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최고의 ‘자율주행 선박’ 만들려는 대한민국과 삼성중공업
IT·자동차 대기업 뭉쳐 ‘자율주행 산업협회’ 창립

자율운항 시스템 설명(사진=자율운항 선박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
자율운항 시스템 설명(사진=자율운항 선박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

[CEONEWS=최재혁 기자] 영화 '맨 인 블랙 1'(감독 베리 소넨필드)을 보면 요원들이 운전 중 전투를 벌이기 위해 버튼을 하나 누른다. 그러자 운전석에서 갑자기 마네킹이 튀어나와 직접 운전한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자동차의 역사에서 '운전자'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더군다나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운전'은 사람의 손이 필수 불가결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게 자율주행 기술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목적지로 갈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이토록 발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알아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 대통령 "자율운항 선박 선제적 투자로, 세계시장 절반 차지할 것" 

"(선박의) 충돌사고 방지, 최적 항로 결정, 고장 예측 진단이 가능한 자율운항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K-조선'을 강조하며 이같이 발표했다. 앞으로 자율운항시스템에 연구·개발 등 정부 지원을 강화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자율운항 선박의 세계시장 절반을 차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의 자신감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K-조선을 발표한 장소인 삼성중공업에서, 세계 최초로 실제 해상에서 대형 선박의 자동 회피 기술 실증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역에서 삼성중공업과 목포해양대학교가 자율운항 선박 간 충돌회피 실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실증에 참여한 선박은 목포해양대학교의 9,200톤급 대형 실습선인 '세계로호'와 삼성중공업의 300톤급 예인선 'SAMSUNG T-8'이다. 이들 선박은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자율항해 시스템인 SAS를 탑재해 자율운항 선박 간 충돌회피, 'ㄹ자' 형태의 다중 경유 점 경로 제어를 시연했다.

두 선박은 각자 지정된 목적지를 향해 최대 14노트의 속력으로 자율운항 중 반대편에서 서로 마주 오는 상황에 맞닥뜨리자 최소, 근접거리인 1해리 밖에서 상대를 안전하게 회피한 후 본래의 목적지로 운항을 계속해 나갔다. 교차 상황에서도 변속과 방향 전환 등 안정적인 자율운항 성능을 보여줬다. 

실증 해역에서 300km 떨어진 육상관제센터에서는 선박의 운항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선박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부터 SAS 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다. 

2019년 원격·자동 제어 기술 등 핵심역량을 확보한 데 이어, 길이 3.3m의 원격 자율운항 무인선 '이지고'를 제작해 해상 실증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300톤급 예인 선박 SAMSUNG T-8호의 자율운항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022년 SAS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조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장은 "이번 실증은 조류와 파도·바람이 부는 실제 바다 위에서 자율운항 선박이 상대 자율운항 선박의 움직임까지 복합적으로 분석해 스스로 충돌 상황을 해결한 세계 최초의 대형실선 자율운항 기술 시연"이라며 "이는 SAS의 상용화가 매우 가까워졌으며 향후 자율운항 선박의 메인 항해 장비로서 승격 가능성이 큼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자율주행 선박기술 개발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자율운항 선박 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을 발족하고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해수부는 이번 사업에서 대양 항해의 경우 '최소 인원 승선, 원격 제어, 장애 예측과 진단 등 기관 자동화 수준', 연안 항해는 '선원 승선, 원격 제어 가능' 수준을 확보한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양 부처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간 1,600억 원을 투입하고, 부처 간 원활한 협력을 위해 통합사업단을 운영한다. 통합사업단은 기술 개발과 동시에 올해 안으로 실증 선박 운영 선사를 선정해 건조와 실증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해운업계는 자율운항 선박이 도입될 때 최저 운항 경로 탐색, 인적 과실로 인한 사고 감소 등이 가능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조선업계는 자율운항 선박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2025년, 전 세계 관련 시장 규모는 1,5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자율주행 산업협회 출범식(사진=한국 자율주행 산업협회)
한국 자율주행 산업협회 출범식(사진=한국 자율주행 산업협회)
자율운항모형선박 '이지고(Easy Go)'가 스스로 주변 장애물을 피해가며 목적지까지 나아가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중공업)
자율운항모형선박 '이지고(Easy Go)'가 스스로 주변 장애물을 피해가며 목적지까지 나아가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중공업)

현대차·카카오·KT 뭉친 '자율주행 산업협회' 출범

자율주행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간 협의체인 '한국 자율주행 산업협회(이하 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협회는 국내 자율주행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지난 8월 발기인대회 이후 자율주행 주관 부처인 산업부·국토부의 공동 설립 허가를 받아 만들어졌다. 협회에는 완성차, 부품 등 기존 자동차 산업계뿐만 아니라 통신, 정보기술(IT), 서비스,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의 60개 기업이 참여한다.

협회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협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으로, ▲자율주행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및 규제개선 과제 발굴·건의 ▲기업 간 협업사업 발굴 ▲국제 네트워크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협회장은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가 맡고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KT, 쏘카 등의 회사 임직원이 협회 이사회를 맡았다.

정부도 앞으로 협회 등 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국내 자율주행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정비해 나갈 방침이다.

협회에 대한 정부 생각을 밝힌 황성규 국토부 2차관은 "자동차 및 연관산업계 협업의 장이 마련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향후 협회와 함께 자율주행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내 자율주행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은 "자율주행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며 "자율주행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협회의 의견을 구하고 협회가 추진하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밝은 미래를 꿈꿨다.

LG전자 ADAS 설명 카드뉴스(사진=LG전자)
LG전자 ADAS 설명 카드뉴스(사진=LG전자)

자율주행 위한 'LG전자의 눈'

메르세데스-벤츠에 'LG전자의 눈'이 장착된다. 자율주행 기능으로 불리는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이야기다.

LG전자는 지난 6일 독일 완성차 기업 '다임러 AG'과 공동 개발한 ADAS 전방 카메라를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ADAS는 운전자가 느끼지 못하는 위험을 자동차가 감지해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로, 미국 IIHS(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 따르면 ADAS의 주요 기술 중 하나인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장치(FCA)'를 장착하면 사고율은 기존 대비 41% 줄어든다.

ADAS 전방 카메라는 ▲자동 긴급 제동(AEB) ▲차로유지보조(LKA) ▲차로이탈경고(LDW) △정속 주행 보조(ACC) ▲교통표지판 자동 인식(TSR) ▲지능형 전조등 제어(IHC) 등의 기능이 탑재된다. 이 가운데 AEB 와 LDW는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내년부터 모든 차량에 적용이 의무화된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며 더 안전한 주행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임러와 함께 10여 년간 많은 시도와 고민을 해왔다"며 "현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진보한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자율작업 트랙터 LS 스마트렉 및 원격관리 서비스 아이트랙터 이미지
자율작업 트랙터 LS 스마트렉 및 원격관리 서비스 아이트랙터 이미지

'자율작업 트랙터', '폴더블 운전대' 이색 자율주행 기술

대형 농기계 기업 'LS엠트론'이 국내 최초 자율주행이자 자율작업이 가능한 트랙터 '스마트랙'을 출시했다.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트랙터가 스스로 농작업을 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사용한 스마트랙은 초정밀 위치 정보 시스템을 이용해 정지 상태에서 트랙터 위치 정밀도 2cm 이내, 작업 시 최대 오차 7cm 이내로 정밀 작업이 가능하다. 이는 농작지가 좁은 한국형 농업에 적합한 경로 생성 알고리즘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트랙터의 경우 이동하며 작업하기 때문에 자율작업이 곧 자율주행으로 이어진다.

최종민 LS엠트론 트랙터스마트제어팀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 자율작업 트랙터가 먼저 나왔지만, 우리 농업환경과 다른 부분이 많다 보니 국내 첫 개발에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한국농업에 적합한 트랙터 기술 방향을 결정하고자 많은 시간을 조사했고, 좁은 경작지가 많은 우리 실정에 맞는 'K-턴(Turn)' 개발로 자율작업 기술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며 스마트랙 개발 소감을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운전대를 필요에 따라 접어서 수납할 수 있는 '폴더블 조향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양산 사례가 없는 신기술인 폴더블 조향 시스템은 현재 국내외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모터쇼 등에 등장하는 미래 콘셉트카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혁신적인 운전석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고 현대모비스는 의미를 부여했다.

폴더블 조향 시스템은, 앞뒤로 최대 25㎝까지 움직이며 사용할 수 있어 자율주행 모드, 운전자 주행상태에 따라 운전대를 접거나 펼칠 수 있다. 자율주행 모드에서 운전대를 대시보드에 넣으면 더욱 넓은 공간이 확보되고, 운전석을 180도 돌려 뒷좌석 승객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미래 차에 적용될 부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와 같은 미래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선제적으로 기술을 제안해 수출 주력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며 기술 발전을 약속했다.

어릴 적 공상과학 영화(SF 영화)를 보면서 미래에 어떤 기술이 생겨날까 궁금했다. 타임머신이 개발돼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순간이동 기술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 또 자동차는 하늘을 날아다니고,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해 나는 자동차 안에 누워서 놀고 있으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기술의 발전은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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