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3세 경영인 중 보기 드문 소통 능력
정 부회장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겠다"

정용진 부회장 프로필(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프로필(사진=신세계그룹)

[CEONEWS=최재혁 기자] 포브스에서 조사한 '2021 대한민국 부호 순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8억 달러, 한화 약 2조 원으로 23위에 자리했다. 정 부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 그룹 사장과 함께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그룹을 나날이 키워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특유의 SNS 경영으로 소비자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안기며, 총괄 책임을 맡은 이마트를 '요즘' 트렌드에 맞춰나가 2021년 브랜드평판 대형마트 부문 1위를 달성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유복한 가정생활 속에서 경영 수업받아

1968년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로 태어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유복한 환경에서 공부에 매진하며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타 기업 재벌 2·3세는 대부분 경영학·경제학을 전공하는 것에 비해 경영과 관계없는 전공이라 집안에 반대가 있었는지, 1년 만에 대학에서 뛰쳐나온다. 그 뒤 곧바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를 잠시 거친 후, 마지막으로 브라운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대학원에서 경제 공부를 더 할까 고민하던 정 부회장은 '외가'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에 입사해 1년 동안 사회생활을 맛만 보다가, 1995년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회사를 옮겼다.

이제 겨우 안착하나 싶었지만, 1년 만에 현해탄을 건너 일본 정보통신기술 기업 '후지쯔'에서 전자 유통업무 연수를 마치고, 1997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신세계백화점 기획조정실 그룹 총괄 담당 상무로 일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며 시민들과 소통했다(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며 시민들과 소통했다(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트렌드에 민감한 얼리어답터 CEO

정 부회장은 재벌 2·3세 경영자들 가운데 사회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인 SNS 활동에 관심이 많은 걸로 유명하다. 얼리어답터인 정 부회장은 SNS상에 떠오르는 신제품이 있으면 재빠르게 사용 후기를 남기거나, 직접 신세계그룹의 제품을 홍보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일례로 정 부회장은 2018년 서울 코엑스에 잡화점 '삐에로쑈핑'을 개장했는데, 이는 일본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정 부회장은 삐에로쇼핑 오픈 1년 전인 2017년 돈키호테를 방문한 사진을 올리며 해시태그 '#어슬렁어슬렁', '#시장조사 중'이라고 달며 사회 트렌드를 읽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2019년 새해가 밝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해 첫 쇼핑이라며, 인공지능 디스플레이 '구글 홈허브'를 '언박싱(포장을 뜯으며 상품의 장단점을 소개하는)' 사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관심 많은 신제품을, 당시 유행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 트렌드에 민감한 경영자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평소 첨단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정 부회장은 2017년 3월 전기 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스타필드하남 입점도 추진했다. 당시 테슬라가 전 세계적으로 고전을 면하고 있을 때 과감히 입점을 밀어붙인 정 부회장은, 테슬라 매장이 문을 열던 날 직접 매장을 찾아 테슬라 자동차를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테슬라가 공식 수입되기 전인 2014년에 테슬라 전기차 '모델S'를 직접 들여와 국내 첫 고객이 될 정도였다.

신세계그룹은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을 주력으로 한다. 정 부회장이 재벌 2·3세 경영인 중 보기 드물게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을 활발히 하고 유행에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업적으로 득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마트 유튜브에 올라온 정용진 부회장 모습(사진=신세계그룹)
이마트 유튜브에 올라온 정용진 부회장 모습(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유튜브에서 2021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유튜브에서 2021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신세계그룹)

용진이 형!

대중과 활발한 소통으로 인스타그램 70만 팔로워를 보유 중인 정 부회장은 '용진이 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자사 제품 홍보와 고객과의 소통 등 SNS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다못해 정 부회장의 SNS를 보면 신세계그룹의 미래 전략이 보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할 정도다. 

'스타필드 고양' 개장을 앞둔 2017년,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언제 올고양?, 스타필드 고양'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포스터를 직접 올리며 홍보에 가세했다. 또 남성 전문편집숍 '하우디', 외식 브랜드 '데블스다이너' 등의 개점을 인스타그램에 미리 알리며 적극적인 홍보를 이어갔다.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이마트 자체상표(PB) 또한, 개시 전부터 정 부회장이 직접 SNS에 홍보하며 '정 부회장이 홍보팀 직원 역할도 겸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등장했다.

한편으로는 회사 내부에서 아직 개발 중인 제품을 정 부회장이 무작정 SNS에 올려 '엑스맨'이라는 악동다운 별칭까지 만들어졌다.

활발히 SNS 활동 중인 정 부회장에게 소비자들은 기업 메일이나 전화 등의 창구를 사용하지 않고, 간편하게 SNS 댓글을 통해 이런저런 민원을 직접 전달하고 있다.

일례로 정 부회장이 유명 고깃집 방문 후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한 네티즌이 "재섭(재수 없어)"이라고 댓글을 달자, "왜?"라며 '용진이 형'다운 쿨한 반응을 보여 많은 네티즌의 웃음을 자아냈다.

모델들이 이마트 용산점 농산 코너에서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마트)
모델들이 이마트 용산점 농산 코너에서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마트)

정 부회장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겠다"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은 2016년 9월 개장 후 1년 만에 큰 인기를 끌며, 2017년 상반기에 흑자 100억 원 이상을 내며 큰 히트를 쳤다. 정 부회장은 영업 첫해에 1년 동안 입주업체 포함 매출목표가 8,200억 원이었는데, 목표치를 넘겨 매출 8,500억 원을 달성해 성공적으로 출발선을 끊었다.

개장부터 2017년 8월까지 2,500만 명이 다녀갔는데, 수도권 거주 인구가 2017년 기준 2,539만 명인 걸 생각하면 입이 떡 벌어지는 규모라는 걸 체감할 수 있다. 또 고객 평균 체류 시간은 기존 유통시설의 2배 이상인 5.5시간에 이르러,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즐기다 갈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았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하남 개장 전부터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겠다"며 '체류형 복합쇼핑몰'을 내세웠다. 전략은 잘 통한 것으로 보인다.

2006년에 열린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에서 연설하는 정용진 부회장(사진=신세계그룹)
2006년에 열린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에서 연설하는 정용진 부회장(사진=신세계그룹)

산업재해에 아쉬운 대처

2018년 3월 밤에 이마트 구로점에서 계산 업무를 하던 직원 권 씨가 돌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마트 산업노조는 권 씨가 쓰러진 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이마트 측에서 미숙하게 대처해 사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마트 산업노조는 4월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권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어, 정 부회장이 책임지고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외에 신세계그룹에 공문을 보내고, 정 부회장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또 2018년 3월 이마트 도농점에서 무빙워크를 점검하던 재하청 업체 직원이 작업 도중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구의역 김 군 사망사고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안타까운 사고였다.

정 부회장은 2018년 3월 신세계그룹 상생 채용 박람회에서 "무인 계산기나 카트에 혁신적 기능을 집어넣어 고객들이 쇼핑할 때 진짜 쉽게 할 수 있게끔 지난가을부터 콘셉트 카트를 만들어 지금 시험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 달 안으로 자율주행과 스캔 기능, 길 안내 기능 등을 갖춘 콘셉트 카트를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는데, 이마트 직원 사망사고가 연이어 벌어진 시기에 박람회에서 기술개발 만을 설명하는데 그친 것이  옳은지 알쏭달쏭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우럭 사진과 함께 올린 글(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우럭 사진과 함께 올린 글(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득이 된 SNS가 독이 된 SNS

정 부회장의 SNS 경영은 득(得)인 줄로만 알았지만, 실(失)도 많다. 

2016년 한 식당에 방문한 정 부회장은 SNS에 여종업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외모를 비하해 입방아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당시 인스타그램에 "(여종업원 옆에 있으니) 몸도 왜소해 보이고 목도 길어 보이고. 여기 서비스 최고임"이라는 글과 함께 여종업원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댓글에 '여성 외모 비하', '초상권 침해'라는 비난 여론이 뜨겁게 일자 정 부회장은 결국 글을 삭제했다.

또 정 부회장이 음식 사진에 쓴 글을 놓고도 인터넷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이틀에 걸쳐 SNS에 우럭과 가재 요리 사진을 각각 올리면서 "잘 가라 우럭아- 네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고 고맙다", "가재야 잘 가라 미안하고 고맙다"고 썼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정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을 따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쓴 글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이후 정 부회장의 SNS 게시글에는 '공인인 정 부회장이 SNS 활동을 너무 자극적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8년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신설 법인 신주 인수 계약 체결 발표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8년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신설 법인 신주 인수 계약 체결 발표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신세계그룹)

이마트, 사상 첫 분기 매출 6조 원 돌파

정 부회장이 총괄 책임으로 지휘 중인 이마트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2021년 3분기 연결기준 순매출액이 6조 3,119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6.8% 증가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이마트 분기 매출이 6조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3분기 누계는 10.8% 증가한 18조 724억 원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1,086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426억 원 감소했으나 1~3분기 누계로는 2,395억 원을 달성하며 3분기 만에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인 2,371억 원을 넘어섰다. 3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로 이마트 측은, 9월 지급된 국민지원금의 오프라인 사용처 제한이 연중 가장 대목인 추석 행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3분기 매출 증대를 이어갔다"며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고른 성장을 통해 외형 확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2009년 12월 신세계그룹 총괄 대표이사로 취임 후 외부 행사에서 "앞으로도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협력회사와 상생에도 앞장서 나갈 것"이라며 고객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부회장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정겹지만 약간은 괴짜(?)다운 옆집 아저씨 ‘용진이 형’이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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