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CEONEWS 기자
김영란 CEONEWS 기자

최근 서울대 청소노동자로 근무 중이던 50대 여성이 교내 휴게실에서 사망하자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등에 대한 처우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사건은 과로’, ‘갑질논란으로 불거진 가운데 피해자 코스프레를 언급한 학교 사무처장의 발언으로 일파만파 되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서울대 측은 유족을 배제하고 자체 조사를 고수하며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했지만, 그나마도 최근에야 조사를 시작해 소극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은 20182월 무기계약직으로 학교에 직고용 됐지만, 그 이면을 보면 법인 직원관악사 직원으로 나눠져 있다. 관악학생생활관 관장에게 발령과 인사 관리를 받는 관악사 직원인 이들은 대부분이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으로 서울대 직원 정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외양만 달라졌을 뿐 일반적인 용역업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절벽에 내몰리면서 비정규직들은 일자리를 위협받고 실제로 우선적으로 해고되기도 했다. 과도한 업무, 갑질 등에 시달리면서도 실직, 소득감소와 같은 피해가 두려워 차별받는 것에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것이 이들의 처지다.

이러한 현실을 보고 있으니 2014년 개봉된 영화 카트가 떠오른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를 낳았다. 이랜드 그룹에서 있었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가 투영하는 한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문제는 사회적 고민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울림을 줬지만, 외양만 조금 바뀌었을 뿐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모 대기업 빌딩의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강남 아파트에서의 경비원 자살사건 등 카트의 주인공은 곳곳에 있다. 영화 카트의 모태인 이랜드 파업은 벌써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힘없고 억울한인물들의 상황들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모든 것을 그 말에 다 대입시킬 수는 없다고 해도, 그들에게 차별갑질없는 처우 개선을 해 주는 일이 그렇게도 힘든 일인 걸까.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마저 없어진 진정 불공감의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인가.

경영 긴축과 고용안정이라는 양날의 칼과 같은 상황 속에서 논란과 싸움으로 서로 만신창이가 되는 끝을 바라는 이는 없다. 노사가 상호 협의해 상생하며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정부가 신속히 제대로된 대안과 법안을 제시해 준다면 이 모든 비극들이 조금씩 이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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