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최재혁 기자]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도전장을 내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미국 포함, 공식 서비스되는 94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2억 900만 가입자 중 절반이 시청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안 본 사람이 없고, 설령 아직 못 봤다 하더라도 앞으로 볼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징어 게임은 유행이 돼버렸고, 예전 '허니버터칩', 원더걸스의 노래 '텔 미'처럼 모르면 간첩이 되는 시대가 와버렸다.

기자는 소위 말하는 '홍대병'에 걸린 터라, 유행하는 대부분을 싫어한다. 앞서 말한 허니버터칩은 한참 유행이던 시기에서 2년 정도 지난 후에 처음 먹었고, 천만 관객을 넘긴 '신과 함께'는 남들이 다 봤기에 볼 생각이 없다. 유행의 뒤꽁무니를 쫓는 게 싫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은 소비자가 만드는 게 아닌 생산자가 만든다는 생각 때문에 억지로 거절하는 편이다. 그래서 기자는 속칭 '문찐(문화 찐따)'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을 남들에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시청을 좋아하고, 남들이 재밌다고 말하면 솔깃해하는 '어머니'에게 만큼은 더더욱 없다.

기자의 어머니는 OTT 플랫폼인 '왓챠'를 통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접한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에서 틀어주는 프로그램과 통신사 무료 영화 등만 봤지만, 기자는 "엄마, 이제는 보여주는 것만 보지 말고, 보고 싶은 걸 봐"라며 왓챠를 등록, 결제해줬다. 이후 어머니는 출근 전, 퇴근 후, 쉬는 날까지 약속 없는 대부분 시간에 왓챠를 즐긴다.

왓챠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 보니, 남들이 부르짖는 'D.P.', '오징어 게임'이 없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어머니는, 여자 친구의 '넷플릭스 슈퍼 계정'을 통해 봤다. 어머니는 무려 넷플릭스와 왓챠, OTT 플랫폼 2개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인싸(insider)'가 됐다.

왓챠와 넷플릭스를 보며 기뻐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마주하면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남들은 생신날 '돈다발'을 선물로 드리거나, 해외여행을 보내드리는데 기자가 해드린 건 겨우 '등록하고 결제한' 것뿐이다.

물론 돈이 아닌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기자는 그마저도 못돼먹었다. 아직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인 어머니가,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찾아볼 줄 모르는 모습에 화를 냈다. 마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늙은 아비인 신구에게 DVD 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자 크게 화를 내는 명장면처럼 말이다. 

기자가 화를 낸 이유는 영화와 마찬가지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석규가 본인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신구에게 DVD 보는 방법을 알려준 것처럼, 곧 독립을 앞둔 기자는 ‘내가 없어도 엄마가 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불효자인 기자는 3년 전 어머니에게 약속했다. "내가 30살 될 때 엄마 크루즈 여행 보내드릴게"라는 말에 어머니는 함박웃음을 보였다. 기자의 나이가 30살까지 약 1년이 조금 더 남은 상황에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기자가 할 수 있는 효도는 겨우 왓챠와 넷플릭스 결제뿐일까? 기자도 효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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