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시행에 임금 지원

[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주 52시간제 시행에 임금 지원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주 52시간제 확대 지원 대책이 나왔다.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종업원 5~49인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임금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으로 고용 시장이 왜곡된 가운데 세금으로 불만을 달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주 52시간제 지원 대책의 실효성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 확대되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신규 채용을 한 기업이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할 경우 신규 채용자와 재직자 인건비를 한 달에 각각 80만 원, 4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것은 고용노동부에서 지난 2018년 7월부터 운영해온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새로울 것 없는 대책으로 생색만 낸다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지원 대책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 사업 예산은 2018년 24억 원에서 2019년 233억 원, 지난해 335억 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뿌리산업의 부족 인력은 5,053명에서 1만 1,138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국가가 돈을 쥐여주고 더 뽑으라고 해도 뽑을 인력이 없어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되면 5~49인 규모 영세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줄어든 작업 시간으로 인해 근로자들 임금이 낮아질 경우 퇴사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정규직 근로자는 월평균 37만 3천 원, 비정규직 근로자는 월평균 40만 4천 원의 급여가 각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건비 지원 사업은 사업주가 재직자 월 급여 감소분을 보전해 주는 경우에 한해 최장 2년간 보전 금액의 80%를, 최대 40만 원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다. 나머지 부담은 사업주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도 선뜻 근로자 임금 보전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가 나서서 세금을 풀어 생색내기에 나섰지만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 현장에서 쉽게 안착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세 특례를 통한 고용 지원 정책은 기업이 고용 인원을 증가시킬 경우 발생하는 인건비의 일정액 또는 일정 비율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지난 2017~2018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세 특례의 확대가 고용을 증대시켰다는 통계적 근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청년 고용 역시 조세 특례의 확대보다는 기업 규모와 경영 상황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그리고 고용 장려금, 공공 일자리 사업 등 주먹구구식 세금 땜질 처방은 그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 사업은 사업을 통한 지원자의 고용 유지율이 지원 기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또 이 사업의 순수 고용 효과는 고용장려금 지급 대상자의 30~50% 수준이다.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은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중소기업에 고용보험 기금으로 장려금을 3년간 지급하는 사업이다.

공공 일자리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공공 일자리 사업을 보면 저소득층 근로소득은 감소했고, 고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은 큰 폭으로 늘어 결국 5분위 배율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5분위 배율은 소득 분배 상황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로, 이 수치가 커질수록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경영 환경이 영세한 5~49인 기업의 52시간제 고충을 해소하려면 직접적인 비용 지원보다는 오히려 제도적 지원이 효과적이다. 인건비 지원처럼 단기적 처방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다. 기업이 경기 사이클 변화에 대응하려면 연장근로 한도를 주 12시간이 아닌 월 단위나 연간 단위로 바꿔야 한다. 산업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어차피 돈이 있어도 사람을 못 뽑는데 정부가 지원금만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주 52시간제 관련 인건비 지원 정책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현장 실정을 잘 모르는 정책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과 외국인 노동자 입국 제한 등으로 인한 심각한 구인난 때문에 신규 채용을 전제로 하는 지원금 수령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외국인 고용 비율 확대 등 인력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와 상관없이 신규 채용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내국인 직원을 구하지 못해 대부분의 생산을 외국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막히면서 생산 라인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적정 인원의 절반도 못 채워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 50인 이하 중소 영세기업들은 제조업 기피 현상으로 인력 자체를 못 구하는 상황인데 신규 채용을 전제로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영세기업의 고용난부터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개선이 더 중요하다. 50인 미만 영세기업은 주문이 몰리는 특정 시기에만 일손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만큼 신규 인력 채용과 유지를 전제로 하는 이번 정책은 효용성이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지원금보다는 외국인 인력 고용 비율 확대, 외국인 노동자 입국 제한 완화 등 제도 개선이 52시간제 적응을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외국인 백신 접종자라도 빨리 입국을 허용해 인력난을 풀어줘야 한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있어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경제 시대를 열기 위해 경제와 고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주 52시간제가 대한민국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를 즐겁게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준실 시인의 시 '피아'를 낭송하며 정책을 잘 살펴봐 주기를 바란다.

피아

이준실 시인

거기 강가에 서서
짙푸른 빛을 바라본다

너와 나의 시선이 하나 되면
강물의 긴장은
작은 소용돌이로
너에게 물빛을 반사한다

빛이 내게로 투영되고
변화로 무장된 겉모습은
그 빛으로 깨어진다

너와 나는 없고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우린 그렇게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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