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유망 내다보고 냉큼 창업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로 세계 최고 노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사진=셀트리온)

[CEONEWS=최재혁 기자] 2021년 포브스 선정 한국부호 명단에 당당히 첫 번째 이름을 올린 인물은 바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다. 서 회장의 아래 순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있는 걸 보면 셀트리온의 아성이 느껴진다. 셀트리온은 2002년 설립 후, 약 20년 동안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생명공학 기술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최고의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운데)이 2016년 8월24일 충북대학교로부터 명예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운데)이 2016년 8월24일 충북대학교로부터 명예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사진=셀트리온)

연탄 가게 아들에서 바이오기업 사장으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1957년 10월 23일,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태어났다. 서 회장의 아버지는 충북지방산림청 산림공무원 출신으로 일가친척 대부분이 충청북도 일대에 거주해왔지만, 아버지가 퇴직 후 무작정 연고도 없는 서울로 상경했다. 이후 작은 연탄 가게를 하며 서울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가정 형편은 꾸준히 나빠졌다.

서울살이가 힘들었던 서 회장 가족은 다시 인천으로 이사한다.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이어나간 서 회장은 착실히 공부하며 인천 명문 제물포 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 집이 가난해 학비를 충당하기 힘들었던 서 회장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택시 운전하며 학비를 벌었다. 이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부를 마친 직후인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직하게 된다. 서 회장은 삼성전기 재직 당시 화려한 언변과 자기 PR로 삼성전기 비서실 이사의 눈에 띄어,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할 때 2년밖에 안 된 신입 사원인 서 회장을 데려갔다. 서 회장은 "당시 성실했으며, 현상을 파악한 후 요점을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자평했다.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긴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던 중 김우중 당시 대우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991년부터 대우자동차 기획 재무 고문으로 일하게 된 서 회장은, 당시 34세의 나이로 일개 회사원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다. 그러나 대우그룹이 1999년 부도나며 서 회장은 사표를 쓰게 됐다. 서 회장은 "회사 수뇌부의 일원으로서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서 회장은 "후배 5명이 중국 음식점, 김밥 장사를 하려는 꼴이 보기 싫어서 창업했다"고 말하며, 1999년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창업한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와 장래성이 없어, 무작정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얻어 비슷한 신세가 된 대우자동차 출신 동료 10명과 함께 창업을 구상한다. 차기 사업에 대한 담론으로 IT부터 해서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오던 중, 당시 미개척 시장이던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 하나만으로 자금 총 130억 원과 초기 투자 470억 원을 받아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바이오산업을 시작하겠다며 세상에 떵떵거렸지만, 창업 멤버 모두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서 회장은 바이오를 공부하기 위해 1년간 40여 개국을 다니며, 외국의 유명 바이오 연구자들을 방문 인터뷰하는 등 최신 동향을 배운다. 또 수백 권의 의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지식도 쌓았다.

서 회장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사건이 있었다. 200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간염 백신을 개발한 업적으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연구진들을 만나, 생명공학과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토론하게 됐다. 이때,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기 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투자 가치가 높다는 점을 간파했다.

착실하게 공부한 서 회장은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세웠다. 이와 함께 미국 바이오기업 '벡스젠'과 제휴를 맺고, 벡스젠과 KT&G로부터 투자를 끌어내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기 시작했다. 또 창립 10년 만인 2012년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셀트리온은 바이오 업계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게 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0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0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원이 바이오시밀러 연구를 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원이 바이오시밀러 연구를 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세계로 뻗어나가는 셀트리온

서 회장은 201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시밀러로 세계 시장 장악'을 목표로 뒀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판매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독보적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램시마는 국내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셀트리온은 램시마 처방액을 국내외시장에서 늘려온 덕에 설립 15년 만인 2017년, 기업가치 5조 원을 넘어섰다. 셀트리온은 2017년 11월에 미국 제약사 박스터의 위탁생산 기업 '박스터 바이오파마솔루션'과 램시마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유럽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개발해 2017년 4월부터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트룩시마는 2018년 3분기 유럽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보이며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셀트리온의 새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트룩시마는 유럽에서 멈추지 않고 2018년 11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아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셀트리온은 다국적제약회사 '테바'와 손잡고 2019년 11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허쥬마도 2018년 2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허가받고, 5월 영국과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해 출시지역을 늘려가고 있다. 2018년 12월 미국 FDA에도 판매 허가를 받았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바이오산업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바이오산업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2016년 12월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램시마 출시기념식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화이자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셀트리온)
2016년 12월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램시마 출시기념식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화이자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인성 논란 일으킨 '갑질 횡포'

서 회장이 2018년 11월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갑질 횡포'를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인성 논란이 일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으로 오는 대한항공 여객기 일등석에 탑승한 서 회장은 이코노미석에 탄 셀트리온 직원들을 일등석으로 불렀는데, 여객기 사무장이 이를 규정 위반으로 제지하자 보복성 갑질 횡포를 했다고 알려졌다.

대한항공 내부문건에 따르면 서 회장은 승무원에게 반말과 비속어를 사용하고, 외모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면을 주문하고 세 차례나 다시 끓이도록 했다는 내용도 문건에 담겼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이 고의로 라면을 여러 차례 주문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저녁 대용으로 라면을 주문했는데 덜 익었다고 하자 승무원이 먼저 다시 조리해준다고 해 한 차례 다시 라면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외모 비하 발언 등의 보도 내용은 함께 탔던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공사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부분은 앞으로 철저히 지켜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더욱 배려심 있고 조심스러운 언행을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의 투박하고 진솔한 성격에서 비롯된 소통의 차이"라며 "예기치 못한 불편함을 느꼈거나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한 분 한 분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건은 무마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7년 2월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7년 2월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운데)이 2017년 7월 28일 셀트리온헬스케어 코스닥 상장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운데)이 2017년 7월 28일 셀트리온헬스케어 코스닥 상장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서 회장 "셀트리온, 소유와 경영 분리할 것"

셀트리온그룹이 비상장 3사 합병을 결정하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상장 3사 합병까지 이뤄지면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서 회장이 자리하게 된다. 업계에선 이번 합병이 2세 승계를 위한 초석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 삼총사'의 합병이 가결됐다고 지난 9월 밝혔다. 합병 비율은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 스킨큐어가 1대 0.4968534 대 0.0251667로, 합병기일은 11월 1일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2020년 9월 서 회장이 갖고 있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 35.54%의 일부인 24.33%를 현물 출자해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다. 공정거래법상 법인이 1년 이상 존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주사가 합병되면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는 서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를 소유하는 구조로 단순해진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 스킨큐어의 지분을 각각 95.51%, 100%, 68.93%씩 갖고 있다. 합병 이후 서 회장의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은 95.65%로 예상된다.

이번 합병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상장 3사 합병 추진의 사전 단계다 2020년 9월 셀트리온은 이르면 올해 이들 3사를 합병한 후 통합 셀트리온홀딩스가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시가총액은 각각 37조 6,872억 원, 17조 7,187억 원, 5조 6,349억 원으로 셋을 합치면 시가총액만 50조 원이 넘는 공룡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면 셀트리온그룹은 '서정진→셀트리온홀딩스→상장 3사' 구조가 구축된다. 회사 측은 이 과정을 통해 경영 업무 전반에 걸쳐 시너지 효과와 비용 절감을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이런 경영상 이유와 함께 서 명예회장 이후의 경영 승계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한다. 비상장사와 상장사 합병을 통해 2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보는 것이다.

서 회장의 두 아들은 상장사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지만, 향후 합병 과정에서 지분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서 부사장(서진석 의장)이 이사회에 합류해 의장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은 다르므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말처럼 서진석 의장은 현재 셀트리온·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을 맡는 대신, 주요 계열사의 경영 관련 직함을 모두 내려놨다. 차남인 서준석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과 셀트리온에서 제조 부문 본부장을 맡고 있다. 

서진석 의장은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2014년 초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에 입사해, 셀트리온 제품개발 부문 부문장, 셀트리온 스킨큐어 경영총괄 수석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장남의 능력을 검증하는 단계로 보인다"라며 "서 명예회장이 소유와 경영 분리를 강조한 만큼 전문 경영인 체제는 유지하되, 이사회 의장으로서 지도력을 검증한 뒤 소유권을 넘기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바이오기업이 된 셀트리온의 성장기가 무척 놀랍다. 더불어 서정진 회장의 샐러리맨 성공담 또한 삶에 허덕이는 직장인들에게 큰 용기를 안겨준다. 1957년생인 서 회장은 2020년 12월 31일 셀트리온 회장직에서 내려오며 "언제나 은퇴를 생각해왔다"며 "셀트리온은 후배들이 알아서 잘 경영할 것"이라고 후련한 은퇴사를 남겼다. 인생 3막을 준비하는 서 회장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그려갈까?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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