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시행 2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

(사)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 / 한신노무법인 대표 / 공인노무사 김상규
(사)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 / 한신노무법인 대표 / 공인노무사 김상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 시행이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논의가 이어졌던 사안이 한국에서는 근로기준법에 관련 규정을 법제화함으로써 기대와 우려를 함께 가지고 출발했다.

2년간의 시행과정에서 다양한 문제 제기와 한계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에 대한 보완으로 10월부터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변화도 예정되어 있다.

개정사항의 핵심은 첫째, 사용자나 사용자 친족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가해자일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규정이 신설되었다.

둘째,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신고에 대한 ‘객관적’ 조사의무가 강조, 규정되었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 규정이 신설되었다. 개정 전에도 사용자의 조사의무는 있었지만, 사용자가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위반 시 과태료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셋째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조사 시 관계 당사자 간 비밀누설 금지 의무가 규정되었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 규정이 신설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괴롭힘 발생 시 처벌을 명확히 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건강한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이라는 틀에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서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 자체가 불가능한 부분의 보완과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 근로자와 공무원에게 적용 확대 필요성 등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근본적인 비판과 논쟁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핵심이 괴롭힘 발생 시 이에 대한 대응과 처리 과정이 ‘직장 내’라는 전제에서 대부분의 처리 주체와 책임이 직장 내의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내부에서 종결하도록 하고 있는 점이다.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을 포함한 여러 개선방안에 대한 건강한 토론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현행 제도를 설계하고 법제화한 이들의 고민과 취지는 고려되어야 한다.

직장 내에서 우위를 이용하여 누군가를 괴롭힌다는 것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고, 조직을 병들게 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알리도록 하되, 그 처리 과정은 조직 내부에 두어서 자체적 해결 능력을 높이고 예방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에도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제도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단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만으로 조직 내부의 문제를 다루게 될 때, 그 조직의 자생적 역량 강화는 사실상 멀어지게 될 것이다. 가해자가 존재하게 된 구조적 원인들, 예컨대 회사 내부의 상시적 인력 부족, 열악한 노동환경, 각각의 업종 특성상 존재하는 위계적 소통구조 등에 대한 논의 없이 문제를 다루게 될 때, 직장 내 괴롭힘은 끊임없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하며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조직의 건강한 역량은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진 것만으로 강화되지 않는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러한 과정이 역할을 수행하였는지? 문제가 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좀 더 건강한 토론이 가능한 관계로 전환되었는지?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문제 또한 같은 맥락이 존재한다. 문제 발생 시, 즉시 배제하고 격리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우리가 일하는 현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조치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진정한 사과를 전제로 한 당사자 간의 대화와 화해에 대한 모색도 이제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조정을 비롯한 다양한 ADR(대안적 갈등해결) 기법에 대한 안내와 활용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 전체가 피해자의 자유롭고 평온한 자발적 의사를 전제로 해야 한다.

우리는 24시간 무균실에서만 살 수도 없고 내내 무균실에 사는 사람의 삶이 건강하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병균에 대한 치료방법이 오로지 항생제만으로 해결될 수도 없다.

집단면역.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다루고 해결하는 조직 내에서도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가해자와 피해자에게만 문제를 미루어둘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문제에 관해 인식하고 이를 풀어나가기 위해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해 처벌이라는 항생제도 필요하지만 조직 내부의 자생적 면역력을 높이는데 우리 모두가 다양한 모색과 노력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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