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영화 ‘언프레임드’(사진=영화 언프레임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영화 ‘언프레임드’(사진=영화 언프레임드)

[CEONEWS=최재혁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분에 출품한 영화 ‘언프레임드’는 우리가 잘 아는 배우들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의 최희서, 드라마 'D.P.'의 손석구,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의 박정민,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의 이제훈 배우가 한데 모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도 찍혀본 사람이 잘 찍는다고 하던가? 충무로 간판스타들이 직접 보여주는 영화가 어색하기는커녕 어느 프로 감독 못지않은 실력을 보인다. 각양각색 4가지 이야기를 살펴보자.

영화 언프레임드 속 '반디' 장면(사진=언프레임드)
영화 언프레임드 속 '반디' 장면(사진=언프레임드)

"우리도 언젠가 사라지고 말 거야"

먼저 살펴볼 영화는 최희서 감독의 ‘반디’다.

​반디는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뒤로한 채 싱글맘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딸 '반디'는 내성적인 성격과 편부모 가정이라는 환경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말을 더듬는다. 왕따 당할 정도로 심각한 언어 장애가 있는 반디는, 유일하게 아빠에 대해 얘기하고, 떠올릴 때만 정상적인 발음을 구사한다. 

한 번도 본 적도, 잘 알지도 못하는 아빠지만, 반디에겐 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다. 엄마는 '아빠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반디에게 전하려 노력하지만, 혹여나 충격받을까 걱정돼 쉽사리 전하지 못한다.

​휴가철을 맞아 반디네 가족은 오랜만에 친할머니를 찾는다. 아빠가 태어난 고향이자, 한 번도 벗어나지 않은 그곳이, 처음 찾아온 반디에게 익숙하게 느껴진다.

아빠가 살던 집, 그의 놀이터였던 뒷산을 마주한 반디는 신이 나 "예전에 이 산에서 아빠가 반딧불이를 잡았다"는 엄마의 말에 아빠처럼 반딧불이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반딧불이를 통해 아빠의 흔적을 찾으려는 반디의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엄마는 반디를 뒤로한 채 아빠의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반디의 스케치북을 펼쳐든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깊은 고민에 빠진 엄마는 '아빠는 하늘나라에 가셨어', '반디야, 아빠는 안 계셔'라는 문장을 적다 지운다. 답답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다 반디와 눈이 마주치고, 이내 깨달은 듯 미소를 지으며 글을 적는다.

'반디야,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게 없어서 모든 게 생기고 사라져. 반딧불이도 예전에 있었지만 사라졌고, 엄마도 나중에 사라지고 말 거야'라며 반디에게 세상의 이치를 설명한다.

'모든 건 사라진다'는 사실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반디는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고 엄마를 폭 안아준다. 마치 세상을 떠난 아빠가 엄마를 안아줬던 것처럼.

엄마는 반디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편안한 웃음을 머금는다.

영화 언프레임드 속 '재방송' 장면(사진=영화 언프레임드)
영화 언프레임드 속 '재방송' 장면(사진=영화 언프레임드)
드라마 D.P.에 출연하고, 언프레임드 감독을 맡은 손석구(사진=영화 언프레임드)
드라마 D.P.에 출연하고, 언프레임드 감독을 맡은 손석구(사진=영화 언프레임드)

대중은 몰라도, 가족에겐 최고의 배우

다음은 손석구 감독, 임성재 주연의 영화 '재방송'이다.

​동네방네 배우라고 소문났지만, 비주얼은 영락없는 옆집 아저씨의 불과한 성재는 나이 든 이모를 모시고 병원에 들른 후 결혼식장에 가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워낙 까탈스러운 성격에 이모라서 걸쩍찌근하지만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명령을 완수한다.

​이모는 손녀의 결혼식을 위해 오랜만에 아리따운 한복을 차려입고 밖을 나선다. 동네 사람들 모두 이모를 쳐다보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지만, 배우라고 들었던 성재의 비주얼을 보고 의문을 갖는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인기 없고, 배우답지 않은 외모를 지닌 성재가 못마땅한 이모는 어서 병원에 가자고 재촉한다. 성재 또한 지금 상황이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이모는 몇 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탓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다. '맨날 검사받는데 왜 본인까지 와야 하냐'는 성재에게 갑작스레 드라마 캐스팅 제안이 찾아온다. "당장 파주로 뛰어와"라는 친한 선배의 말에, 이모를 병원에 놓고 가야 할까 고민한다. 이모는 성재의 고민에 서운하다.

​잠시 성재가 사라진 사이 심심했던 이모는 같은 병실 사람들과 대화한다. 이모는 "몇 년 전에 대장암 치료받았지만, 지금은 완쾌했어요"라고 자랑하지만, "내 딸이 대장암으로 죽었어요. 가족력이죠"라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병실 사람들은 "엄마가 딸을 죽이고 살았네"라는 어처구니없는 오해의 말을 전하지만, 이유 모를 죄책감에 이모는 반박하지 못한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쓰러진 이모는 갑작스레 눈 뜨며, 방금 꿈을 꾼 사실을 깨닫는다. 이내 성재가 병실로 돌아오며 "드라마 포기했어요. 같이 결혼식 가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검사를 무사히 끝낸 둘은 결혼식에 도착한다. 임무를 완수한 성재는 집으로 돌아가려다, 이모가 좋아하는 요구르트와 양산을 전해주고 떠난다. 이모는 자신을 챙기는 성재의 모습이 딸과 겹쳐 보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 언프레임드 속 '반장선거' 장면(사진=영화 언프레임드)
영화 언프레임드 속 '반장선거' 장면(사진=영화 언프레임드)
영화 언프레임드에서 감독을 맡은 박정민 배우(사진=영화 언프레임드)
영화 언프레임드에서 감독을 맡은 박정민 배우(사진=영화 언프레임드)

​"나도 반장이 될 수 있을까?"

세 번째로는 박정민 감독, 김담호 주연의 '반장선거'다. 학급에서 펼쳐지는 반장 선거를 다룬 이야기인데, 박정민 감독의 어두우면서 냉철한 분위기가 가득 실려있다.

영화의 주 내용인 ​반장 선거는 3파전이다. 활동적인 남자아이들이 지지하는 '지석', 예쁜 여자아이들이 지지하는 '효은', 출마 자체가 이해 안 되는 '담호'로 나뉜다. 선거는 지석과 효은의 반반 싸움으로 보여, 한 표라도 더 획득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소중한 한 표인 '캐스팅 보트' 담호를 회유하는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담호에게 접근한 사람은 지석이다. 지석은 담호에게 선거 조작을 도와주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출마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여긴 담호는 지석과 손을 잡는다. 선거 관리 위원으로 지석의 인물을 지정하고, 미리 만들어둔 투표함으로 바꿔치기해 선거를 조작하기로 합의한다.

​결국 반장 선거에서 지석이 승리하며 담호도 웃게 됐다. 흐뭇한 담호가 바꿔치기한 투표함을 정리하며 선거를 마무리 지으려 하는데, 심심해서 열어본 '진짜 투표함'에서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누구도 반장이 될 거라 기대하지 않은 담호가, 지석과 효은이를 누르며 압도적인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석, 효은이의 열성 지지자를 제외한 반 친구들이 사실은 담호를 뽑은 것이다. 담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투표함을 정리하며 반을 나선다.

영화 언프레임드 속 '블루 해피니스' 장면(사진=영화 언프레임드)
영화 언프레임드 속 '블루 해피니스' 장면(사진=영화 언프레임드)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것

마지막으로 이제훈 감독, 정해인 주연의 '블루 해피니스'다.

​부잣집 운전기사로 아르바이트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해인은, 힘든 상황에서 토익 공부를 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열심히 일한 해인은 잠깐 쉬는 시간에 카페에서 남은 토익 공부를 하다, 고등학교 동창인 동휘를 만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아직도 스펙을 쌓는 자신과 달리, 멀끔한 정장 차림에 아름다운 여성들과 대화하는 동휘는 너무나 멋져 보인다.

부러움에 가득찬 해인이 "어떤 일하고 있어?"라고 묻자, 동휘는 해인의 말을 무시하며 "됐고. 너 돈 있냐? 좋은 정보가 있는데"라며 주식 투자를 권유한다.

​딱 봐도 성공한 투자자인 동휘가 헛된 정보를 줄리 없다는 믿음에 자신의 생활비 모두를 투자한다. 투자 직후에는 - 5%를 기록했지만, 이내 10% 가까이 상승하며 결국 상한가를 달성한다.

동휘는 해인에게 전화해 "투자했냐? 얼마 땄어?"라고 물었고, 해인은 "40만 원 투자해서 10만 원 벌었다"며 방긋 웃었다. "40만 원이 뭐냐? 난 신용(신용 투자) 다 당겨서 엄청 땄어, 인마"라고 답한 동휘는 돈을 긁어모아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힘들게 번 돈이 전부인 해인은 결국 모든 걸 끌어모아 투자한다. 하지만 동휘의 정보는 잘못됐고, 주식은 하한가를 기록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해인은 당장 동휘에게 전화해 "네가 오를 거라며!"라고 따지지만 "결국 투자한 건 너야"라는 말에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다.

결국 해인은 생활비조차 모자라, 여자 친구가 선물해 준 소중한 카메라까지 중고로 팔아버린다. 집에 돌아와 허탈한 표정을 짓는 정해인에게 여자친구는 "하루 종일 연락도 없고 무슨 일 있어?"라며 걱정한다.

미안함만 남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정해인은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띵동'하며 문자가 울린다. "야, 이번에 진짜 확실한 정보야. 무조건 풀 매수 고고!"라는 동휘의 또 다른 정보에 정해인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4명의 배우가 각양각색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뿜어낸 영화 '언프레임드'는 ott 플랫폼 '왓챠'에서 만날 수 있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