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오종호 기자] 대장동 사건이 온통 정국을 뒤덮고 있다. 가장 먼저 선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에 대해 집중되는 공격 거리의 최우선순위인 국면이다.

그 중심에 언론인 출신인 김만배 씨가 있다. 부국장인 그의 언론사 후배 배 아무개 씨와 관계된 변호사의 부인 정 아무개 씨도 언론인이다. 20년가량 검찰 출입을 했다는 출입처 ‘박제 기자’가 논란의 중심이다.

사건을 취재해 전달해야 하는 기자가 사건이 됐다. 사건 현장에 있어야 할 기자가 사건 현장에 개입했다. 사건을 만들었다.

기자는 무엇일까?

언론사마다 보도윤리, 취재윤리 등 선언적일 뿐인 조항들은 있지만, 언론학도들에게 우선 배움의 예로 인용되는 직업윤리 선서가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그중 일부분.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그것들도 멀리하겠노라.내가 어떠한 집에 들어가더라도 나는 병자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갈 것이며 어떠한 해악이나 부패스러운 행위를 멀리할 것이며, 남성 혹은 여성, 시민 혹은 노예의 유혹을 멀리할 것이다"

이런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위인에 기대어 언론학도들은 미래 직업이 될 언론인의 소명을 되새기곤 했다. 여기서 ‘병자의 이익’이란 기자에게는 독자의 '알권리'라 할 수 있겠고, '부패와 유혹을 멀리할 것'은 어느 직업에나 적용될 수 있을 것이나, 특히 언론인과 정치인에게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메스를 든 의사 못지않게 펜을 든 기자가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소명으로, 사명으로 숭고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비장감까지도 있었다.

최근 한겨레 성한용 기자의 칼럼으로 인해 익히 짐작했으나, 다시금 문장으로 확인한 심재륜 전 검사장의 '검사 십계명'이라는 것을 접하게 됐다. 그날 기자는 후배들을 모아 놓고 점심에 소주를 곁들이면서 검사 십계명을 '기자 십계명'으로 해석하며 썰(?)을 풀었다. 그 일부와 해석. 

"칼은 찌르되 비틀지는 마라."
→ 기사는 찌르고, 비틀어라.(다른 관점, 다른 입장으로 봐라)

"피의자의 굴복 대신 승복을 받아내라."
→ 취재원의 굴복 대신 하소연을 받아내라.

"수사하다 곁가지를 치지 마라."
→ 기사 쓰다 모자라면 곁가지라도 쳐라. 하지만, 논조를 훼손하지 마라.

"언론과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하라"
→ 취재원, 특히 권력과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하라, 잘 아는 사이여야지, 친한 사이여서는 안된다.

"칼엔 눈이 없다. 잘못 쓰면 자신도 다친다."
→ 펜엔 눈이 있다. 잘 못 쓰면 모두 다친다.

'불가근 불가원'이 항상 문제다. 기자라는 직업 외에 어느 직업이라도 그걸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만나는 사람이 많고, 이해관계의 중심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많고, 파장이 클 것이다. '잘 아는 사이'와 '친한 사이'라고 풀었지만, 동의반복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이런 원칙들을 항상 생각하고, 되뇌며, 상대에게도 유언 무언으로 알려야 한다. 오늘도 기자는 되뇐다.

"나는 오늘만 기자다. 오늘도 취재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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