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직시하고, 고통 감내하는 용기로 정책 대전환 이뤄야 “희망 있어”

[CEONEWS=김충식 기자] 2019년 경제는 어떻게 진행될까? 여러 기관에서 경제 전망치가 나오면서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 더 안좋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에는 국정방향을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국가미래연구원이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와 대담한 ‘2019년 경제 예측’을 통해 내년 경제를 내다봤다. <편집자 주>

▲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이계민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진행>

"성장률 하락에 실업자 1백만 명이 6개월째 지속하는 현실인식부터"

이계민 연구위원 : 내년 경제가 상당히 가라앉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우선 우리 경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말씀을 해주시고, 앞으로 전망도 짚어보는 그런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 내년 경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동원 교수 : 우선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출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3.1%였습니다만 금년 성장률이 지금 추세로 가면 아마 2.6%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정도도 충분히 우리가 잠재 성장률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에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문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과 경기와 고용이 전부 분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에 가까움에도 현재의 경기 상태는 여러 지표로 보건데 2009년 상반기와 같은 수준입니다. 2009년 상반기라고 하면 세계 금융 위기가 2008년에 터지고 ‘위기’라며 이명박 정부가 안간힘을 쓸 때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에 있는 것입니다. 2011년 8월에 경기가 피크였는데 그로부터 시작해서 거의 7년을 내려와서 감이 없는 겁니다.

[2019년 고용전망]

고용지표를 보면 지난 9월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는 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고용 상태는 2000년 초와 같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상태에서 2019년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산업구조가 양극화되어 있기 때문에, GDP 성장률이라고 하는 것은 부가가치를 가지고 따지기 때문에 반도체라든가 석유화학산업이라든가 호황을 누리는 산업들의 부가가치를 가지고 전체적인 성장률이 높아지지만, 그것이 그 산업들의 호황이라고 하는 것은 나머지 제조업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제조업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기의 침체하고는 분리가 되고, 더군다나 이런 산업들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고용 유발 효과가 굉장히 낮습니다. 그러니 지금 제조업이 무너지며 고용이 함께 무너지는 것이죠.
 

'소득 양극화' 문제도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산업 양극화’

-이계민 : 결국은 산업 활동이 편중됐다는 말씀이시죠.

▲김동원 : 그렇죠. 우리가 소득의 양극화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는 산업의 양극화 문제입니다.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2019년으로 가거든요, 여기에서 2019년에 우리가 나아지려면 반전의 모멘텀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경제라고 하는 것은 GDP의 55%가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항상 반전의 모멘텀은 수출입니다.

[한국은 수출주도가 성장의 핵심 모먼텀이었다. 수출이 줄어들면 내수를 포함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

수출이 아니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건설경기에요. 주택 붐을 일으키던지 하는 건설 경기인데, 내년엔 우선 저는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금년은 그래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안간힘 때문에 소비가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쁜데도 불구하고. 그런데 아마도 제가 보기에는 내년은 소비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유가 뭐냐면 주가하락과 더하기 주택가격 하락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시가 반전은 성공하겠지만 그것은, 다른 한 쪽은 그것이 경기를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저는 우선 기본적으로 내년 자산 시장의 침체 현상 때문에 부(富)가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을 쓸 수가 없는 것이죠. 소비가 줄 것이고 그 다음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동반 조기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는 조짐이 보입니다. 수출이 위축되면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투자도 올해도 부진하지만, 내년은 아마 올해보다 나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더 나빠질 것입니다.

그 다음 저는 내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는 항상 이렇게 내려왔으니 그렇겠지만, 내년은 2018년과 비교해봤을 때 훨씬 ‘대외적 충격의 위험이 큰 해’라고 생각합니다. 첫 째는 미중 무역마찰이 사실상 금년에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중국의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미 수출이 계속 늘고 있거든요. 그 이유는 금년 위안화가 10% 정도 절하가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응력이 생겨 별로 그렇게 느끼지 않지만 대중국 수출의 75%가 중국 내수시장입니다. 우리 수출 중에 미국으로 가는 것은 5% 밖에 안돼요. 75%가 중국 내수입니다. 그런데 중국에 투자나, 소비는 아직 괜찮습니다만, 투자라든가 주가라든가 여러 가지로 봐서 중국의 내수가 빠를 속도로 식고 있습니다.
 

내년은 ‘대외적 충격의 위험이 가장 큰 해’될 것…금융자산 이탈 우려

그래서 내년에는 미중 무역 마찰로 인한 중국의 경기침체가 우리 수출에 상당히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금년 중국 성장률이 6.6%로 대충 전망을 하고 있는데, 내년 중국 성장률은 대부분 6.2% 안팎의 전망입니다. 제가 보기엔 6.2%가 안 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6.6%에서 6.2%로 떨어지면 0.4%포인트가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대략 중국 성장률의 절반 정도가 우리에게 영향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국의 경기 위축으로 인한 우리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 대략 최소한 0.2% 포인트 정도 되는 것입니다,

이걸 계기로 국제금융자산이 이제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미국 시장을 보시면 주목하셔야 될 일이 3개월짜리 재무성 증권이 수익률이 2.3-2.4%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데 다우존스 주식에 들어가 있는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1.9%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주가 변동의 리스크를 안고 주식을 사도 1년에 1.9% 밖에 못 먹는데, 전혀 위험이 없는 재무성 증권 3개월짜리가 못 받아도 2.3%를 받는 것입니다. 10년짜리는 지금 3.15%를 왔다 갔다 하니까요. 그러니까 이제는 위험자산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에요. 그러니 자금이 대거 미국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그 다음 보시면 주목하셔야 할 것이 국제금융시장을 보시면 10월 3일을 분기로 미국 주가도 대폭락을 하고, 40일 전이죠, 10월 3일 기점으로 세계금융시장이 반락의 모멘텀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10월 3일을 기점으로 11월 12일까지 국제유가가 무려 20%가 떨어졌습니다. 여기서는 석유시장의 문제도 있으나 세계경기가 조기에 위축되고 있음을 반영해주는 것입니다. 2009년 3월부터 시작해서 미국시장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76%가 올랐습니다. 그 10년 상승 국면이 이제는 끝났다는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세계 금융 자본들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일어나고 이 재조정 과정에서 지금 위험한 국가들, 최근 보시면 이태리가 EU에 낸 재정 계획안이 비토를 받았습니다. 너무 적자폭이 크다고 해서요. 제가 보니까 2011년에 일어났던 유럽 재정위기와 비슷하게 이태리가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가 그렇죠. 남아프리카도 그렇고요. 국제 금융자본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그냥 가지를 않습니다. 우리나라 증시도 지난 10월 달에 4조 5천억 원어치를 팔았더라고요. 주식을 팔아서 아직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만 아마도 제가 보기에는 이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안 끝난 것이, 돈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반적인 그림이 아직 그려지지 않아요.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세계경제 조기침체 과정에서 일어날 ‘나비 효과’ 경계해야

-이계민 : 그런데 미국이 또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한다고 하는데…

▲김동원 : 미국은 12월 달에 당연히 올릴 것이고, 지금 개요로 따지면 내년에 최소 3번은 올려야 합니다. 이걸 올리고도 연준 장기 계획에 따르면 1%가 더 오릅니다. 12월까지 하면 앞으로 1.25%포인트를 더 올린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야 다음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첫째는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이 굉장히 내년에 클 수 있다 하는 것이고, 두 번째 큰 문제가 지금 불과 9월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경제가 올라갈 때는 같이 올라갔지만 내려갈 때는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경제가 분리된다, 다시 말하면 유럽과 일본은 이미 하반기에 들어서 하강 국면으로 꺾어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괜찮다. 미국은 내년까지 잘 갈 것이다. 이게 9월까지 지배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10월 달에 미국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동반 조기 침체론이 지금 우세합니다. 지금 중국도 걱정하는 것이 미중 마찰보다 더 걱정하는 것이 세계경제의 조기 침체고 세계 경제가 조기 침체하면 중국 수출이 감소하겠죠. 중국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의 중국 수출도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또 하나 우리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 자본의 이동, 또 세계 경제의 조기침체 과정에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나비 효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코스피 2,000이 붕괴되는 등 충격을 받았다.]

2019년이 국제금융위기 여파 본격화된 2012년의 데자뷔가 될 가능성

-이계민 : 그러면 내년에 나비효과가 날 것이라는 것은 어떤 요인 때문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김동원 : 미중 무역마찰의 위험이 깔려있고, 10년 주식 시장의 호황이 끝나고 국제 금융자산의 재조정 과정에서 국제 금융 자본이 대거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약한 곳을 치고 갑니다. 그러니까 수익률이 안 오르고 위험한 곳부터 돈을 빼기 시작하는 것이죠. 돈을 빼서 안전한 곳으로 가져가는 것이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이태리에서도, 남아프리카에서도, 브라질에서도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고, 그 위험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아까 말씀드린 40일 간 국제 유가가 20%가 떨어졌다, 이것은 바로 대표적인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 2019년이 딱 2012년의 데자뷔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경제성장률 “感으로는 한국 2% ,중국 6% 지키기 어려울 듯”

-이계민 : 결국 우리는 세계 경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내년 경제에 우리가 유의해야한다고 할까요, 어떤 영향이 국내적으로 미칠지. 세계 경기의 여건들이 이렇게 급변하게 안 좋은 쪽으로 가는데, 우리는 그냥 전부 다 무조건 산업이 침체가 될 것이냐, 내년 경제는 어떻게 보세요?

▲김동원 : 한국은행이 이야기 하듯이 올해도 2.7%, 내년에도 2.7%. 그러면 실제 통계로 보면 2.5%가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내년 그대로 가서 2.5%로 가자고요. 거기서 아까 제가 중국 여건이 못해도 0.2%포인트는 빠진다고 그랬죠.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국내 자산시장의 침체로 인한 소비둔화 등등으로 인해서 그것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지만 또 빠질 것입니다. 거기에다 세계 경제의 하강으로 인한 우리 수출 둔화로 또 빠지겠죠. 아까 말씀드린 나비효과를 빼고도. 그러면 제가 볼 때 내년은 아마 지금 나온 전망들을 보면 KDI는 2.6%까지 나왔고, 가장 낮은 곳이 무디스의 경우는 우리 정부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 2.3%를 내놓고 있습니다. 저보고 숫자를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계량모델을 돌리진 않지만 제 감으로는 내년은 아마 중국은 6% 지키기 어려울 것이고, 우리나라는 2%를 지키기 힘들 것입니다.

[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율을 2.6%로 잡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2%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내년 최대이슈는 ‘위험 관리’ … 자동차 산업 침체는 '심각’

-이계민 : 굉장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시네요. 구체적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동원 : 우리 경제가 이만큼 끌어가는 것이 수출 때문인데요, 수출을 잘 끌고 있는 반도체가 하강은 아니더라도 더 이상 이것을 끌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동차 문제입니다. 이미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들이 거의 어려움이 있고 최근 며칠 전에 기아자동차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보도가 있은 적도 있습니다만, 제가 볼 때 내년은 자동차 산업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 국면에 빠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엔 성장률을 어떻게 하느냐, 뭘 어쩌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소득 주도 성장을 지속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정부나 기업이나 중심은 내년 최대이슈는 ‘위험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2019년이 2012년의 데자뷰가 될, 다시 말해 2012년에 일어났던 일이 2019년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2011년에 우리 성장률이 3.7%였어요. 그게 2012년에 가면 성장률이 2.3% 무려 1.4% 포인트가 떨어집니다. 그 다음 수출 증가율은, 전체 수출 증가율은 2011년에 19%였는데, 2012년에는 -1.3%로 갑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14.8%가 0.1%가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 중국 수출률이 딱 15%입니다. 이미 중국 수출을 빼면 나머지 나라 수출은 증가율이 0%예요. 소위 머피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죠. 한 번 일어나기 시작하면 연달아서 일어나게 되는데, 저는 국가적으로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제일 중요한 것은 위험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위험하다면 바로 그런 불확실하지만 뭔가 일어날 수 있는 충격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지켜낼 수 있는 방어능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수출주동형 경제성장 모먼텀을 갖고 있다. 주된 효자 품목은 반도체와 자동차이다. 자동차가 타격을 받으면 한국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업 확대 등 잠재적 위험 커진 만큼 내년 사회안전망 대폭 확충 “절실”

 

-이계민 : 앞으로 내년 우리 경제 정책은 어떤 식으로 위험관리를 하고 어떤 부분에 노력을 해야 하는 지 말씀해주시죠.

▲김동원 : 국제 금융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예를 들면 우리가 지금 미국보다 금리가 역전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그 이야기는 그만큼 국제금융 자본의 이동으로 인한 우리 시장의 잠재적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죠. 거기에 대해서 정부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기본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이 문제가 아니고, 어쨌든 정부는 내년에 사회 안전망을, 다시 말해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흔들리겠죠. 이것의 여파로 국내 경기의 침체라든가, 지금 말하자면 건설업의 침체 내지는 실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데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에 관계없이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경기 ‘대책 없는 불황’ 가능성…고통 감내하며 ‘과감한 구조조정’

-이계민 : 정부가 이야기 하는 것은 사회 안정망까지를 포함한 것이 소득정책이라고 설명을 하는데.

▲김동원 : 어려운 문제는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가 바로 구조개혁의 기회입니다.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새 살이 나도록 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손을 댄다, 그러면 정부가 엄청난 정책의 부담을 느끼는 것이죠. 그래서 구조 개혁은 좋을 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좋을 때는 안 하거든요. 그러니까 좋을 때 안 한 숙제가 더 밀려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살자면 2012년이 그렇게 나빴다, 거기에 그치지않죠. 그래서 5년 동안 우리가 그 고생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 똑같은 이야기를 만약에 반복한다면 2019년이 나빴다, 2019년만 나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2012년에서 2016년 사이보다 더 오래 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세계 경제 흐름이 그렇게 가고 있기 때문에. 세계 경기가 소위 ‘대책 없는 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일한 기어가 이미 재정은 빚이 너무 많아 쓸 수가 없고, 유일한 경제를 좌우할 기어가 금융인데, 금융이 아직도 취약한 상태입니다. 제로금리라고 하는 유럽과 일본은 그냥 있기 때문에 아무 대책이 없어요. 그러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정부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계민 : 아까 대책 없는 불황이라는 말씀이 상당히 와 닿는데, 대책 없는 불황이라고 해서 손 놓고 어려운대로 견디고 갈 수밖에 없느냐 하는 의문이 있는데요, 방금 말씀하신 구조개혁 말고는 어떤 것이 있죠.

▲김동원 : 그 얘기가 제가 하는 얘기가 아니고 IMF가 계속 그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다음에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가면 답이 없다." 그래서 계속 IMF가 하는 이야기가 ‘장마 오기 전에 지붕을 고치라는 것’이에요.
 

고용문제 해결 위해선 ‘제조업 위기’극복해야

-이계민 : 소위 그런 것들을 전제로 했을 때 국내 경제 정책의 수단과 또는 방법론이 어떤 게 있을 수 있나요. 예를 들면 지금 정부의 얘기대로 재정정책을 조금 더 확장적으로 집행하겠다거나 하는…

▲김동원 : 지금 경제 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소위 '수출 주도, 대기업 중심, 이런 제조업 중심을 가지고는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대안으로 나오는 소위 내수 주도, 서비스업 주도, 이걸로 갈 수 있느냐, 여긴 성장 동력 자체가 없습니다. 이게 완전히 지금 망가져 있는 것이거든요. 내수시장은 자영업이라든가, 음식업이 대표적입니다만 2012년 이래 완전히 초과공급 상태에 있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정부는 용기를 내서 이 심각한 제조업 문제를, 침체 문제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지자면 지난 10년간의 보수 정권이 이 문제를 안이 하게 대처한 것이 다 밀려서 온 책임도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을 다시 강화해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보수가 들어오든 진보가 들어오든 GDP의 50% 내지 55%로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소규모 개방 경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뭔가를 만들어 팔아야 현재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반도체, 무너져가고 있는 자동차 말고는, 석유화학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 뭔가 만들어 팔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우리 경기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현재 삶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간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제조업의 위기 문제에 더 주목해야 하는 핵심이 무엇이냐, 제조업의 위기입니다.

[한국경제에서 제조업이 흔들린다는 것은 산업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 정부 성장전략과 산업 정책에 대기업은 없어

-이계민 : 기업들이 어쨌든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정상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지요

▲김동원 : 제조업을 개혁해야 하는데 또 하나의 문제가 뭐냐면 지금 혁신 성장엔 대기업 제조업이 없습니다. 중소기업 벤처만 있어요. 우리나라 수출의 70%를 30개 그룹사가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적폐이기 때문에‘ K재단에 돈을 가져다 준’ 적폐이기 때문에 정부가 상대를 안 하죠. 정부가 그 사람들 부른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평양 갈 때. 딱 한 번 불렀습니다. 가서 냉면 먹으러 가자고 한 번 불렀지, 부른 적이 없죠. 정부의 성장전략에는, 산업 정책에는 대기업이 없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중소기업 벤처를 가지고 우리 경제를 일으키기를 왜 못했죠? 주목하셔야 할 것은 소위 4차 산업 혁명이라고 하는 소위 디지털 시대에는 투자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갑니다. 옛날 아날로그 시대의 투자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가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5G는 소수의 엄청난 자본을 가지지 않으면 투자를 할 수가 없어요. 5G라고 하는 인프라를 깔아주면 그걸 가지고 일 하는 거거든요. 그걸 가지고 중소기업이든 벤처든 뭘 할 수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정부도 이제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는 대기업에게 새로운 룰을 요구하고 대기업들도 당연히 공정규제 룰을 지켜야죠. 당연히 지켜야합니다. 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공정경제 룰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정상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해소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는데, 정부의 정책에서 기업들을 위한 정책과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위기극복은 해법이 아닌 용기의 문제, 기업투자 여건 만들어 줘야

-이계민 : 기업의욕을 고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면서도 답답한 것은, 해법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이죠.

▲김동원 : 저는 방안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용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계민 : 누구의 용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김동원 : 정부의 용기죠. 정책의 큰 틀을 정하는 용기, 결단의 문제라고요. 이대로 가면 더 큰 악몽이 닥칠지 모릅니다. 정권적인 차원을 넘어서 대결단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들의 투자를 격려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실마리가 풀릴 수 있는 것이죠.

-이계민 : 사실은 제조업 경쟁력도 물론 중요하죠 . 우리가 수출을 먹고 살기 때문에. 그러나 일자리로 보면 서비스업 육성도 굉장히 필요하죠. 역대 정부가 전부 서비스업 육성 대책을 발표하고 했거든요.

▲김동원 : 우리가 물에 가라앉는 것을 예를 들면,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가라앉는 것은 도리가 없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다시 솟아오르느냐 문제거든요. 제가 용기라고 하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팔을 흔드느냐’, ‘발장구를 쳐야 되느냐’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 위험을 직시하고 이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고 하면 결단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보수다, 진보다’를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다음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이계민 : 세계 경제도 어렵고 국내도 어려워지면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사회안전망 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고, 재정 안정성도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일각에서는 또 재정학자들은 주장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감수하더라도 재정으로 대체하는 게 나을까요.

▲김동원 : 지금 우리가 어린이 유치원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가 뭐냐면 보편적 복지가 가져오는 부작용이거든요. 보편적 복지를 해주면 유럽의 경우에도 30-40%가 낭비가 난다고 보고가 되어있습니다. 제도시행이 오래 됐고, 잘하는 데도 보편적 복지는 30-40%의 낭비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큰 부담이죠. 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실업자가 1백만이 넘고 그렇게 나오는데 10년 뒤의 어려움을 가중하지 않기 위해서 배고파도 참자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재정의 낭비를 줄이고, 가능한 재원확보에 나서야지요.

[일본 경제가 20년간 장기 침체된 원인 중 하나는 제조업의 붕괴였다. 지금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경제상황을 닮아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자산시장 붕괴 아닌 제조업 붕괴에서 비롯된 것”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우리가 굉장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은 왜 일본에 잃어버린 20년이 생겼느냐, 핵심은 자산시장의 붕괴가 아니고 제조업의 붕괴입니다. 제조업의 붕괴고, 그 다음 주목하실 점은 일본의 자산시장은 1992년부터 꺼지기 시작했는데 GDP는 97년까지 늘어요. 97년을 피크로 해서 20년을 떨어지다가 2016년에 97년년 수준을 회복합니다. 이게 잃어버린 20년이에요. GDP가 가라앉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국민들에게 내수를 위해서 세금을 계속 깎아줘요. 그 중에 고령화가 되어가니 복지 지출이 대폭 늘립니다.

그 값을 무엇으로 충당하겠습니까. 전부 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에게 세금을 매긴 것이죠. 지금 일본은 재밌는 점이 세입 예산의 1/3이 국채입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1년 살림하는데 1/3이 차입이고 세출 예산의 1/4이 이자에요. 아까 말씀드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동시에 일본의 고령화 또 고령화에 따른 복지 확대와 함께 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같이 가겠죠.

-이계민 : 일본의 경우는 정부차입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국내 금융 시장에서 하거든요. 외자 차입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차입이 늘더라도 큰 문제는 안 돼요.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죠.

▲김동원 : 저는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또 경기 대응 과정에서 일본의 예를 보면 엄청난 재정 낭비를 합니다. 지금 우리 정부에서도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일 수 없으니, 그것은 구시대 보수 정권이 하는 짓이니까 할 수 없죠.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지방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는 그런 사업을 하는 것이죠. 일본에서 했던 사업입니다. 일본을 여행하시다 보면 각 현마다 큰 콘서트 홀 같은 것이 많습니다. 다 그렇게 지은 것이거든요.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분으로 찔끔 찔끔 정부가 돈을 쓰는 것입니다. 이걸 막아야 합니다. 제대로 써야할 때 쓰고 줄여야 할 때 줄이고,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현실 직시하고, 고통 감내하는 용기로 정책 대전환 이뤄야 “희망 있어”

-이계민 : 어쨌든 내년도 전망은 상당히 어두운 것으로 결론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가 곳곳에 지뢰밭이고, 또 곳곳에 폭탄이고, 자칫 잘못 밟으면 터지는데 정부도, 기업도 나서서 이런 위험관리, 위기관리 이런 것들을 더 세심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소한 정책보다 큰 틀에서 한국 경제의 전환점을 찾아야 되지 않겠느냐, 이런 결론을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김동원 : 저는 우리가 현재 상황, 즉 2019년 성장률이 얼마가 되고 그런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은 우리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모멘텀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먼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다음으로 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적극적으로도 대응해가는 대응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낙관적이다, 비관적이다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에 대응하도록 국력을 재조직하는 용기와 국민들의 통합, 그것이 2019년을 맞으면서 우리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계민 :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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