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부담 가중시키는 가격폭등...언제까지 오를까?

 

[CEONEWS=오정록 기자] 원자재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오르며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공포에 직면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통화량 확대와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원자재 가격은 완만하게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코로나 등장에 따른 경기침체로 또 다시 풀린 막대한 화폐량이 원자재 가격 폭등을 부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소비자 지갑을 직접 털어가며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경기침체와 빈부격차 등의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각국 정부로서는 미리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까 하는 우려가 있는 한편, 이대로 시중 통화량을 확대시키면 인플레이션의 후폭풍으로 경기는 침체인데 인플레이션만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IMF를 직접 겪어봤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미국의 금융위기를 간접적으로 겪어서 인플레이션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에 실린 기사를 인용한다. 이 기사는 원자재 상승에 베팅하는 헤지 펀드 매니저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라 다소 과격한 측면도 있지만 참고할 바가 크다.

시계방향으로 리튬, 철강, 옥수수, 구리, 원유, 소금, 알루미늄, 디젤유, 철광석(출처=블룸버그)
               시계방향으로 리튬, 철강, 옥수수, 구리, 원유, 소금, 알루미늄, 디젤유, 철광석(출처=블룸버그)

원자재상품 붐...세계 각국에 인프레이션 우려

Doug King은 2004년 원자재상품 관련 헤지 펀드를 설립했다. 당시 “슈퍼사이클”이라 불릴 만큼 상품시장이 활황이었기 때문에 당시 원자재 펀드 설립은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중국의 왕성한 수요로 인해 석유에서 구리까지 모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시장에는 투자자들로 넘쳐났고 King의 원자재 펀드에는 약 20억 달러의 투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미국 셰일가스 혁명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붕괴했다. 가격이 폭락하고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많은 헤지펀드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10년이 흐른 지금 King은 또다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철강에서 대두에 이르는 원자재가격이 다년간 최고치를 기록하는 대규모 상품 붐으로 올해 헤지펀드 규모가 50%가량 상승했다. 원자재시장이 살아났고 연기금에서 실물 상품 거래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일시적인 광풍인지 아니면 글로벌 경제 구조의 장기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것인지다.

지난 12개월간 원자재 가격 상승률(출처=블룸버그)
지난 12개월간 원자재 가격 상승률(출처=블룸버그)

King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구조적 인플레이션 충격에 직면해 있습니다. 억제되었던 수요가 되살아났고 지금 모두는 모든 것을 가지기를 원합니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재현되고 있는 원자재상품 붐은 각국 중앙은행에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주며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세계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전 마이너스 가격이었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가격폭등이다. 원자재 붐은 또 ​​기후 위기 대처 품목의 원가 상승을 초래해 정책 입안을 어렵게 하고 있다.

수백만 개의 공장 운영과 건물 건설을 위한 원자재 조달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은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최근에는 원자재 투기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전략적 비축 물품을 유통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철광석과 천연가스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 중이고 미국 철강 가격은 올해 3배, 석탄은 13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22개의 원자재 가격 동향이 발표되는 블룸버그 원자재상품 인덱스는 코로나 대유행이 처음 발생했던 2020년 3월 저점에 비해 현재 78% 상승을 나타낸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자재인 원유는 세계가 코로나 봉쇄에서 벗어나고 OPEC 동맹이 공급을 제한함에 따라 폭등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45% 상승했고, 월스트리트에서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월스트리트의 관심도 높아졌다. 골드만삭스의 베테랑 원자재 연구 책임자인 Jeff Currie는 ”최근 금속과 곡물의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전반에 걸친 장기적인 시장은 강세이며 시장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상품지수. 2008.6.30=479.5, 2009.3.2=235.6, 2011.4.7=497.7, 2015.12.11=270.1, 2021.6.24=469.1, 현재 2008년 금융위기 이전수치에 근접해 있다. (출처=블룸버그)
블룸버그 상품지수. 2008.6.30=479.5, 2009.3.2=235.6, 2011.4.7=497.7, 2015.12.11=270.1, 2021.6.24=469.1, 현재 2008년 금융위기 이전수치에 근접해 있다. (출처=블룸버그)

원자재상품 투자·거래자들, 천문학적 이익 달성

코로나 후 경기회복을 예상하여 원자재상품에 베팅했던 투자자들과 실물 거래자들은 현재 랠리를 통해 천문학적 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농산물 업체인 Cargill은 지난 9개월간 순이익이 4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어느 해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원유 트레이더인 Trafigura는 3월 말까지 6개월간 20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한 해 최고실적과 맞먹는 수치다.

원자재상품 붐은 소비자에게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현재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고 있지만, 조만간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Unilever, Procter&Gamble 등 여러 기업이 곧 가격을 인상할 계획을 발표했다.

Unilever의 최고 재무 책임자인 Graeme Pitkethly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우리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상품 인플레이션 수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원자재 인플레이션은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웅크렸던 세계 경제, 중국 주도로 기지개...슈퍼싸이클 출현 가능성 높아...

랠리의 속도와 폭은 식물성 기름에서 석탄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의 원료에 영향을 미치면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슈퍼 사이클은 원유, 천연자원, 농산물 등의 비정상적 수급불균형으로 촉발된 강력한 수요 기간으로 정의되며 정상적인 비즈니스 사이클보다 오래 지속되는 랠리를 의미한다. 근현대 역사에 4번의 슈퍼사이클이 있었는데, 1900년대 초 미국의 산업화, 1930년대 세계적 군비 확장,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과 일본의 재건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금융위기 이전 미국의 강력한 수요에 부응하는 중국의 고도산업화로 4번째 슈퍼사이클을 경험했다.

이번의 다섯 번째 슈퍼사이클의 출현은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현재 Bloomberg 상품지수는 2007년 8월과 2010년 11월 최고점에 달하는 500포인트에 근접해 있다. 그리고 코로나로 웅크렸던 세계 경제는 중국 주도로 거대한 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어 슈퍼사이클 재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 출현 초기에는 수요에 악재였다. 세계는 폐쇄되었고 여행은 급락했고 공장은 문을 닫았다. 석유에서 구리까지 모든 가격이 소비 위축으로 작년 3월과 5월 사이 급락했다. 그러나 몇 개월 후, 소비는 돌아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품 수요와 부의 전형적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국가는 대부분의 지출이 식량과 주택 등 필수적인 수요에 전념하기 때문에 원자재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상품을 위한 최적의 지점은 1인당 소득이 4,000~14,000달러인 국가다. 이는 중국이 2000년대 초에 진입한 중간소득 범위다. 국가가 도시화·산업화하는 단계로 과도한 상품 수요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많은 원자재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상품을 살 수 있는 돈이 생긴다. 산업화 국가는 또 철도, 고속도로, 병원 등 공공 인프라를 건설한다.

반면 1인당 소득이 20,000달러 이상인 국가의 경우는 교육, 건강, 레크리에이션과 같은 서비스에 수요가 늘어나며 상품 수요는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방 선진국, 신흥 시장과 유사...서비스에서 상품으로 지출 이동

그러나 코로나는 이러한 역학관계를 변화시켰다. 도시가 폐쇄됨에 따라 미국과 같은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도 지출이 서비스에서 상품으로 이동했다.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이 신흥 국가의 소비자처럼 자전거에서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상품 소비를 하고 있다. 즉 폐쇄에 따라 위축된 서비스 관련 소비가 상품으로 전가된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미국 전체 소비자 지출은 2018~19년보다 낮게 나타나지만, 상품에 대한 가계 지출은 현재 코로나 이전 추세보다 11%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행, 식당 또는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전염병 이전 추세보다 7% 낮다.

Trafigur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Saad Rahim은 “대규모 통화확대 정책, 전례 없는 재정 부양책, 억눌린 수요에 따른 저축이 모두 결합되어 탄력적이고 강력한 성장 궤도를 그려내고 있다. 재정 부양책에는 서방 선진국 정부가 고속도로, 철도와 교량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인프라 지출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신흥 시장과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화석 연료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적인 미래를 구축하고자 전기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석탄과 석유에는 안 좋은 소식이지만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구리, 알루미늄 및 코발트, 리튬과 같은 배터리 금속과 같은 원자재에 대한 더 많은 수요를 의미한다.

Glencore Plc의 전임 CEO인 Ivan Glasenberg는 “상품 가격은 오랫동안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세계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의 영향으로부터 경제를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적절한 붐 사이클의 시작, 일시적 급증 아냐"

반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작년도 석유 생산을 줄인 OPEC 동맹과 같은 생산국의 의도적인 움직임은 병목현상마저 초래했다. 그리고 전염병은 광산, 제련소, 도살장, 농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격상승이 생산량을 늘려 시장의 균형을 회복하는 고전적인 수급 논리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가 있다.

공급을 늦추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기업은 주주와 법원의 압력을 받아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 동참하여 석탄, 석유, 가스 등과 같은 화석 연료 생산을 줄인다. 둘째, 주주들은 최고 경영자들에게 더 높은 배당금을 보상할 것을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광산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유전을 시추하는 데 더 적은 투자를 한다.

이러한 세력의 영향은 이미 기업들이 몇 년 전에 새로운 공급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상품시장 일부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열탄’이 대표적이다. 광산 회사들은 최소한 2015년부터 지출을 줄이고 있었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석탄 가격은 10년 만에 볼 수 없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올해 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철광석도 마찬가지다. 석유에서도 같은 패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Doug King과 같은 원자재 강세 자들은 "이것은 적절한 붐 사이클의 시작이다. 이것은 일시적인 급등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요약하자면 현재 원자재 상품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까지 오른 상황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매우 크다. 수요와 공급의 일시적 비대칭일지 아니면 장기적 공급부족 상황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후폭풍이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은 챠트와 역사적 사건에서 나타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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