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전자·LG ‘고객 중심’, SK·포스코 ‘친환경 중심’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중심’ 변화·혁신 추구하는 ‘금융권’

발표 이미지(사진=픽사베이)

[CEONEWS=최재혁 기자] 매년 1월 1일에는 달력을 펼쳐보며 남은 1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계획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하고, 주저했던 마음을 바로잡아 재도전하기도 한다. 기업도 개인과 같이, 맞이한 1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계획한다. 그리고 기업의 방향성을 CEO의 신년사를 통해 세상에 발표한다. 경영의 화두인 ESG부터 기술혁신과 지속 성장 등 기업의 찬란한 내일을 꿈꾼 신년사는, 대중의 관심과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다. 그들의 신년사를 들여다보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고객이 신뢰하는 기업 만들기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만족하는 '친환경 톱 티어(Top Tier)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2년을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해'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신년사는 2019년에 '게임 체인저로 전환'이라는 신년 메시지를 선언한 후, 현대차그룹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펼쳐온 노력을 많은 시민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고객이 신뢰하는 '친환경 톱 티어 브랜드'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확보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지속해서 외쳤던 ‘친환경 차 대중화’를 위해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전동화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쏟는다.

정 회장은 "전기차와 수소는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 분야의 동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그룹 전반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과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외 유명 자동차 업체들이 내연 자동차 폐기를 예고한 가운데, 다가올 친환경 차 시장을 먼저 선도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2022년 시무식에서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22년 시무식에서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2022 정기 인사에서 승진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새해 화두로 '고객 우선', '수용의 문화', 'ESG 선도'를 제시하며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통해 사업의 품격을 높여 나가자고 주문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고객을 지향하는 기술의 혁신은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근간이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경직된 프로세스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며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받고 누구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민첩한 문화로 바꿔가자"며 혁신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고객'에 집중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임직원 모두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집중해 달라"며 취임 후 4년 연속으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구 회장 취임 전에는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일에 주목했던 LG지만, 구매 트렌드가 바뀌어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뿐만이 아닌 직접 경험한 가치 있는 순간들에 감동한다는 구 회장의 생각이다. 

구 회장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용하기 전과 후의 경험이 달라졌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느꼈을 때 만들어진다"며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도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탄소 중립에 비중을 크게 뒀다. 최 회장은 "SK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 회장이 2020년 10월 CEO 세미나에서 선보인, SK가 2030년까지 탄소 2억 톤을 감축한다는 담대한 목표를 상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와 기후 위기가 중첩된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도전정신이 충만한 '프런티어(개척자)'가 되길 바라며 "과거 경험에 안주하지 말고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해 창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기를 바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사진=금융투자협회)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사진=금융투자협회)

금융권, 디지털 사업 통한 혁신과 변화 꾀해

금융권은 2021년 코로나19 상황에서 코스피 지수가 3,300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지속적인 자금 유입으로 펀드 순자산 규모가 역대 최고액인 8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엄청난 성과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게 출시되는 디지털 사업을 쫓아가는 등 혁신과 변화를 강조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 중심의 국민 자산관리 기반을 공고하게 다지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위기는 최소화하며 기회는 확실하게 잡을 수 있도록 선제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는 선물회사의 인가 범위 확대, 자산운용사의 다양한 성장경로 마련 등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성장을 지원하고, 가상자산 등 디지털금융과 관련해서 대체거래소를 통해 주식거래 제도가 국제표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한다.

이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니 금융시장의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 금융투자산업의 신사업 참여와 디지털 전환 촉진 등을 통해 미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사진=우리은행)
권광석 우리은행장(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 디지털 전환 촉진에 가장 힘썼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전통은행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Digital First'를 발판으로 삼아 창조적인 시각과 혁신적인 도전으로 더 높이 도약하는 '고객 중심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선언했다.

권 행장의 혁신적인 도전의 중심에는 1월 1일부터 정식 시행된 ‘마이데이터’ 사업이 있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업체를 결정하면 갈아타지 않는 특성 탓에 재빨리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권 행장은 마이데이터 시장을 조기에 선점하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지금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마이데이터 시장을 조기에 선점해 가능한 많은 고객 데이터를 얻는 일"이라며 "고객님이 원하는 것을 언제 어디서나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추게 된다면 시장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2022년에 금융의 경계를 넘어 도약하는 하나금융그룹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강점의 레벨업', '디지털 퍼스트', '리딩 글로벌'로 다 함께 힘차게 나아가자"라며 하나금융그룹의 혁신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용하며 변화와 혁신을 꾀했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변화한다고 하지만 주변 환경과 경쟁자 역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며 "남들보다 더욱 빨리 변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고 잘해봐야 제자리를 유지할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사진=NH농협금융지주)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사진=NH농협금융지주)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디지털 사업과 혁신에 집중했다. 손 회장은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내부 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까지도 고객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 자산관리와 은퇴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농협은행의 비대면 개인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인 'NH자산+'와 증권의 디지털 자산관리서비스를 지속해서 고도화해 농협금융만의 차별화된 생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최고의 자산관리, 은퇴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명실상부한 자산관리의 명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사진=롯데)
신동빈 롯데 회장(사진=롯데)

롯데 '인재', 포스코 '친환경', 아모레 '브랜드', CJ '혁신'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역할 중심의 수평적인 조직구조로 탈바꿈해야만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나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들의 2022년 인사 개편은 '혁신과 변화'로 기억날 듯하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최연소 사장과 임원을 선임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입증하는 중이고, CJ는 성과 중심의 인사 개편을 위해 상무부터 부사장까지 모든 직급을 '경영 리더'로 일원화했다. 

이에 신 회장도 타 기업에 맞서 "도전에는 빠르고 정확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혁신을 위한 시도는 미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과거의 성공 방식을 활용할 수 없으므로 실패할 확률이 당연히 높다. 하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캐나다의 웨인 그레츠키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해 "실패는 무엇인가 시도했던 흔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인 도전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며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성공한 미래를 꿈꾸기를 바랐다.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사진=포스코 그룹)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사진=포스코 그룹)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은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친환경 미래소재를 기반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발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선진 경영관리 체제 전환을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뜻이다.

또 포스코 그룹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그룹의 '2030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우선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아르헨티나의 염호리튬 개발을 통한 양적 성장과 그룹 미래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초고용량 전지 소재, 전 고체용 소재 등 기술 우위를 강화한다. 아울러 철강 사업은 친환경 제철 기반 완성과 글로벌 성장을 통해 미래 철강 경쟁력 확보에 매진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
손경식 CJ 회장(사진=CJ)
손경식 CJ 회장(사진=CJ)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2022년 경영 방침을 'Winning Together'로 정하고 3대 추진 전략으로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을 가리켰다.

서 회장은 "플랫폼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세상에서 고객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브랜드 힘"이라며 "시대정신을 반영해 브랜드 가치를 명확히 하고 성장을 견인할 엔진 상품의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사업 체질을 혁신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서 회장은 "시대에 맞지 않는 상품 가짓수를 과감히 줄이고, 데이터 기반으로 재고 관리를 최적화해야 한다"며 "마케팅과 고객 관리 등 비즈니스 전반의 비효율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미래 혁신성장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면서 ▲문화 ▲플랫폼 ▲웰니스 ▲지속 가능성을 그룹의 4대 미래 성장엔진으로 밝혔다. 손 회장은 "혁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인수·합병을 철저히 실행하고, 미래 트렌드와 기술에 부합하는 신사업을 지속 발굴 육성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손 회장은 "격변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냉엄한 현실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지금이)CJ의 대변혁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위에 언급된 기업은 모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곳이지만, 방향성은 고객과 친환경, 트렌드를 쫓는 등 각각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러나 모두 혁신을 꾀하는 점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최고의 기업인데 뭐가 그리 급하고 두렵길래 변화와 혁신해야 하는 걸까? 마치 소설 거울 나라의 엘리스의 '붉은 여왕 효과'처럼, 우리는 왜 같은 장소에 있으려면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하고, 앞서 나가고 싶으면 두 배나 더 빨리 달려야 할까? CEO들의 혁신 선언이 내 배를 곯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아 든든하면서도, 나한테도 두 배나 빨리 뛰라고 할까 봐 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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