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샘 신인건 대표, 사진=최종원 기자)
(술샘 신인건 대표, 사진=최종원 기자)

전통과 현대를 잇는 양조장, 술샘

[CEONEWS=최종원 기자] ‘붉은 원숭이’와 ‘술취한 원숭이’, 이런 이름에서 어떤 것이 연상될까? 

이 제품들은 경기도 농업기술원으로부터 홍국 발효주 제조기술을 이전받아 제조하게 된 막걸리다. 술 원료는 누룩곰팡이(monascus purpureus)로 발효 시켜 만든 ‘홍국’을 사용하여 붉은빛을 띈다. 홍국은 전통적으로 약술, 곡주(穀酒)를 담그는 데 사용하는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모나콜린 K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서 건강을 생각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좋은 재료로 술을 빚는다고 하니 약간의 안심(?)이 든다. 빨간색 막걸리라니 뭔가 트렌디해 보인다. 게다가 일반적인 플라스틱병이 아닌 유리병에 담아서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술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는 레이블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게 한다. 대량으로 제조하는 여느 막걸리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梨花酒)’를 들어본 적이 있나?’

梨花(이화)에 月白(월백) 고 銀漢(은한)이 三更(삼경)인 제
一枝春心(일지춘심)을 子規(자규)ㅣ야 아라마 
多情(다정)도 病(병)인 냥 여   못드러  노라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저녁, 하늘에 활짝 뜬 달과 은하수가 흐르고 하얀 배꽃에 달빛이 곱게 비치는데 가지에 깃든 봄의 마음을 두견새가 알 수 있겠냐만 님을 향한 마음에 잠 못 들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고려 후기의 문신(문신)인 이조년의 시조로, 봄날 밤의 애상적인 정취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 고려시대 때부터 부유층이나 사대부가에서 나이 많으신 분들의 간식거리나 아이들이 배앓이를 할 때 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화곡’이라고 하는 누룩에 멥쌀을 가루 내어 반죽 형태로 만들어 내는 이화주는 흡사 요거트 같은 형태로 먹기 때문에 ‘백설향(白雪香)’이라고도 하는데 동국이상국집이나 한림별곡, 임원경제지, 양주방, 역주방문, 요록 등 고문헌에 ‘이화주’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서민보다는 여유 있는 양반 가문에서 음용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고문헌의 내용을 바탕으로 선조들이 즐겼던 우리의 술을 복원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과 다양한 술을 빚고 있는 술샘 양조장의 신인건 대표를 만났다. 

(경기도 용인 술샘 양조장 전경, 사진제공=양조장)
(경기도 용인 술샘 양조장 전경, 사진제공=양조장)

Q. 어떻게 전통주를 접하게 되었고 사업으로 전개하셨는지 궁금하고요. 술샘에서 출시하는 제품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요?

A. 기계와 건축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왔고 한국의 술이 관심을 받기 전부터 은퇴 이후의 준비를 하면서 농사를 지으면서 술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취미로 양조를 하기 시작했는데 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2012년에 가양주 연구소라는 곳에서 전통주 입문 과정서부터 소믈리에 과정과 증류를 다루는 디스틸러 과정 등에서 전반적인 한국 술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누룩에 따라서 술의 맛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함께 술을 빚는 도반들과 누룩을 연구하면서 지금의 술샘 양조장을 열었습니다. 

처음부터 조금은 다른 시장을 보면서 출발했습니다. 술은 고문헌을 기초해서 만들지만, 현재의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서 제공하도록 기획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려시대부터 양반가에서 즐겼다고 알려진 ‘이화주’를 출시했고요. 일반적인 막걸리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이 되어 원숭이해를 기념해서 ‘붉은 원숭이’와 ‘술 취한 원숭이’를 출시하면서 술샘 양조장의 아이덴티티를 시장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다른 양조장과는 다르게 저희는 증류주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2천 병의 소주 납품을 의뢰받아서 우여곡절 끝에 기적적으로 납품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천운이었죠. 그래서 하늘과 땅이 도운 술, 용인에서 태어나서 용처럼 승천해 보자는 의미로 ‘미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미르는 순수 우리말로 ‘용’을 뜻하지만, 러시아어로 ‘평화(peace)’ 또는 ‘세상(world)을 의미합니다. 술샘으로 세상을 대동단결 시키겠다는 의지이죠. (웃음) 

이밖에도 리큐어(알코올에 과실,과즙 등을 넣은 혼성주)와 약주, 청주 그리고 진까지 다양한 술들을 빚고 있습니다.  

새로운 우리술, 전통주 시장개척의 선도적인 기업

와인뿐만 아니라 한국술에도 정통한 최정욱 소믈리에는, “고객과 항상 소통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술샘의 스마트함에 놀라곤 합니다. 이미 전통주의 고객은 젊은 층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그들은 목 넘김이 좋고 깔끔한 향을 좋아하는 층이 많습니다. ‘서설’ 청주는, 생선류나 전류 같은 담백한 음식과 정말 잘 어울리고요. ‘술샘16’은 오미자를 모티브로 만들어서 여성분들이 좋아하시고, ‘술샘19’ 경우는 강황 성분이 들어 있어서 남성에게 많이 어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병과 레이블 디자인이 모던한 느낌이라서 유니크 한 술을 찾고 싶어하는 분들께는 잘 어울리기 때문에 술샘 양조장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한다.   

Q. 전통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청년들이 전통주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 합니다.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선도적인 중견기업으로 만들어 오셨기 때문에 마케팅을 비롯한 브랜딩에 관련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처음 술에 관심을 둔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일반인들의 한국 술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했고요. 전통주 시장이 체계화된 산업도 아니었습니다. 술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전통 누룩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함께 한 분들과 의기투합해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죠. 처음부터 현재 상황을 염두하고 마케팅과 브랜딩하지는 않았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생계를 걱정해야 했고요. 술을 만드는 과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과정을 반복 해야 하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죠. 

다만, 분명히 한국의 술에 관심이 올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한 전통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술의 맛과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원숭이해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붉은 원숭이, 술취한 원숭이’도 그렇고요. 청주인 ‘서설’의 레이블도 처음 내린 하얀 눈밭을 걷는 것을 모티브로 담아냈습니다. 술에 대한 부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전통을 베이스로 꿀샘16, 술샘16, 술샘19처럼 젊은 고객이 원하고 좋아하는 술을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통주로 불린 한국술의 힘든 시기를 겪고 온라인 판매가 시작된 것처럼 시장과 상황이 바뀌는 것에 대해 빠르게 대체하는 능력이 중요하고요. 그리고 술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내가 많은 분이 도전하시면 좋겠습니다.  

(술샘 대표 제품. 제공=술샘 양조장)
(술샘 대표 제품. 제공=술샘 양조장)

Q. 양조장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에서 인재양성에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많은 젊고 전문적인 양조직원들이 술샘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직률이 상당히 적다고 들었습니다. 

A. 직원들은 가양주 학교 등 전문 교육기관에서 양조를 공부한 우수한 인재들이 전문적으로 다양한 주종과 다양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직원들이 업무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직원들과 함께하다 보니 직원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되면서 양조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되는 장점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만큼 술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많은 곳도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저는 전국 각 지역에 우수한 재료들로 술을 만드는 양조장을 건립하는 게 꿈입니다. 지금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조금씩 성장하게 되면 그곳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지금부터 훈련하 며 성장한다고 생각하니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죠.

(신지연 팀장, 신인건 대표, 사진=최종원 기자)
(신지연 팀장, 신인건 대표, 사진=최종원 기자)

2030 세대를 위한 젊은 피의 활약

코엑스에서 진행하는 서울 국제주류 & 와인 박람회 같은 우리의 술을 알릴 수 있는 장소에는 언제든지 나타나는 술샘양조장의 신지연 팀장은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지 4년여 정도 되었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Q. 신지연 팀장님께서 술샘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고요, 아무래도 연령대가 비슷한 2030 세대의 니즈를 가장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계시고 사업을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A. 학교를 졸업하고 술샘에 합류한 시점은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퇴임 후에 취미생활로 누룩과 술을 빚으셨을 때부터 관심 있게 봐왔기 때문에 술샘의 업무에 자연스럽게 적응되었습니다.  

기존의 방법으로도 홍보하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 행사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남성 매거진 GQ 코리아 매체를 통해서 한강주조와 함께 그동안의 잘못된 술문화를 선도하며 풍류가 있는 우리술 문화와 올바른 휴식이란 의미를 담아 ‘직휴 막걸리’를 출시하면서 2030의 젊은 감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모토처럼 기본적인 부분은 지키면서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다가 가려고 합니다.

(술샘 양조장의 대표 제품과 신지연 마케팅 팀장, 사진=최종원 기자)
(술샘 양조장의 대표 제품과 신지연 마케팅 팀장, 사진=최종원 기자)

Q. 신 팀장님의 전통주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요? 

A. 이제는 ‘우리의 술’을 지칭하는 것부터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주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확산할 만큼 우리나라 술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술이 많습니다. 
해외 주류시장에서는 자국 농산물을 이용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영국의 위스키는 380만 톤을 생산하면서 68조 원의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고 프랑스 와인도 460만 톤을 생산하면서 120조 이상의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기술개발로 생산 단가를 낮추고 국내의 질 좋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 우리 술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세계화를 주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8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 ‘미르’ 

201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우리 술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매년 우수 제품을 선정하여 시상을 하는 국가 공인 주류 품평회이다. 탁주, 약ㆍ청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 주류 등 총 5개 부문에서 부분별로 3종을 대상ㆍ최우수상ㆍ우수상으로 나누고 대상작 중 1점을 대통령상으로 선발하게 된다. 

이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다가온 우리의 술을 통해서 우리의 술 문화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닌 ‘대화를 위한 술’, ‘풍류를 위한 술’이 되기 위해서 술샘 양조장의 제품들처럼 스토리가 녹아든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2018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으로 선정된 ‘승천하는 용, 미르’ 한잔하면서 풍류를 즐기고 싶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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