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최재혁 기자]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위한 튼튼한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 주거 안정성을 강화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년 차를 맞아,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해결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율이 떨어지자 내린 결혼 장려 정책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20대 남성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18년 25~29세 남성 43.4%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하며, 3년 전 31.0%보다 13.4% 증가했다. 결혼에 대한 긍정 답변도 2015년 64.8%에서 2018년 51.8%로 현저히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대남(20대 남성)'이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에 대한 회피 심리 반영이라고 봤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경제권이 강화되고 있지만, 아직 결혼은 남성의 역할이 크다"며 "가족을 부양한다는 부담이 20대 남성의 연애, 결혼 기피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끝없는 진로 설정이 필요한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결혼을 되도록 미루고 싶은 회피 심리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2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와 내년 초에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은 사회에서 생각하는 경제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 주변의 시선이 차갑고 불안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조건이 갖춰진 결혼'보다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결혼'을 선택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선택당했다. 주변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갖추려면 앞으로 최소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도, 우리 둘의 사랑만 확실하면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말로 서로 위로하고 있다.

결혼의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구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올해 9월 발표한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4억 4,156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1월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4억 4,067만 원으로, 현재 전셋값과 3년 전 매맷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가격으로 인해, 수도권에 신혼집을 차리고 싶은 기자는 아파트를 포기했다.

취업도 만만치 않다. 올해 9월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 준비를 포기하는 20대가 급증하고 있다. 20대 '구직단념자'가 22만 6,000명으로 작년보다 15.5%인 3만 명 늘었다. 취업 포기 이유로 '원하는 임금수준·근로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가 33.3%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초·중·고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비싼 돈을 내고 대학까지 나왔지만, 최저 시급만 겨우 받고 일하는 곳이 상당수다. 

평범한 직장에 취업해 열심히 돈을 모아 '내 집' 장만한다는 생각은, 어려운 경제 환경 탓에 이루기 힘든 꿈으로 전락해버렸다. 열심히 해도 꿈을 좇을 수 없다는 생각에 속 좁은 원망이 든다. 조금 더 노력하고 공부하지 않은 나 자신, 청년이 먹고살기 힘든 세상을 만든 정치 관료, 자신의 배만 불리면 된다는 기업인 이런 알량한 신념으로 나를 죄어오는 주변인들까지 너무나 아니꼽다. 

하지만 원망만 늘어놓는다고 바뀌는 게 무엇이랴! 현재 자리에서 뛰고, 노력하며, 세상이 조금씩 바뀌길 바라는 게 나를 위하고, 예비 배우자를 위한 길 아닐까? 세상에 당당하게 외친 후, 모두에게 허락받고 싶다. 결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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