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최종원 기자] 지난해 11월 5일 여주시의 한 신축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선 연결 작업을 하다 작업자가 고압 전류에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김다운 씨는 당시 전봇대에 연결된 안전고리에 의해 10m 상공에 매달려 있었고, 2만 2,900V 특고압 전류에 감전돼 30분 동안 머리에 불이 붙은 채 전봇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김 씨는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상반신 대부분이 감전으로 인해 심하게 그을려 사고 19일만인 같은 달 24일에 결국 숨졌다.

김 씨의 작업은 한국전력 안전 규정상 2인 1조로 작업하게 돼 있지만, 사고 당시 김 씨 혼자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의역 김 군'과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사고와 판박이라 할 수 있다. 모두 위험한 근로 환경이라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지만, 이러저러한 핑계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김다운 씨는 작업 당시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 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으며, 장갑도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김 씨가 하청노동자인 탓이라 열악한 근로 환경에 처한 게 아닐까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청노동자인 점도 구의역 김 군, 김용균 씨 사고와 일치한다.

김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원청'인 한국전력의 사장과 통화해 "중대 재해 처벌법 시행 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 장관의 경고가 경고로만 끝나게 되면, 김 씨의 죽음은 공기업 사장에게 향한 경고전화 한 통과 같은 값이되고말 뿐이다.

우리 곁에는 수많은 노동자가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만나는 환경미화원, 안전한 출근길을 보장하는 버스 기사와 구의역 김 군과 같은 지하철 수리 기사. 회사에서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김용균 씨와 같은 발전소 노동자부터, 김 씨와 같은 전봇대 수리 노동자까지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는 오늘도 사명감을 띤 채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노동자는 곳곳에서 눈에 띄지만 주목받지는 못한다. 우리는 앞만 보기에 바빠, 내 등 뒤와 곁을 지키주고 있는 그림자 같은 그들을 잘 볼 수 없다. 하지만 보기 힘들어도  우리는 그 그림자를 봐야 한다. 이렇게 방치하다가는 그림자가 다 죽어 사라질 판이다. 

2016년 구의역 김 군, 2018년 김용균, 2021년 김다운까지. 우리는 그림자의 죽음을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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