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칸딘스키가 선보이는 해체와 조화의 마술

칸딘스키와 모빌체험 전시회(사진=198도 미술관)
칸딘스키와 모빌체험 전시회(사진=198도 미술관)

[CEONEWS=최재혁 기자] 전시, 미술 등 평소에 접하지 못한 예술을 접할 때면 왠지 모를 어려움이 느껴진다. 피카소, 고흐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봐도 해괴하거나, 알쏭달쏭한 기분만 든다. 염치 불고하고 도슨트에게 작품의 배경 설명과 뜻을 듣지만, 워낙에 깊은 작가들의 심오한 세계는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칸딘스키와 모빌 체험 설명 책자(사진=198도 미술관)
칸딘스키와 모빌 체험 설명 책자(사진=198도 미술관)

쉽고 다가오는 설명...괴짜 칸딘스키의 매력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20세기 현대 회화의 장을 연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와 함께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잠만 자거나, 멍하니 그림만 쳐다본 기자는 '도스토옙스키는 알아도 칸딘스키는 처음 들어보네'라는 생각뿐이었다. 어찌 됐든 둘 다 러시아 출생이니 절반(?)은 맞춘 듯하다.

이름은 자주 들어본 피카소의 작품은 난해하기 짝이 없는데, 이름도 듣지 못한 칸딘스키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이 참 많았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뿐, 칸딘스키 체험 전시회의 도슨트를 맡은 임재이 198도 미술관 관장의 친절한 설명 덕에, 이름도 친근하지 않았던 칸딘스키와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칸딘스키 작품을 감상 중인 관객(사진=198도 미술관)
칸딘스키 작품을 감상 중인 관객(사진=198도 미술관)

어린 시절부터 일찍 천재로 인정받은 칸딘스키는, 이미 20대에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인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률 강사로 일하며 교수 제안을 받는다. 자국 최고의 대학에서 교수로 일할 기회를 특별히 걷어찰 일이 없을 듯하지만, 칸딘스키는 달랐다. 우연한 기회로 감상하게 된 모네의 건초더미를 본 후 '이런 그림을 그려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후 칸딘스키는 추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정석적인 그림이 아닌 색다른 시각에서 오는 다양성과 오묘한 조화, 점·선·면만을 이용해 자신의 메타포를 집어넣으며 한층 더 세밀한 작품을 그려낸다.

비록 남들과는 비교적 늦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특색있는 개성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그를 기억하게 됐다.

또 칸딘스키에게 미술과 음악은 각기 다른 예술로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듣고 느낀 음악을 미술로 표현하며 경계를 지우고자 했다. 특히 바그너의 음악에 취했던 그는 "회화도 음악과 같은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칸딘스키는 자신의 작품 '스카이 블루'에서 인물과 내용 중심이 아닌, 배경 그 자체에 집중했다. 파란 배경 속 미생물처럼, 물고기처럼, 또는 새처럼 보이는 이상하고 괴상한 물체들은 내 시선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칸딘스키는 기존에 상식처럼 존재했던 시각과 개념을 해체하며, 경계를 지우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모빌 체험 중인 관객들(사진=198도 미술관)
모빌 체험 중인 관객들(사진=198도 미술관)

귀여운 모빌 체험...알맞은 눈높이 설명

'칸딘스키와 모빌 체험' 전시는 칸딘스키 설명 1부, 모빌 체험 2부로 나뉘어 각각 진행된다. 총 1시간 30분 안에 모든 과정이 끝나야 하므로 은근히 시간은 촉박하다. 

기자는 1시간 동안 칸딘스키라는 인물과 작품 설명을 온전히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고등학교에서 사회 선생님으로 일한 임재이 관장의 알맞은 눈높이 수업으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이해가 쉬웠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찾는 체험 전시회다 보니 눈높이가 맞지 않으면 아이들이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 관장의 설명은 기자가 봐도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깔끔한 설명이었다. 또 자개를 이용한 모빌 체험도 상당히 귀엽고 간편했다.

최재혁 기자가 직접 만든 모빌(사진=최재혁 기자)
최재혁 기자가 직접 만든 모빌(사진=최재혁 기자)

기자는 전시회를 마친 임 관장에게 그토록 많은 전시 중에 왜 칸딘스키, 추상미술 전시회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그는 "추상미술을 쉽게 풀어서 좀 더 친숙하게 대중들에게 선보이고자 이러한 체험전시를 마련했다"며 "이번 바실리 칸딘스키 전시회 이후에는 파울 클레, 가브리엘레 뮌터 그리고 프렌츠 마르크 등의 추상화의 선구자들이자 독일 청기사파의 거목들을 순차적으로 전시하려는 계획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칸딘스키와 모빌 체험' 전시회는 홍대 198도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