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술 이예령 대표, 사진=최종원 기자)
(㈜좋은술 이예령 대표, 사진=최종원 기자)

[CEONEWS=최종원 기자] '맑은 술', 식품과학사전에는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밥과 누룩을 빚어서 담갔다가 막걸리 등의 '탁주(濁酒·흐린 술)'가 만들어지면 침전물을 걸러 맑은 부분만 따라낸 술로서 갈색을 띤 노란색의 투명하거나 약간 혼탁한 술로 단맛과 신맛이 있으며 알코올 함량은 12~18%이다’로 설명하고 있다. 한자로는 '청주(淸酒)'로 표기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주 기법으로 빚은 '맑은 술'을 '청주(淸酒)'라고 부르지 못한다. 30년 넘게 술을 마셔왔지만 왜, 맑은 술로 알려진 청주와 약주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조선왕조실록에는 '청주'라는 단어가 108회, '약주'라는 단어는 52회가 등장한다. 처음 약주(藥酒)가 언급된 것은 태종실록 9권, 태종 5년(1405년) 때 태조의 건강을 위해서 신하들이 술을 권했던 내용이 적혀있는데 대부분은 '약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가뭄이 들어 금주령을 내리던 시기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주(淸酒))가 언급된 것은 태종실록 14권, 태종 7년(1407년) 때였는데, 대마도를 지키는 종정무(宗貞茂)에게 청주 30병을 하사한 기록이 있는데 청주는 주로 임금의 하사품이나 제사와 관련된 기록에서 자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신하들은 임금이 매일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몸을 상할까 염려하여 술을 드실 것을 강권했다고 한다. 그 시대에는 술 자체를 약과 음식으로 생각해서 몸이 아프거나 허약할 때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서 복용했음을 알 수 있다. 술 좋아하는 분들은 조선시대 임금으로 태어났어야 한다.  

아무래도,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는 '맑은 술'을 지칭하는 단어로서 '청주(淸酒)'라고 쓰였음을 알 수 있으며, '약주(藥酒)'로 명칭 된 설은, 금주령을 피하고자 청주를 약으로 마셨다는 이유와 지금의 만리동 쪽에 약초를 재배하던 약현(藥峴)이란 곳에서 좋은 술이 많이 나왔다는 이유도 있는데, 예로부터 약과(藥果), 약식(藥食) 등 음식에 좋은 재료를 넣어 몸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약주에 몸에 좋은 술이라는 의미가 붙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8년과 2020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ㆍ청주 부문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으며 청와대 만찬과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 국가나 정상 만찬에 사용되는 '천비향 약주'를 비롯한 명품 술을 만들고 있는 농업법인 ㈜좋은술의 이예령 대표를 만났다.
 

(이예령 대표와 최정욱 전통주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이예령 대표와 최정욱 전통주 소믈리에, 사진=최종원 기자)

'이양주'는 밑술(찹쌀 또는 멥쌀에 누룩을 섞은 후에 물을 부어서 발효)에 덧술(똑같은 과정을 한번 더 가함)을 넣는 방법으로 술을 빚는 형태를 말하는데 전통주를 빚어 온 대표적인 방법이다. ㈜좋은술 이예령 대표는 삼양주로 술을 빚는 곳이 별로 없었을 때부터 더욱 더 깊은 향과 맛을 내기 위해 삼양주 방법으로 이곳의 대표적인 탁주인 택이, 술 그리다, 술 예쁘다(홍국막걸리)를 빚고 있으며 천비향 생주(탁주), 천비향 약주 그리고 증류주인 화주(火酒))는 오양주 방식을 쓰고 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술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  

이예령 대표는 결혼 후 시부모님을 비롯한 10여 명의 대식구와 함께 살았다. 우애 좋고 술을 좋아하던 남편과 형제들은 매일 저녁 반주를 즐겼기 때문에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술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친정어머니께 술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술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생겼다고 한다. 그 당시 화주(꽃으로 만든 술)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도 좋았던 기억으로 술을 제대로 만들고 싶어서 가양주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술을 좋아하는 여섯 명과의 인연으로 2013년 ㈜좋은술을 오픈했다. 

(제3 숙성실 테이스팅, 사진=최종원 기자)
(제3 숙성실 테이스팅, 사진=최종원 기자)

Q. 대한민국 '약주'시장에서 천비향의 위세가 대단합니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을 만드시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요?

A. 제가 만든 술을 주변 지인들이 너무나도 좋아해 주셨습니다. 목련주나 두견주 같은 꽃으로 만든 술을 만들면 향이 너무 좋았고 오래될수록 깊은 맛이 나서 술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주문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차리고 상업적으로 판매를 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술 만드는 과정도 어려웠고 우리 술을 알아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함께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게 되었습니다.

또, 충분한 자본을 갖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금적으로도 어려워서 금융회사를 다니던 남편이 본인의 퇴직금을 모두 투자해 줬습니다.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었지만, 술을 알리고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부분이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적자가 많이 나면서 기본적인 생활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던 두 딸도 학교를 그만두고 직장을 다니면서 받은 월급을 회사에 투자해주고 생활비도 보내주었습니다. 

Q. 국내의 대표적인 ‘약주’로 자리 잡으셨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해 오셨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그때는 시부모님들을 모시고 있어서 며느리의 역할과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의 역할 그리고 매일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술을 빚는 과정까지 쉽지 않은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집안일을 마치고 오후에는 술을 짊어지고 제가 만든 술이 필요하고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 마케팅을 알지도 못했고 광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국을 다니면서 고객들과 만나면서 신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다시 만들어서 다니는 과정들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요. 2016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이 되면서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Q. 서울과 수도권의 한식을 위주로 하는 레스토랑과 한식주점에서 천비향을 비롯한 ㈜좋은술의 제품들을 고객에게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술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주류업계에서 일한 적도 없고 집안 대대로 내려온 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심지어 술을 잘하지도 못했죠. 하지만, 모두가 두고 떠난 술을 놓지 않았고 더욱 애정을 갖고 담금질했습니다. 더욱 좋은 술을 빚기 위해서 밑술에 네 번의 덧술을 한 오양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술이 천비향 탁주(14도)와 천비향 약주(16도)입니다. 발효 3개월, 그 이후 6개월 이상 숙성을 하므로 깊은 향과 맛을 자랑합니다.

또한, 이를 증류해서 만든 술이 '화주' 40도와 53도 입니다. 쌀로 만든 약주를 증류했기 때문에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었죠. 조금은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도수와 가격을 조정해서 선보인 술이 택이, 술 그리다, 술 예쁘다(홍국쌀 막걸리)라는 탁주가 있습니다. 라벨이나 색감이 모던해서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제품입니다. 

(농업법인 좋은술 주조장 전경, 사진=㈜좋은술 제공)
(농업법인 좋은술 주조장 전경, 사진=㈜좋은술 제공)

가족과 함께하는 비즈니스의 성장

함께 ㈜좋은술을 성장시키는 가족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남편인 김승우 부사장은, 금융인 출신으로 회사의 세무, 회계를 담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의 상생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평택(平澤)은 지명처럼 나지막한 구릉과 평평한 지대로 이뤄진 평야인데, 토양이 비옥해서 명성에 걸맞은 맛있는 쌀이 나고 있다.

이런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체험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쌀을 닮다]와 결을 맞춰서 천비향, 택이, 술예쁘다, 화주 4종의 패키지를 선보였다. 첫째 딸인 김아연프로는 2015년 KLPGA 정회원으로 입회한 후에 현재는 와이드앵글 소속으로 SBS 레슨팩토리3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면서도 틈틈이 SNS를 통해서 천비향을 홍보하고 있다. 

(김아연 프로, 김담희 팀장, 이예령 대표, 김승우 부사장, 사진=㈜좋은술 제공)
(김아연 프로, 김담희 팀장, 이예령 대표, 김승우 부사장, 사진=㈜좋은술 제공)

A.    지역별로 대표적인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술들이 고객들께 전해지고 있고 지금은 술 문화도 예전보다 생활을 즐기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어떤 술 문화, 어떤 술이 좋은 술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Q. 저희 남편이 회사생활을 하던 때와는 확실히 문화가 바뀐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젊은 층은 예전보다 술의 양은 줄었고 좀 더 좋은 술을 경험하려는 가치 있는 소비를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술의 역할은 좋은 날이나 기념하고 싶은 날, 또는 기분이 다운되거나 우울한 날에도 항상 옆에서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친구 같은 술'로써 삶에 가장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예령 대표의 둘째 딸이면서 가족의 가업을 이어갈 후계농이기도 한 김담희 팀장은, 어머니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던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드리기도 하고 어머니와 함께 술을 빚으면서 전통주 양조업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우리술 교육훈련기관인 가양주연구소에서 체계적인 술제조 이론과 실습 등 전통주 과정을 이수하였고, 조금 더 심화된 전통주연구소의 과정들과 한식을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서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수학할 계획을 하고 있다. 

A.    김담희 팀장께서는 앞으로의 꿈을 위해서 다양한 것을 준비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계획하시나요?

Q. 지금까지 어머니와 함께 만들어 온 술이 천비향 생주 (14도), 천비향 약주 (16도), 증류주인 화주(40도, 53도) 등 원주에 충실한 술이었다면, 2030 세대가 좋아할 수 있는 부담 없는 가격과 맛, 디자인을 갖춘 전통주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류시장 분석, 포장과 패키지 디자인, SNS 마케팅 등 전체적으로 브랜딩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맛있고 멋진 술을 만들어서 많은 분이 찾아와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 전통의 맛과 향을 전세계가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행복한 순간들은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경험일 것이고 세계 각국의 음식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현지화된 음식이 아닌 그 나라 전통의 맛을 우리는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는, 주세법상 약주와 청주의 차이는 누룩의 양이 쌀의 함량보다 1% 미만일 경우에는 청주로 구분하고 있다. 보통의 약주는 약 10% 내외의 누룩을 사용하는데, 청주가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서 입국(粒麴)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약주는 주조장마다 다른 전통적인 누룩을 사용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누룩으로 만든 다양한 술의 맛과 향들이 국내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다양성을 느끼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까지 크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술 이예령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술로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술을 만들 계획이다. 무궁화 생화는 향이 많지 않지만, 술을 담그면 풍부한 향기와 매력적인 맛이 난다. 무궁화 꽃을 수급하는 것이 어렵기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 직접 무궁화를 심어서 기르고 있는데 내년 8월15일 광복절을 기념해서 출시할 계획이다. 천리를 날아가는 무궁화 향기가 되어 앞으로 천년 세월을 전세계에 피어나길 바란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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