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5개월 만에 0.5→0.75% 인상…초저금리 시대 마감
과열 시장 거품 제거 노력...전문가들 “시장 안정시키기엔 부족”
소상공인연합회 “금리 인상으로 부담 심해져”
한은, 추가 금리 인상 시사

기준금리 인상 발표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발표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CEONEWS=최재혁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가 15개월 만에 0.25% 올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8월 26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경기 방어 차원에서 돈을 풀기 위해 한은이 1년 반 동안 주도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뜻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금통위 직후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하다 보니 차입에 의한 과도한 수익 추구행위가 나타났다"며 "이제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 경기 개선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리 인상을 통해 과열된 시장의 거품을 빼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에 솟아있는 아파트 전경(사진=픽사베이)
서울에 솟아있는 아파트 전경(사진=픽사베이)

금리 인상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률 역대 최고치

금리 인상은 뜨겁게 달아오른 전국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8주째 역대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대출 규제, 공급 확대안 발표에도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전 주와 같은 '0.40%'라고 밝혔다. 7월 셋째 주부터 8주 동안 0.36%에서 0.40% 사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 등으로 거래 활동은 소폭 감소했으나, 지역별 인기 단지의 신고가 거래와 전세가 상승, 매물 부족 영향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도 금리 인상이 가파른 집값 상승에 하방 압력을 줄 순 있지만, 시장을 당장 안정시키기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 인상은 집값 하락을 불러오지만, 지금까지 금리를 올렸다고 집값이 내려간 적은 없는 것 같다"며 "금리 인상 폭이 작은 데다 전셋값 등도 오르고 있어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수급 상황 등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금리 인상이 전·월세 시장에 대해 주는 영향에 대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전·월세 시장은 단순히 금리 인상에 따른 기대이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격차도 함께 판단해야 한다"며 "현재는 전형적인 '집주인' 우위의 시장이라 안정적인 고정수익이 창출되는 월세나 반전세 임대가 월세로 되돌아가는 상황은 발생하기 힘들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전세의 월세 전환이란, 추세적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의 효과로 전·월세 전환의 속도는 조금 늦춰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추세적 전환은 아니라도 갭투자 등 목돈이 필요한 수요층이 여전히 남아있고, 월세 전환 대신 전세보증금 인상을 통해 이익 실현을 하는 부분도 있어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진다면 전환속도는 어느 정도 더뎌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흔들리는 주식 차트 모습(사진=픽사베이)
흔들리는 주식 차트 모습(사진=픽사베이)

주식 빚투, 금리 인상에도 역대 최대 기록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9월 2일 기준 25조 228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 발표 후에 주춤하던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을 내 투자)가 최근 들어 다시 25조 원을 넘기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투자 열풍이 불며 개인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8월 18일, 25조 6,111억 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개인 투자자의 매도량이 늘며 5거래일 연속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줄어들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8월 26일부터 꾸준히 상승 추세다. 이는 지난달 말 3,0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가 약 3주 만에 3,200선을 회복하면서 빚투가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선반영 된 만큼 이번 금리 인상 자체가 주는 타격감은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총재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전혀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지만, 심각하지 않다"며 "경기상황과 기업들의 실적이 금리 인상보다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빚투가 줄어든다고 예상하지만, 여전히 금리가 낮은 수준이라 투자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추가 금리 인상 전에는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 거래대금은 2분기를 기점으로 내림세지만, 20조 원대 후반을 유지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라며 "예탁 잔액은 70조 원 수준이 유지되고 있으며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25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MMF 및 CMA 잔액도 각각 151조 원, 67조 8,000억 원으로 증시 주변 자금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 박스권 장세에도 증시 주변 환경은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영업 손실 보상 관련 기자회견(사진=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영업 손실 보상 관련 기자회견(사진=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금리 인상으로 부담 더 심해져"

"대출 만기 연장 등 소상공인 부담 완화 대책 수립해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26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의 대출이자 부담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에서 "금리 인상은 백신 접종 추이와 함께 '워드 코로나'로 전환돼, 소상공인 경기가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나서 진행해야 할 사안이다"라며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도 않는 시점에 강행된 금리 인상은 소상공인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지 않은 처사로,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정부는 현재 1.5~2.5% 수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저금리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금리 인상을 억제하고, 금리 인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소상공인을 위해 정책자금 공급을 더욱 확대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올해 내내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과 7월 이후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 등 고강도 방역 조치로 인해, 소상공인은 힘겹게 버티는 중이다. 생계를 위해 생활비와 가게 유지비 등을 빚진 후, 매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빚을 빚으로 갚는 심각한 채무 악순환에 놓인 게 대다수의 소상공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05조 4천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2월 말보다 67조 원이 늘어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됐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해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방역상황·실물경제 여건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결정하겠다"며 "금융권과 충분히 논의하고 방역상황과 실물경제 여건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른 시일 내에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은행 업무 모습(사진=bnk 부산은행)
은행 업무 모습(사진=bnk 부산은행)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경기도청)

한은, 추가 금리 인상 시사해

유력한 여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금리 인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지사는 26일 SNS에 올린 글에서 "금리 인상의 부담이 서민에게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를 위해서는 원금의 상환 기간 연장, 이자 감면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고, 그것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누리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길"이라며 금융기관의 협조를 요청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도 대출은 많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제한적이고, 금리 인상 가능성은 1년 전부터 나오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금리가 한두 번 더 오른다고 해서 집값 상승세를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시장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한은에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고, 기준금리 추가 조정은 코로나 상황과 경기 변동, '미연방 준비제도'의 움직임 등을 보고 결정하겠다. 늘 그렇듯 서두르지도, 지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이미 예상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빠르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이뤄질 전망이어서 집값 대출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최소 0.50%포인트, 최대 0.75%포인트 인상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26일 금통위가 열리기 전에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보고서에서 "한은의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는 11월과 내년 하반기에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내년 말 금리를 1.25%까지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인상 발표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모습(사진=한국은행)
금리인상 발표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모습(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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