, 그룹 고위 임원진이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반대의 이유는 너무도 높은 인수 금액과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하이닉스의 가치 상승에 대한 의문이었다. 

우선 첫 번째 이유인 인수 금액은 당시 돈으로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금액이었는데, SK그룹에서도 쉽게 낼 수 없는 액수라 부담이 컸다. 또 통신업계 부동의 1위였던 SK텔레콤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한데 불필요한 도전을 할 필요 없다는 것과 하이닉스가 정체하지 않고 지속 성장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던 이유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다운 ‘뚝심’을 선보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탁월한 선택으로,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까지 확보하면서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경쟁사인 인텔을 상대로 10조 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성사한 배경에도 최 회장의 결단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다수를 차지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9년 4월19일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과 함께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지배구조 개편·SK텔레콤 회장

최 회장은 자신의 판단으로 큰돈을 벌어들인 SK하이닉스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활용하기 위해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우선 SK하이닉스를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만들어 공정거래법상 제한을 받지 않고,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2021년도 임원인사를 통해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에게 SK하이닉스 부회장 자리까지 맡기면서 예측은 현실로 이루어지는 듯하다.

이후 2022년 3월 최 회장은 SK텔레콤 회장을 맡으며 4차 산업혁명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는 SK텔레콤에서 미등기 이사로 활동하지만, 그룹 총수의 겸직은 경영진과 이사회를 뒷받침하는 조력자 역할에 충분하다.

회장 선임 전 달에는 SK텔레콤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 “글로벌 인공지능 회사로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도전을 위한 기회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SK텔레콤의 도전에 함께하겠다”며 회장 선임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만약 SK텔레콤이 인공지능 시장 선점에 성공하게 된다면, 그룹 내 ‘ICT(정보통신기술)’ 사업이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이에 최 회장의 생각은 SK텔레콤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성과를 먼저 이뤄낸 후, 그룹 전체의 인공지능 사업과 디지털 혁신의 가속화를 끌어내겠다는 뜻이다.

2020년 7월 7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포즈 취하는 모습(사진=SK그룹)

SK 기업 정신...‘사회적 가치 창출’

최 회장의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업 정신으로 새겼다.

코로나19로 사업 불안정성이 커지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면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는 SK그룹의 전통적인 에너지사업으로는 더는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우므로,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기업가치를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0년 6월 발간한 ‘2020 SK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최 회장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데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지속 가능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며 “SK는 기업과 사회,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의 비중을 50%까지 늘리기까지 했다. 핵심성과지표는 최 회장이 직접 도입한 지수로, 계열사 CEO의 사회적 가치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거친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한 그만의 확고한 철학으로, 2019년부터 꾸준히 회사별로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산출한 후 공개한다. 최 회장은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가 아닌, ‘착하게 돈 벌기’를 추구하며 기업의 방향성을 바꿔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업무환경과 산업현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SK그룹은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변화된 모습을 띠고 있다.

지난 2020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최 회장은 “각 관계사가 위기 돌파를 위한 생존조건을 확보하고 근무 형태 변화의 경험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한 계기로 삼아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한 달간 재택근무를 경험한 그는 “환경에 관한 지속적 연구와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체계적 워크시스템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이후로도 SK그룹은 상시 유연근무제 시행, 화상 면접을 통한 비대면 채용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변화된 세상을 마주 보며 기업 문화를 바꿔나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9년 12월1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음식점에서 SK그룹 직원들과 제 98회 행복토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K그룹)

ESG 경영 통해 기업 문화 이끌어

“기업도 이제는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구실을 해야 한다. 저 역시 기업인으로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고 적극 실천하겠다”

최태원 SK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2020년 열린인문가치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SK그룹을 태양광,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ESG 경영’을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로부터 계열사 경영진을 끊임없이 다그치며, ESG 경영요소를 사업모델에 반영함과 동시에 경영전략으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강한 의지는 조직개편에서부터 보인다. 최 회장은 2021년도 SK그룹 조직개편을 통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거버넌스위원회가 출발했다. 이는 그룹 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한껏 높이기 위해서다. 또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화학·에너지위원회를 폐기하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했다.

최 회장은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변화가 빨라지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각 사업 분야의 경영방식과 사업모델을 밑에서부터 바꿔내는 ‘딥체인지’ 실행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SK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에너지와 바이오,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하겠다는 목표까지 확고히 설정했다. SK그룹은 2021년까지 반도체와 소재를 포함해 정보통신기술(ICT), 미래모빌리티, 에너지 신사업, 헬스케어 등 5대 분야에 80조 원을 투자한다.

이중 SK하이닉스의 힘을 이용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그룹에서 ‘제2의 반도체’ 역할을 해 줄 유망사업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떠오르는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등 관련 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0년 6월23일 경기도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한 발표를 들으면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0년 6월23일 경기도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한 발표를 들으면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SK그룹)

최 회장은 기업의 문화를 바꾸고, 직원들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 상승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2020년 SKMS 개정식에서 “SK그룹의 경영 지향점을 지속 가능한 구성원 행복으로 정립하고 ‘VWBE(자발적·의욕적 두뇌활동)’를 통해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그룹 경영헌장인 SKMS를 개정했다”며 “SKMS는 함께 실천하기로 약속한 우리의 믿음과 일하는 방식인 만큼 새로운 SKMS를 나침반으로 삼아 행복 경영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자”고 선포했다.

직원의 행복을 목표로 하는 경영인이 얼마나 흔할 것인가. 최 회장이 꿈꾸는 경영, 기업 문화, 사회 등이 무척이나 만족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그의 방향성이 흐트러지지 않길 바라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SK그룹이 언제나 당당하게 느껴지도록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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