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 통해 바른 인성, 경영 배워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선점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CEONEWS=최재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지 포브스에서 발표한 '2021 한국 부호 순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39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3,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12위에 있다. 창업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현대의 주력 상품인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 회장은 오늘도 현대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사진=현대그룹)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사진=현대그룹)

"정의선, 언젠가 중책 맡을 물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초대 회장의 외동아들로 태어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휘문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에 과장으로 입사했지만,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으며 착실히 공부했다.

더 많은 경험을 원했던 정 회장은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일하다, 1999년 현대자동차 상무이사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정 회장이 연령대가 비슷한 재벌 2·3세 경영인 중 인성에 관해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아버지들과 같은 상에서 아침밥을 먹으며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얼마나 성공적인 교육이었는지 몰라도, 할아버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생전에 어린 정 회장을 보고 "언젠가 중책을 맡을 물건"이라며 매우 총애했다는 소문이 팽배한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아서인지, 업계에서 인성과 실력을 인정받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일찌감치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 결정됐다. 학창 시절 경제학에 매진하고, 큰 문제 없이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실무부터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다 보니, 타 기업 재벌 2·3세보다 사회의 우호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전기차로 '2045년 탄소중립' 선언

정 회장의 현대차는 지난 9월 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IAA Mobility 2021)' 발표회에서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전동화 역량의 지속적인 확대는 물론 에너지 전환 및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미래 세대이자 탄소중립의 시대를 살아갈 첫 번째 세대인 '제너레이션 원'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앞당긴다는 것이 현대차의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2040년까지 차량 운행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75% 줄이고 이와 더불어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 등을 도입해 2045년까지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은 '아이오닉 5'다. 아이오닉 5는 현대자동차 전용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사용해, 배터리 1회 충전 시 최대 5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또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히는 긴 충전 시간은,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갖춰 350㎾급 초고속 충전 시 18분 만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아이오닉 5의 또 다른 특징은 'V2L(Vehicle to Load)' 기능으로,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하는 기능으로, '차박'시에 다양한 전자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은 현대 '포니' 시리즈의 디자인을 오마주해, 올드카 팬의 감성을 자극한다.

아이오닉 5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8,600대가 팔려, 테슬라 모델 3의 판매 대수인 6,300대를 넘어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등극했다. 또 지난 7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2만 4,744대를 기록해, 누적 판매량 3만 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2021 서울 모빌리티쇼 현대자동차 부스(사진=2021 서울모빌리티쇼)
지난 1월에 열린 2021 서울 모빌리티쇼 현대자동차 부스(사진=2021 서울모빌리티쇼)

완전 자율주행 기술 선점해, 서비스 선보일 예정

또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는 국내 최대 전시회인 2021 서울 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자율주행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미래 먹거리는 친환경 차와 자율주행 기술이다. 장웅준 현대차 자율주행 사업부장 상무는 보도 발표회에서 "현대차는 보편적 안전과 선택적 편의라는 개발철학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고객의 새로운 이동 경험 확장을 위해 내년 상반기 서울 도심에서 레벨 4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한 모빌리티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레벨 4는 주행 제어 주체와 발생하는 책임 모두 시스템에 있어, 대부분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부터 '로보라이드(RoboRide)'를 서울 도심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레벨 4 기술을 복잡한 도심에서 직접 검증하고,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한층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 목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로보라이드)를 통해 고객이 기술의 진보와 이동의 편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운영은 내년 서비스를 앞두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회에서 내년 시범 서비스에 투입할 '아이오닉 5' 자율주행차의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아이오닉 5는 국내 자율주행 환경에 적합하도록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모델로,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닌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한다는 디자인 콘셉트를 반영했다.

사이먼 로스비 현대 스타일링 담당 상무는 "포니의 대담한 디자인을 계승한 아이오닉 5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자율주행의 영역으로 확장할 가장 완벽한 동반자"라며 "전동화에 이어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경험과 가치를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1년 9월8일 'Korea H2 Business Summit' 창립 총회에 참석했다(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1년 9월8일 'Korea H2 Business Summit' 창립 총회에 참석했다(사진=현대차그룹)

역대 최대 규모 해외 투자 통해 '전기차 시장' 선점 노려

정 회장이 미국에 현대차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작년 6월 미국 출장길을 떠난 정 회장은 코로나19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같은 해 1월과 4월에도 미국 출장을 다녀오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6월 미국 출장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최종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앞서 정 회장은 5월 미국에서 전기차 현지 생산설비 및 생산량을 확충하고, 미래 모빌리티를 강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 한화로 약 8조 1,0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된 정책인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가파른 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돼, 이를 준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의 화끈한 이번 해외투자는 역대 가장 큰 액수로 밝혀졌으며,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당시 5년 동안 31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과 비교해도 2배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는 2000년대 각각 11억, 1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앨리배마 공장과 미국 조지아 공장을 지었다. 당시 신규 투자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자금을 미국에 새로 투자한 것인데,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앞서가기 위해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고 판단된다.

한편, 미국 동부에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을 위해 세운 합작회사 '모셔널'과 현대차가 인수한 로봇 전문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 등도 있다.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수상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수상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맥라렌, 다임러 이어 최고 영예 안아

정 회장은 영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카에서 매년 선정하는 최고 영예의 상 '이시고니스 트로피(이하 이시고니스)'를 받으며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토카는 1895년 세계 최초로 발간된 자동차 전문지로 영미권 독자 외에도 온라인판·국제판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매체로 알려져 있다. 오토카는 매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인물과 제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게다가 이시고니스의 역대 수상자로는 맥라렌 그룹의 '론 데니스 맥라렌' 회장과 메르세데스-벤츠의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 등 전 세계 유명 완성차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대거 포함돼 있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오토카 측은 정 회장의 수상 이유에 대해 "지난 10년간 현대차그룹은 세계 굴지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정 회장이 이런 변혁의 원동력이었다"며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흥미로운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정 회장 리더십으로 주요 선두 업체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고성능 N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등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분야에선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면서 "이제는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이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수상소감으로 "오토카 어워즈의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받게 돼 영광"이라며 "이 영예는 지속할 수 있고 고객 중심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통해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의 의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은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존재 이유로 고객을 위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인류 진보에 이바지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2년은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기울인 노력을 가시화해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한 해로 삼겠다"며 "새로운 시대의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동화 상품의 핵심인 모터, 배터리, 첨단소재를 포함해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생산-판매-고객관리' 등 모든 영역에서 '전동화 체제로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정 회장이 뱉은 이 말이 충만한 신뢰감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여태까지 보여줬던 믿음 때문이 아닐까. 그가 꿈꾸는 미래는 자꾸만 기대하게 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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