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로포비아, 소득 격차 상위 20% 소득 늘고 가계소득 최대 감소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소득 감소에 따른 가난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공포증, 가난 포비아의 실체와 올해 2분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현상을 들여다본다. 

스페인 아델라 코르티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사회, 정치적 문제에 다가간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 어원에서 가난을 뜻하는 아포로스(Aporos)와 공포증(Fobia)을 합쳐 '아포로포비아(Aporofobia)'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그 결과 경제적 불평등 제거, 세계적 자선, 평등 추구 민주주의의 길을 제안했다. 

유럽에서는 정치적 난민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들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쳐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상황이 더욱더 심각해진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시리아,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의 나라에서 건너온 가난한 이민자들은 유럽과 세계의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의 정치 철학 교수이자 뛰어난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아델라 코르티나는 일찍이 난민 유입으로 벌어진 차별과 혐오 현상 근저에 자리 잡은 아포로포비아라는 용어를 직접 창안해 경제사회에서 주고받을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상황을 분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혐오의 기원을 묻고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를 활용해, 가난한 이들을 향한 혐오의 시선이 부족 공동체의 외부인, 이방인을 배제해 집단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편향된 경향에서 비롯되고 있다. 더불어 뇌의 뛰어난 가소성, 적응력을 근거로 이러한 편향은 수정될 수 있음을, 본능적인 혐오와 배제, 두려움과 폭력을 넘어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성장이 가능함을 역설한다. 

이를 위해 청빈함을 미덕으로 강조하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칸트와 헤겔을 비롯한 근대 철학, 도덕심을 약물이나 수술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초인본주의자들까지 이어지는 사상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빈곤한 사람은 귀찮은 존재처럼 여겨지는데 돈이 없고, 속수무책이며 도착한 나라 또는 오랫동안 정착할 나라의 국민 총생산에 전혀 긍정적인 이바지를 할 수 없고 그저 상황을 복잡하게만 만들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그들이 공중 보건 비용을 증가시키고, 일자리를 빼앗으며,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고, 아주 미심쩍은 가치를 들여오고, 분명 사회의 행복을 빼앗을 거라는 후안무치한 생각을 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도 빈곤과 불평등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전쟁과 궁핍을 피해 이곳에 온 사람들이 겪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가난 포비아는 다른 유형의 증오나 거부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비자발적 빈곤이 사람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특징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정체성이 끊임없이 변하는 역동적 사회 환경과 대화를 통해 절충되지만, 민족성과 인종은 정체성을 이루는 분명하고 변함없는 요소 중 하나다." 

"인종이나 문화적 편견을 일으키는 감정들은 부분적으로 사회적 감정에 근거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감정들은 위험과 공격을 유발할 수 있는 뭔가 다른 점들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마도 이러한 반응은 부족 사회들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지만, 우리 뇌는 여전히 이 메커니즘을 따른다." 

"인간의 관계는 계약 능력으로만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주고받는 교환만으로 맺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간관계의 바탕에는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존재했던 관계가 놓여있다. 오로지 관계를 깨트리거나 강화하는 시도만 가능할 뿐이다. 결국 사람일 수 있는 이유는 타인이 그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 상호 인식이 관계 즉 리가티오를 만든다.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벌은 타인에게 투명인간 취급, 무시, 경멸을 받는 것이다. 상호 인식은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이것을 통해 사람들은 포용적 사회의 기초를 놓는 연민과 동정을 깨닫는다." 

아포로포비아에 나온 주요 내용을 보며, 올해 우리나라 2분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벌어진 현상을 본다. 경기 부진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고소득층의 소득은 임금 상승 등에 힘입어 증가했다. 

가계 소득이 역대 최대로 줄었는데, 지출은 10년래 가장 많이 늘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벌이가 더 나빠 분배 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가구, 1인 이상 농림어가 포함 월평균 소득은 428만 7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7% 줄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6년 이후 2분기 기준 최대 감소 폭이다. 물가 상승분을 덜어낸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하락 폭은 3%에 이른다. 역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2분기 기준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려졌던 팍팍한 가계 살림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2분기 가계의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6.5%, 사업소득은 3.6%, 재산소득 59.7% 등은 늘었지만, 정부 지원금을 포함하는 이전소득이 28.6% 급감하며 전체 소득을 끌어내렸다. 가계의 평균 월 소득은 2년 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분기 고용 호조, 자영업 업황 개선 등으로 근로소득, 사업소득 및 소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 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로 공적이전소득이 감소하면서 가구의 총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은 정반대였다. 2분기 가계는 지난해보다 4% 많은 월평균 330만 8000원을 썼다. 지출 증가율은 2분기 기준 2011년 5.1% 이후 최대다. 항목별로는 교육 31.%, 보건 10.6%, 주거·수도·광열 7.8%, 음식·숙박 3.3% 등 지출이 많이 늘었다. 경상조세 14.3%, 사회보험료 9.1% 등 지출 부담도 컸다. 치솟는 물가와 늘어나는 세금이 가계 살림살이에 악영향을 끼쳤다. 

소득이 적을수록 어려움은 더 컸다. 소득 계층별로 나눴을 때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6만 6000원으로, 전년 대비 -6.3%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저소득층은 일을 하거나 재산을 불려 버는 돈, 근로·사업·재산소득보다 정부 지원 이전소득에 많이 의존하는데, 재난지원금 공백이 그만큼 더 뚜렷이 나타났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월 924만 1000원을 벌었는데, 전 계층을 통틀어 유일하게 소득이 전년 대비 1.4% 늘었다. 

이에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과의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크게 나빠졌다. 올 2분기 5.59로 지난해 2분기 5.03보다 상승했다. 2019년 2분기 5.74 만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악화 흐름이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처분 가능 소득, 세금·이자·사회보험료 등 필수 지출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양극화 지표로, 이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하다는 의미다. 

경기 회복이 수출 대기업, 공공 관련 등 일부에서만 나타나고, 대면 소비와 내수 관련은 여전히 부진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면 소득이 늘 순 있겠지만 지속 가능하진 않다. 소득 기반이 계속 취약해지고 있는 양상이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가계의 어려움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