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욱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최정욱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광명동굴을 와인 메카로 만든 소믈리에

[CEONEWS=최종원 기자] 1912년 일제강점기 당시,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개발한 광명동굴(가학리광산)은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후 근대화ㆍ산업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972년 폐광된 후 40여 년간 잠들어 있던 광명동굴을 2011년 광명시가 매입하여 문화와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다. 현재는 산업유산과 문화적 가치가 결합한 대한민국 최고의 동굴테마파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가 놀란 폐광의 기적을 이루었다. 

동굴 내부는 예술의 전당, 아쿠아 월드, 신비의 용 ‘동굴의 제왕’, 근대 역사관, 와인 동굴, 와인 셀러, 와인 시음장, 와인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굴 음악회’를 시작으로, 2013년 세계 최초 동굴 예술의 전당이 개관되었고 각종 문화 행사 개최로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광명동굴로 모여들면서 한국와인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와인 한 방울 나지 않는 곳이 어떻게 ‘와인의 메카’가 되었을까? 그 역사의 중심에 함께 있는 한국와인생산협회 최정욱 총무이사를 만났다. 

(최정욱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최정욱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Q. 총무이사님께서 한국와인생산협회에 부임하시기 전, 광명동굴 와인체험장의 책임자로 계셨는데요. 어떻게 광명동굴이 한국와인의 메카가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한국와인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2010년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하신 시장 후보께서 폐광이었던 ‘가학산동굴 개발’을 공약으로 새웠고, 취임한 뒤에 본격적으로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약 200m를 와인 전용 구간을 조성했습니다. 처음부터 한국와인을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우리나라에 와이너리가 몇 곳인지, 몇 가지 제품이 생산되는지도 몰랐으며 당연히 어떻게 납품받고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와인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에서 광명시에서는 소믈리에를 계약직 공무원으로 구하게 되었고, 공채과정을 통해 제가 합류하면서 농진청등에서 심사하던 한국의 와이너리들을 연락해 납품와인을 40여 종으로 확대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광명동굴의 한국와인판매는 큰 이슈가 되면서 점차 60여 와이너리의 210종의 한국와인을 판매하게 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고, 매년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 페스티벌’ 등 축제 개최와, 그에 따른 ‘광명 마루상 와인 품평회’,’광명동굴 한국와인 레이블 경연대회’,’광명동굴 한국와인 소믈리에 경기대회’ 등 한국와인의 발전을 위한 여러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퇴직하던 2019년 말까지 5년간 19만여병의 한국와인을 판매했습니다. 

이후로도 저는 한국와인의 종합판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한국와인을 알릴 수 있도록 영동와인터널 개발 컨설팅, 특급호텔(2019년 플라자호텔, JW메리어트 서울호텔 등)에 한국와인입점 진행, 한국와인을 레스토랑에서 소개하는 고메위크 행사 진행(2020,2021), 편의점 유통 입점, 전통주 전문가들에게 한국와인 판매 교육 및 특급레스토랑에서 한국와인 판매 컨설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와인을 알리기 위해서는 광명동굴 같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곳이 전국에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지역 농가를 활성화하면서 궁극적으로 한국의 와인산업과 식음료 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정욱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최정욱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Q. 한국 포도는 다년간의 품종 개량으로 식용 포도의 당도와 산미는 상당히 맛있는 수준인데요, 몇 년 전까지는 한국와인의 퀄리티가 아주 높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와인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A. 그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제를 먼저 말씀드려야 합니다. 우선 주질의 향상이 근래 급격히 이루어진 것은 맞습니다.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판매가 활발해지고 생산자들의 품질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제품들이 개발 생산된 것이 하나의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좋은 와인의 기준입니다. 이태리 식탁에서 이태리 와인은 더없이 좋은 와인입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음식과 프랑스 와인은 아주 적절합니다. 하지만, 한식을 위주로 한 식탁에서 서양식에서의 좋은 와인이 꼭 한식에서의 좋은 와인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와인들은 고추장, 간장소스를 베이스로 하는 한식, 그리고 찌개와 국, 김치가 위주가 된 한국 식탁에서 보조의 역할을 할 좋은 와인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와인의 질이 좋아지기 몇 년 전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와인이 품질이 좋지 않아 인정받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와인의 퀄리티도 향상이 되고, 디자인도 변모되면서 새롭게 평가를 받을 기회가 되어 지금은 좋은 평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와인교육 중인 최정욱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와인교육 중인 최정욱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Q. 안정된 한국와인의 퀄리티를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지 궁금하고요. 한국와인생산협회에서는 앞으로 한국와인을 해외나 국내에 알릴 방법을 어떻게 기획하고 계시는지요?  

A.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 와인 트로피’에서 한국의 와인들이 외국의 3,000여 와인들과 함께 경쟁해 골드 메달, 실버 메달을 수상한 사례들은 몇 년 전부터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생산하는 농민들이 언어와 여러 제약으로 해외품평회에 출품할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베를린와인트로피에 출품하여 수상한 와인 (영천 We 레드와인)이 있고, 영동의 샤토미소 와인이 사쿠라어워드라는 일본 품평회에서 두 종류의 와인이 골드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프랑스에서 열린 식문화사진전시회에서는 프랑스에 가져간 7종의 와인 중 5종이 화이트와 로제였고 2종의 레드 와인이었는데, 오히려 프랑스 현지인들은 제가 가져간 레드와인에 열광을 하였습니다. 매우 독특하고도 만듦새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는데, 김천 수도산의 ‘크라테’와 경주 예인화원의 ‘남산애’ 와인이었습니다. 지금은 각 지역의 와이너리에서 더욱 좋아진 퀄리티의 와인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아직 한국와인의 존재감이 낮고 접해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한국의 음식문화와 함께 소개하여, 한국와인과 한식을 즐길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한국와인생산협회에서는 작년부터 자조금 사업을 시작하였고, 다양한 시도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먼저, 소믈리에를 비롯한 소비자들이 한국와인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명회나 상설시음회를 운영하면서 직접 와인메이커와 소비자를 연결할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한국와인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 언론매체에 협회 회원사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유튜브와 같은 SNS의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서 와이너리와 생산품을 소비자들에게 전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경험한 것을 한식에 접목하려는 유명 셰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추구하시는 각 지역의 우수한 식재료를 이용한 메뉴와 어울리는 한국의 와인을 추천하여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 가려고 합니다.  

한국와인생산협회는 다양한 와인의 원료를 생산하는 농업인, 와인제조업자 및 유통업자, 와인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자 등 와인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뜻을 모아서 우리나라 와인산업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2009년 1월에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짧은 기간의 협회 운영이지만 품질향상을 위한 양조기술 교육과 기술교류를 통해서 와이너리 운영과정의 시행착오들을 많이 줄일 수 있고 새로 생기는 양조장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기존의 경험과 기술이 공유, 확산하여 더 좋은 와인이 출시되도록 돕고 있다. 협회의 목표는 상당히 뚜렷해 보인다. 한국에서 와인 소비가 느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생산된 과일로 발효해서 만든 주류 시장은 전체 와인 소비의 0.1%도 되지 않는다. ‘한국 와인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것’, 한국와인시장이 커지면 와이너리의 수입도 향상될 것이다. 국내 와인메이커들은 경쟁관계에 있지만 동시에 한국 와인시장을 키워야 하는 공동운명체여야 할 이유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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