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와인’ 세계와 어깨를 견준다

(그랑꼬또 김지원 대표, 사진=최종원 기자)

[CEONEWS=최종원 기자] 

인류의 역사를 움직인 자줏빛 유혹

1999년 10월,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려던 이란 대통령의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란 대통령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서 와인을 마실 수 없고 와인이 나오는 자리에도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프랑스 의전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와인이 없는 국빈 만찬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며 국빈 방문에는 격에 맞는 만찬이 따라야 한다고 해서 결국 이란 대통령의 방문은 ‘국빈 방문’에서 ‘공식 방문’으로 격이 낮아졌다. 

프랑스에서 와인은 국가적인 아이덴티티의 표현이었다. 오랜 역사 동안 와인을 통해서 인간관계와 동맹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왔으며 귀빈의 공식 만찬에 등장하는 레드 와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물로 대변되었다.   

이처럼 와인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와인이 있고, 상대적으로 뉴 월드와인으로 표현되는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의 와인과 호주와 뉴질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와인은 어떠한가? 

혹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이 생산되나?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아직은 와인의 역사가 20여 년 정도로 그 기간은 짧지만, 맛의 성숙도는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와인’, 우리나라는 주세법상 와인이 없기 때문에 과실주에 속해있는 주류 중 ‘와인’이라는 제조과정을 지킨 주류를 얘기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한국 땅에서 한국 농부가 재배해 생산된 과실을 파쇄 발효한 양조주’를 한국와인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외국에서 벌크로 들여온 포도 원액을 국내에서 병입한 ‘국산와인’과 구별할 수 있다.    

전통주와 한국와인을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최정욱 소믈리에는,  ‘한국와인’은 주세법상 전통주에 속하기도 하고 과실주에 속한 와인도 있다. ‘전통주’의 개념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고유한 주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좀 더 국가의 농업이라는 관점에서 분류된 것이 ‘지역특산주’라는 개념이다. 어느 특정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실이나 농산물로 만든 주류를 ‘지역특산주’로 분류해 전통주 카테고리에 포함했다. 또한, 대부분의 와인은 지역특산주, 즉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실로 만든 주류이기 때문에 전통주로도 인정받고 있다. 단, 같은 과실로 만들어도 여러 지역의 과실을 혼용해 사용한다면 지역특산주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전통주, 지역특산주는 재료가 되는 과실을 그 지역에서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와인생산자는 재료를 생산하는 농민 이기도 한데 좋은 과일을 직접 재배해서 그 과일로 와인을 만드는 것은, 아마 다른 사람이 재배한 쌀을 수매해서 술을 빚는 전통주들보다 훨씬 더 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더 깊은 고민이 담겼다고 말할 수 있다. 

2016년 2019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문에서 최우수상과 대상을 받으며 많은관계자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으며 2019년 한국과 스페인 정상회담, 한국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만찬주에 사용된 ‘청수와인’를 비롯한 명품 와인을 만들고 있는 대부도에 위치한 그린영농조합 김지원 대표를 만났다.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 전경, 드론 촬영=최종원 기자)

농가의 미래산업 활성화를 위해 와인에 미치다.    

오랜 기간 농협에서 근무한 뒤 직접 농업에 뛰어들기 위해서 과감하게 퇴직을 선택하고 복합 영농을 하던 중, 대부도 포도의 매력에 빠지면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포도나무가 자라기 위한 미네랄이 풍부하고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서해안 갯벌과 해풍의 영향을 받아서 껍질이 두껍고 단맛이 풍부하며 산미도 강하게 올라와 주었다. 많은 사람이 대부도의 와인 사업에 반기를 들었지만 김대표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만이 미래산업의 부가가치를 위해 발걸음을 시작했고 이제는 천천히 묵직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Q. 대한민국에서 와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술을 만드시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A. 80년대 초반부터 포도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전국으로 재배면적이 확대되었습니다. 우리 안산시에서는 90년도 중반부터 시범사업으로 포도즙과 같은 가공사업을 시작하면서 와인 사업에 대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조사를 통해서 와인 사업계획을 제출했으나 의회나 지자체에서도 사업타당성 조사를하며 상당히 심하게 반대를 했었습니다. 마침 그 당시 다른 지방의 와인 영농법인에서 30억 정도의 부도를 내면서 더욱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그대로 사업을 멈출 수 없었기에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서 드디어 2000년 초반에 원래 사업예산의 50%를 삭감된 상태로 어렵게 시작을 했습니다.

대부도에는 포도 농사를 짓는 농장이 700여 곳이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포도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정말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해외의 좋은 와인은 상당히 고가로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포도 농가의 미래는 와인을 만들어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Q.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생각하신 것만큼 사업 초기에 성과를 거두게 되었는지요?

A. 와인을 만들 설비를 갖추기는 했지만 와인을 만드는 기술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로 견학을 하러 갔습니다. 물론, 양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현지에서 일하는 사람을 설득해서 와이너리 곳곳의 시설물을 사진으로 촬영해왔고 이탈리아 설비 업체를 통해서 기계를 구매한다는 명분으로 현지 와이너리에서 재배와 와인 만드는 전체 공정을 보면서 배워왔습니다.   

2002년도에 직접 재배한 ‘캠벨얼리’라는 식용 포도를 수확해서 첫 제품을 생산했지만 와인이 주는 풍미와 감동은 하나도 없고 맛과 향이 전혀 밸런스가 맞지 않았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절대 와인 사업은 안된다고 수군거리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 당시는 와인 양조를 가르치는 곳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경북지역의 대학에서 와인스쿨 1년 과정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대부도와 대구를 오가며 지독하게 공부하고 연구했습니다.    

(그랑꼬또의 대표와인, 사진=최종원 기자)

Q. 현재 ‘청수’라는 화이트 와인은 유명 호텔에도 납품되고 소비자들에게도 호평을 받는 제품으로 성장했습니다. 어떻게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셨나요?

A. 대부도 청수 품종은 향과 맛, 적정한 산미를 품고 있어서 마셨을 때 상쾌하고 상큼한 맛과 향이 비강 전체를 감싸줍니다. 제가 직접 재배한 것과 이 지역 30여 조합원들에게 받아서 만들고 있는데요. 2018년 국제 와인페어에서는 ‘아시아와인 트로피’에서 실버 메달을 받았으며 2016년에는 청수와인이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 부분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대상을 받았습니다. 우리술 품평회는 우리술의 품질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우수 제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가 공인 주류 품평회입니다. 탁주(막걸리),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증류식소주, 일반증류주), 기타주류(기타주류, 리큐르) 등 5개 부문에 총 250개 제품이 출품됐고, 총 15개 제품(5개 부문별 3개 제품)을 선발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그랑꼬또 와인이 많은 수상하면서 지역의 대표 와인으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역설적이게도 다가가려면 멀어지고 멀어지려면 가까워지는 묘한 마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애할 때 밀당 한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하게 술을 만들고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호텔이나 유명 레스토랑에서 근무하시는 많은 소믈리에께서 청수 와인의 잠재력을 알아봐 주시고 사용해 주셔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다솜 팀장, 김지원 대표, 박영화 이사, 김한식 대리, 사진=최종원 기자)

가장 자랑스러운 부모님과 함께하는 비즈니스

작은 아들인 김한식 대리가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야기인 즉슨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 부모님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자식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부모의 모습이 어떠할지 상상이 간다. 주류 유통회사에 다니면서 배운 노하우를 첫째 딸인 김다솜 마케팅팀장이 유감없이 풀어내고 있다. 또한, 농협에 다니면서 부부의 연을 맺은 박영화 이사님은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와인에 대한 인식, 우리나라의 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세계 와인과 견주어도 한국와인의 경쟁력도 이젠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경영체제를 굳건하게 만든 모습에서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Q. 한국와인을 접하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음식과 술 문화와 관련해서 한국와인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A. 2000년대 초, 해외를 많이 다니면서 와인을 접하셨거나 해외에서 다양한 와인이 수입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타닌’이라고 하는 떫은맛이 강한 와인이 맛이 와인의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외국의 음식문화를 보면 스테이크와 같이 불에 굽거나 약간 느끼한 맛의 음식들이 많습니다. 과일은 오래 보관하면 썩어서 먹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포도는 다른 과일과 다르게 오래 보관되면 발효에 의해서 술이 됩니다. 물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면서 느끼한 음식의 맛을 잡아주면서 더욱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는 조금 다르지요. 물이 좋아서 다양한 조리 방법이 발전되었고 우리는 김치나 된장이라는 발효식품이 있기 때문에 음식 중간중간에 입맛을 정리해줍니다. 프랑스 음식을 먹을 때는 프랑스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이탈리아 음식도 마찬가지고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맵고 짜고 달고 신 맛이 공존하는 자극적인 음식에는 어떤 술이 잘 어울릴까요? 바로, 한국의 술입니다. 

이미 해외의 술이 최고이고 맛있다고 생각하시는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먼저 배우려고 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의 와인과 술을 알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알아간다면 반드시 우리의 와인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화, K-POP, K-FOOD 등이 전세계를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만든 술은 완성도면어서 뒤지지 않습니다. 다만, 세계 최고의 기업도 오랜 시간 준비해서 성장한 만큼, 이제 막 시작한 우리의 와인산업은 이제 조금씩 도약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Q. 전임 한국와인생산협회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와인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어떤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예를 들어, 채비코(Cevico)는 1960년대 초반에 이탈리아 모데나 지역에 설립된 6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입니다. 현재 채비코 그룹은 이탈리아 내에서 총 15개의 와이너리가 연합되어 있으며, 총 6700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 관리하면서 한 해에 생산하는 와인이 10만 톤에 이를 만큼 이탈리아 내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와인 그룹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는 자기의 와인을 소비하기 위해서 전세계 소믈리에를 초청해서 알리기도 하고 각국에서 갈라 디너의 형식으로 소비자들과 접촉합니다. 

우리나라도 와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한국와인생산협회에서 자조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적으로 와인을 많이 소개하시는 국내 소믈리에들을 초청해서 한국와인의 현재와 상황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알아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또한 소비자들도 한국 와인의 우수성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상설매장을 운영해서 다양한 시음 행사를 통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요즘 고급 한식을 지향하는 고급 한식레스토랑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우수한 셰프들과의 콜라보 이벤트를 지속해서 하는 것도 우리의 와인 산업을 성장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숙성발효실 테이스팅, 사진=최종원 기자)
(숙성발효실 테이스팅, 사진=최종원 기자)

대부도 지역 전체가 관광산업의 집합체 

서울에서 1시간대에, 대부도는 시흥시 오이도와 시화방조제로 연결되어 있다. 대부도 지명은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해서 유래가 되었고 세계 최대규모의 친환경 조력발전소와 바닷가 옆을 걸을 수 있는 대부해솔길과 석양을 담을 수 있는 구봉도 전망대, 탄도 바닷길 등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그랑꼬또의 김지원 대표는 안산, 대부도라는 지역에서 포도를 생산하며 농가의 부가가치를 올리려는 시도만큼 지역의 문화와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많은 와인메이커는 와인의 첫인상인 레이블과 패키지에 정말 많이 고민하게 되는데 김대표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인물인 천재화가 김홍도의 그림을 적용하며 ‘김홍도 와인’으로 작명하기도 하고 다양한 예술인과의 콜라보를 통해서 더욱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걸어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많은 와인 산업이고 외국의 그것보다는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한 발걸음으로 지역의 농업 활성화의 중심 역할과 이곳을 찾는 관광객 및 소비자와 와인에 대해서 소통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