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金’ 영입하며 ‘정치 초보’ 색 지우려는 尹 VS 청년 공들이며 꼰대 벗으려는 李

청와대 외경(사진=청와대)
청와대 외경(사진=청와대)

[CEONEWS=최재혁 기자] 리더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업무에 맞는 직원을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무리 조그만 회사도 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리더가 본인 마음대로 구성원을 주무를 시 집단은 금세 무너지고 만다. 하물며 나라의 운명은 어떨까? 대통령은 산하 공무원에게 정확한 업무 지시를 내려야 하고, 나라의 구성원인 시민들에게도 믿음을 주며 안심시켜야 한다. 이제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가 어떤 인물을 뽑아 일을 맡기냐에 따라 배가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종인 총괄위원장, 김병준 상임위원장, 이준석 대표가 함께 선대위를 이끌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위원장, 김병준 상임위원장, 이준석 대표가 함께 선대위를 이끌고 있다(사진=국민의힘)

'3金' 영입한 尹, 원톱 김종인, 후방 김병준, 그림자 김한길

'별의 순간'이 찾아온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품에 안겼다.

윤 후보는 12월 3일 울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저녁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막 김종인 박사님께서 총괄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며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앙선거 대책기구의 장(長)으로서 당헌·당규에서 정한 바에 따라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을 통할 조정하며 선거 대책기구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전권을 맡긴 국민의힘에 승리로 보답한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19대 대선도 승리하며 '선거 승리 아이콘'으로 불리며, 김 위원장 자신도 별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설명한다.

김 위원장은 선거전략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은 정책 작업까지 총괄하는 명실상부한 '원톱 사령관'으로, 대선정국을 직접 지휘하다 보니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눈에 띄지 않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카리스마와 정확한 판단력으로 '정치 초보' 윤 후보의 실수를 줄이고, 진보적인 경제관으로 중도층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영입됨에 따라 바로 직전에 영입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역할이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한 정치 평론가는 "애초 김종인·김병준·김한길을 함께 영입한 이유는 김종인 위원장의 권력을 분산시켜 '3金 체제'를 구축하기 위함이었다"라며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이 자신의 위상에 맞지 않아 반발하면서 윤 후보의 구상이 깨져버렸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사진=국민의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사진=국민의힘)

김 상임위원장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에 대한 논란에 반발하는 등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 있다. 김 상임위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할 일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우리가 토론해야 할 성장 담론이나 분배 담론을 제대로 꺼내 그런 것들이 선거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김건희 씨를 향한 언론의 관심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또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도 호남 인사를 영입하며 윤 후보의 약점을 메우고 있다. 

김 준비위원장은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결론은 정권교체"라며, 구(舊) 국민의당 호남계 출신 윤영일 민생당 전 의원을 1호 영입 인사로 맞아들였다. 윤 전 의원은 감사원 출신으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지역구 국민의당 후보로서 김영록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윤 후보도 "윤 전 의원께서 오랜 공직생활 대부분을 감사원에 있으면서 다양한 부처 업무를 세심하게 들여다봤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의정 능력을 보여줬다"며 "새시대위에 합류해 정권교체 대장정에 동행하게 돼 기쁘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또 "많은 활약을 기대하고 국민께도 국민통합의 큰 물줄기를 이뤄가면서 정권교체와 국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데 많은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기대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추천 국가인재 2차 영입(사진=이재명 블로그)
더불어민주당 국민추천 국가인재 2차 영입(사진=이재명 블로그)

李 "청년이 미래다" 청년 위주 영입 인사

노련한 정치 전문가를 영입한 윤석열 후보와 달리, 이재명 후보는 청년 위주의 인재를 영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직속 '국가인재위원회'를 설립하며 온라인 추천 플랫폼인 '국민추천 국가인재'를 개설했다. 국민으로부터 전문성 있는 인재를 직접 추천받으며 숨어 있는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1일 여성·청년·과학 인재 4인을 1차 국가 인재로 영입했다. ▲김윤이(38) 데이터전문가 ▲송민령(37) 뇌과학자 ▲김윤기(20) 인공지능(AI)개발자 ▲최예림(35)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연구자까지 국가인재 영입을 발표했다. 

먼저 하버드 케네디 정책대학원 공공정책학을 석사 졸업한 김윤이 씨는 데이터 활용 전문기업과 함께 N잡·소액투자 플랫폼 추천 서비스의 혁신 기업을 창업했다. 송민령 씨는 카이스트에서 바이오 뇌공학을 전공한 뇌공학 박사로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등 대중을 위한 과학서를 집필했다.

또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에 재학 중인 김윤기 씨는 고등학생 시절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 안내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따뜻한 마음을 안겨줬다. 최예림 씨는 서울대 산업공학 박사 출신으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연구자로, 2019년에 전자상거래 인공지능 전문기업을 창업했다. 현재 서울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 씨는 간담회에서 "청년의 쓴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당이나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아닐 때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도 간담회에서 "어떤 정치인보다 청년과 많이 듣고, 같이 노력하며 애환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역시 나도 '꼰대'였구나 생각했다"며 "청년의 문제인데 기성세대가 결정하는 등 청년들이 소외되지 않게 해달라는 문제는 고민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영입 인재) 여러분들도 정책 결정에 어떻게 참여하고 나설지 고민해 달라"며 "미래와 청년 관련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백혜련 국가인재위원회 총괄 단장도 "(이전 대선 선대위 구성처럼) 명망가 위주의 인재 영입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온 젊은 혁신가들을 발굴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이재명 후보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추천 국가인재로 영입된 인재와 이재명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사진=이재명 블로그)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추천 국가인재로 영입된 인재와 이재명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사진=이재명 블로그)

1차 영입에 이어 12월 16일 2차 영입을 발표했다. ▲암 투병을 계기로 뮤지컬 배우에서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한 황서윤 '박피디와 황배우' 대표 ▲고교생 정예란 씨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박승권 씨 ▲기술기업 그린테크 이선우 대표 ▲응급실 간호사 박성호 씨를 2차 '국민추천 국가인재'로 영입했다. 

2차 영입 인재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선대위가 추천받은 630명 중에서 선발됐다. 먼저 황서윤 씨는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2016년 암 진단 이후 자신의 투병기를 덤덤하게 인터넷 방송으로 전했고, 암 경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또 내년 대입을 앞둔 고교 3학년인 정예란 씨는 인천시 청소년 참여예산 추진단과 청소년참여위원회 등에서 청소년 권리·복지를 위해 활동했다. 박승권 씨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장학생으로 의대에 진학 후, 노동자의 건강을 챙기는 의사로 활동 중이다. 이선우 대표는 교통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지만, 15년째 기술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남자 간호사로 근무 중인 박성호 씨는 간호 업무 과중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웠다. 

백 총괄 단장은 "앞으로도 국민추천을 통해 일상 속에서 희망을 일궈온 숨겨진 인재를 계속해서 찾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동연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겸 미래국방기술창업센터장(사진=더불어민주당)
조동연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겸 미래국방기술창업센터장(사진=더불어민주당)

막말과 사생활 논란 등 영입 인사 사퇴 릴레이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다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가 12월 3일 공식적으로 사퇴했다. 민주당 1호 인재로 영입된 지 사흘 만이다. 

조 교수는 30대 워킹맘이자 군사·우주 산업 전문가로 발탁돼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했다. 그러나 전 남편과의 이혼과 관련한 사생활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어 사퇴하게 된 것이다.

조 교수는 당에 사의를 표명하며 "저는 지금 공식적으로 사퇴하는 것이 이제는 이재명 후보자님, 당에 누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마지막으로 더는 가세연 등이 저나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대응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그간 너무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0년 전에 이미 양자 합의해서 따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인데 아이들 얼굴과 이름까지 밝혀서 공격하는 비열한 행위는 언론의 정도를 넘어선 행위"라며 "당의 법률지원단에서는 오늘 오후에 강용석 변호사를 비롯한 가로세로연구소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함익병 원장이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과거 막말 논란으로 철회됐다(사진=국민의힘)
함익병 원장이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과거 막말 논란으로 철회됐다(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도 5일, 함익병 '함익병 앤 에스더 클리닉' 원장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사퇴했다.

함 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또 "독재가 왜 잘못됐나. 더 잘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함 원장 내정에 대해 "국민의힘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정치를 잘했다'고 했던 윤석열 후보의 정치관에 꼭 어울리는 독재 찬양가를 영입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보궐선거 때 '비니좌'로 알려졌던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SNS에 5·18민주화운동과 김구 선생을 폄훼하고, '정규직 폐지' 등 비상식적인 글을 써 논란을 빚자 임명 사흘 만인 9일 사퇴했다.

같은 대선을 치르는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영입 인사 스타일이 다르다. 2·30대, 60대 이상 남성이 지지하는 윤 후보는 노련한 정치가로, 2·30대 여성과 4·50대 남성이 지지하는 이 후보는 청년에 집중했다. 두 후보의 선택은 3월 9일에 펼쳐질 21대 대선 때 판가름 날 것이다. 과연 누구의 선택이 옳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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