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사과와인㈜ 전경, 드론 사진=최종원 기자)
(예산사과와인㈜ 전경, 드론 사진=최종원 기자)

[CEONEWS=최종원 기자] 우리에게 노르망디(Normandie)는 1944년 6월, 2차 세계대전에서 미ㆍ영 연합군이 북프랑스의 노르망디 해안에서 감행된 '지상 최대의 상륙작전'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프랑스 북서부에 있는 이곳은 10세기 경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만 인이 이곳에 노르망디 공국을 세웠기 때문에 '노르만 인의 땅'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바다와 농경지가 맞닿은 곳이라서 각 지역마다 특산물을 갖고 있는데 14세기 최대의 문학작품으로 꼽히는, 백년전쟁 당시의 유럽 시대사를 기록한 [연대기]를 쓴 프랑스 시인 겸 작가인 장 프루아사르(Jean Froissart)가 이 지역은 모든 것이 기름지고 맛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모든 식자재가 풍부하고 다양했다고 한다. 오리 요리의 선두주자인 루앙(Rouen), 화이트와인에 재운 고등어와 청어요리 등이 대표적인데 이런 요리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 지역에서 생산한 사과를 원료로 하여 제조한 브랜디인 '칼바도스(Calvados)'가 상당히 유명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이다는 사실, 사과즙을 자연 발효 시켜 만든 알코올음료를 말하는데 12세기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맥주보다 이 시드르(Cidre)가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다양한 사과 중 최적의 것들을 선별하고 조화롭게 블렌딩해서 만든 밸런스가 좋은 시드르를 갖는 것이 좋은 칼바도스를 만드는 시작이었다.  

보리를 발효해서 만든 것이 맥주이고, 맥주를 증류해서 만든 것이 위스키인 것처럼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것이 와인이고,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것이 브랜디(Brandy)이다. ‘반 브류레(Vin Brule, 오드비 Eau-de-Vie, 와인을 태운 것)'라고 한 것에서 유래하는데, 현재의 브랜디는 과실을 주원료로 하는 모든 증류주에 대해서 이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말 맛있는 사과생산지에서 이 칼바도스가 생산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이 바로 그곳이다. 

(예산사과와인 정제민 대표, 사진=최종원 기자)

4만 9,500㎡(1만 5,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다양한 품종의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은성농장’ 에는 와인과 증류주를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사과를 따서 잼이나 파이를 만들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와인 시음도 지하에 와인저장고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와이너리처럼 숙박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사과밭을 보면서 와인을 만든 사람과 늦은 밤까지 와인을 이야기하며 마시는 경험은 얼마나 행복할까? 연간 수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해서 체험하고 와인이나 브랜디를 구매하고 추억하면서 이곳의 명성이 계속 쌓아지고 있다.   

와이너리를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예산사과와인㈜ 정제민 대표  

정제민 대표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12년을 지냈다. 그곳에서 경험했던 양조 기술과 한국 예산에서 40년 동안 사과밭을 가꾸어 오신 장인어른(서정학 대표)의 사과를 접목할 계획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단순히 술을 제조하는 것이 아닌 프랑스의 와이너리처럼 고객들이 샤또(Chateau, 저택)를 중심으로 시스템화 된 포도밭에서 체험하고 경험을 나누는 관광산업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예산사과와인 대표 제품, 사진=최종원 기자)

Q. '사과 와인, 사과 증류주'는 아직 국내 애주가에게 생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이 업을 시작하셨고, 앞으로 어떤 곳으로 만드실 계획이신가요?

A. 대학을 마치고 캐나다로 유학을 하러 갔을 때, 제가 생활하는 주변에 와이너리가 많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생기면 항상 그곳을 다니면서 '아, 와이너리의 본질은 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도밭에는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포도를 따는 체험이며 와인을 만들어보고 시음하며 와인을 체험하면서 구매까지 연결되는 관광 산업이라고 느꼈습니다. 한국에 계신 장인 어르신께서 예산에 15,000여 평 정도의 사과 농장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예산으로 내려와서 와인을 만들었고 제가 보고 느꼈던 관광산업을 자연스럽게 이곳에 접목할 수 있었습니다. 

사과를 수확하는 가을철이면, 아이들과 손잡고 사과를 따고 잼이나 파이를 만듭니다. 야외에서는 바비큐를 함께 나누면서 웃음을 만들죠. 이곳에 오셔서 이렇게 추억을 만드는 장소로 알려지는 것이 바램입니다.

Q.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우리 술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어떻게 바뀌고 있고 어떤 사람들이 주도하는 것일까요? 

A. "프랑스나 이탈리아,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지역 중심의 술 생산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생산자, 제품을 연계한 스토리텔링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 시킬 수 있죠.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사과로 만든 증류주나 각 지역의 우리술이 낮 설게 느껴지지만 이미 경험을 중시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는 MZ 세대에게는 인기가 많습니다. 이곳에서 본인들이 경험한 것을 모바일로 공유하면서 온라인 선물하기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Q.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식을 주제로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추사40을 비롯한 증류주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예산사과와인에서 생산되는 제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추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곳 예산이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곳입니다. 추사의 삶과 정신을 담은 술을 만들어 보고 싶었고요. 사과는 대표적인 가을 과일이라서 풍성하고 넉넉한 가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추사로 지었습니다.

증류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사과와인이 있어야 합니다. 시드르(Cidre)라고 하는 사과 발효주로서 애플와인과 블루베리 와인, 로제 와인 등 3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 이 애플와인을 이용해서 증류하고 있습니다. '충청도 명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아내이자 백제를 건국한 온조의 어머니인 소서노를 스토리텔링한 '소서노의 꿈'이 있고, '추사40'은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했기 때문에 맛과 향 역시 위스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품질을 갖고 있습니다.  2013년, 2014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 품평회에서도 동상을 받았고 2015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는 대상, 2019년에는 와인과 증류주 분야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안정된 품질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격을 낮추고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추사白' 이란 이름으로 25도와 40도를 선보였는데 감압증류 방식으로 탄 냄새가 없고 맛이 부드럽습니다.   

양적, 질적 성장을 준비하는 과정

예산사과와인은 발효와 숙성실, 병입라인 그리고 증류실, 창고 공간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양조장이 성공 하기 위해서는 양적, 질적 성장이 기반 되어야 한다. 제한된 시설과 공간에서는 충분한 양의 술 생산이 불가능하고 품질의 균일화가 어렵게 되니 지속해서 소비자에게 다가서기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지역 막걸리브랜드가 갑자기 전국적으로 유통되면서 유명세를 탄 사례가 있다. 막걸리 특성상 대량생산이 불가하고 맛도 들쑥날쑥했지만, 품질관리가 가능한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로 인해서 전국 유통이 가능했다. 

이런 성장의 선두주자로서 '추사 白'이 역할을 다 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국 소주 시장에서 희석식 소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때문이다. 외국에서 값싼 원료로 만든 90%가 넘는 주정(酒精)에 물을 타서 만든 희석식 소주와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좋은 원료를 사용해서 정성을 다해 만든 증류식 소주(燒酎)가 같을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대중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최대한 가성비 좋은 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증류와 숙성 방식을 다르게 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추사 白 25와 40’이다. 이러한 제품이 예산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술도가에서 나온다면 품질 좋은 증류주를 마실 수 있는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예산사과와인 숙성창고, 사진=최종원 기자)
(예산사과와인 숙성창고, 사진=최종원 기자)

2004년 와인동호회와 소박하게 시작한 모임인 예산사과와인페스티벌은 올해 18회를 맞이했고 2008년부터는 주한 미8군 등 외국인이 참여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고향에서 경험했던 사과를 수확하고 사과 잼이나 파이 만들기 체험 등의 행사가 이제는 가을 음악회, 각종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며 예산군에서 후원을 할 정도로의 대규모 페스티벌이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었던 지난해에도 축제기간동안 3,000여 명이 참여했고 올해도 내국인을 포함해서 많은 외국인이 참여해서 작년보다 더욱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사)한국와인생산협회 회장으로서의 목표

정제민 대표는, 2009년 설립해서 올해 창립 12주년인 한국와인생산자협회의 4대 회장으로서 각 지역의 80여 회원사와 함께 한국 와인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농림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발될 만큼 기반이 있는 회원사도 있지만, 많은 곳들이 아직은 영세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홍보마케팅보다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만 힘쓰고 있는 곳이 많다. 그래서 한국와인생산자협회 차원으로 모임을 만들고 연구자들을 초빙해서 와인의 품질을 안정할 수 있는 제조과정과 품질관리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포도를 발효 시켜 만든 술'로서 용어 자체가 '포도 발효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재배하는 포도는 주로 식용품종으로 술로 만들기에는 기후나 품종이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한국와인은 한국에서 생산한 농산물 즉, 사과나 머루, 매실, 키위, 오미자, 딸기, 블루베리, 복분자 등 우리 땅에서 자란 다양한 과일을 발효 시켜 만든 와인을 '한국와인'이라고 부른다. 

A.    한국와인의 역사는 약 15년 정도로 아직은 짧은데, 한국와인생산협회에서는 어떤 일을 진행하고 계시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Q.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해외 와인협회와 비교하면 기술과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협회 차원에서 각 지역별 생산자들의 기술과 경험을 데이터화해서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러한 노력이 쌓여야 과거의 시행착오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생산된 한국와인들을 체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홈페이지개설과 온라인 마케팅 지원도 준비하고 있고요. 작년에는 전국 유명 레스토랑 15곳과 연계하여 12월 3일부터 약 3주 동안 한국와인과의 마리아주를 느낄 수 있는 '한국와인고메위크'를 진행했으며 향후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국 와인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아직은 한국 와인의 시장점유율은 상당히 낮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가치 있는 소비, 스마트한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협회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각각의 회원사 홍보, 마케팅을 지원해서 소비자들이 SNS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지역적인 특색, 제품의 원료가 담고 있는 한국와인의 스토리를 느끼게 하여 많은 매출이 일어나도록 할 예정입니다. 

A.    한국와인생산협회에서 주관하는 품평회를 매년 개최하는 이유는 어떤 것일까요?

Q. 올해는 10월 28일 인사동의 한식문화공간에서 개최되었고, 140여 종의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로제, 아이스와인과 다양한 증류주가 출품되어 선의의 경쟁했고 맛과 향, 품질과 균형감이 뛰어난 와인들을 각각 전문심사위원의 점수를 합산해 평균값으로 환산하여 90점 이상, 89점 대, 88점 대 와인으로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품평회는 한국 와인을 평가하는 것에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와인생산자들을 더욱 독려하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가이드를 제시하려는 목적으로 매년 시행하고 있고요 한국 와인의 내부 경쟁을 강화하면서도 국내 소비자들과 해외 수출에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K-Wine Point 제도를 도입해서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Needs)를 개발하고 이끌어 가는 역할 

시대의 흐름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요즘 한국의 다채로운 색상과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모던한 음식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 이곳을 이용하는 술과 음식을 소비자들의 특성은 음식에 맞게 다양한 술을 경험해 보고 싶어한다. 또한, 먹고 마시기 전에 사진을 찍어서 SNS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씩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용량의 술이 필요하고 비주얼 적으로도 예쁜 색감의 술과 레이블, 병 모양, 패키지 등이 필요하다. 2017년에 정부가 전통주 보호ㆍ육성 차원으로 국세청의 주류 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하면서 우리 술은 온라인 포털 쇼핑몰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전년 대비 전통주 거래액 통계를 보면 최소 50% 이상 성장했는데 결국, 어느 지역 어떤 재료로 만들어 지며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 술 시장이 튼튼하게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좋은 술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전통의 맛과 멋을 담아내고 계신 예산사과와인 관계자를 비롯해서 전국의 한국와인생산 대표자들께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싶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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