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정주희 기자] 고3 학생과 재수생이 손꼽아 기다리기도, 어떻게든 피하고도 싶은 날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벌써 3일 남았다. 

다가오는 수능으로 인해 11월만 되면 수험생은 속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과 긴장감이 목을 죄어오고, 학부모는 평소에 쳐다보지도 않던 종교에 귀의한 듯 온종일 기도에 모든 힘을 쏟는다.

인생의 방향을 정한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시험인 수능이 모두에게 기쁨의 날이 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성적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기자 주변에는 수능을 7년째 준비하는 수험생 A 씨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의 기사와 다큐를 보고 그에게 흠뻑 빠져 "나도 이국종 같은 외과 의사가 돼서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될 거야!"라며 당차게 의과대학 입학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 멀었다. 고3 첫 수능에서 전체 5등급을 맞은 A 씨는 좌절했다. 가정 형편도 어려운 탓에 재수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교회 목사인 아버지가 "네 뜻대로 하라"며 승낙해 기숙 학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상만큼 공부가 잘 풀리지 않아 어느새 7번째 수능을 치르게 됐다. 

기자는 A 씨에게 "이번엔 의대에 들어갈 수 있겠냐"라 물었지만 "아마 2등급 정도 나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씁쓸한 표정을 보였다. 도대체 A 씨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 할까 고민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네가 만족했으면 좋겠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꾹 담아 전했다.

사람들은 수험생을 보면 "힘내라, 파이팅!"이라며 좋은 결과를 얻길 기원한다. 하지만 기자는 '패배'할 수험생을 생각하면 "파이팅!"이라는 말이 나오기는커녕 "(수능이 너희의 인생을 정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대학을 포함한 학벌이 전부인 세상이 아닌, 이국종을 보고 누구나 의사에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아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수험생들이 덜 불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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