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리터의 극단적 다운 사이징, ‘배기량 고정관념’ 깰 수 있을까?

[CEONEWS=박혜성기자] 쉐보레 ‘더 뉴 말리부’가 출시됐다. 9세대 ‘올 뉴 말리부’의 부분 변경 모델로, 배기량을 줄이고 효율을 높인 ‘라이트 사이징’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통해 ‘중형차 배기량이 2,000cc는 돼야 한다’는 선입견이 틀렸음을 입증하겠다는 것이 한국지엠 측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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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더 뉴 말리부엔 신형 스파크를 통해 공개된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위 아래로 분리된 ‘듀얼 포트 그릴’의 아랫부분을 더 크게 키웠고, 그릴 속엔 V자 패턴을 넣었다. 그릴을 나누는 라인도 더 얇아졌으며 크롬 소재로 포인트를 줬다. 특히, 헤드램프와 ‘ㄱ’자로 꺾여있던 주간주행등을 다듬어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전 모델은 간혹 ‘메기 닮았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신형 말리부는 멋지게 재탄생했다.

뒷부분엔 면발광 LED 램프가 적용된 테일램프를 넣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헤드램프 자체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데다, 램프도 ‘ㅅ’자로 점등돼 더욱 입체적인 모습이다.

차체 길이는 4,935mm로 이전보다 10mm 길어졌다. 다만, 휠베이스(2,830mm)는 그대로이며, 앞 범퍼(프론트 오버행)가 10mm 늘어났다.

 

실내

국산 중형 세단 중 가장 긴 휠베이스(2,830mm)를 갖춘 만큼, 실내 공간은 충분히 여유롭다. 키 176cm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앞 공간이 한 뼘 조금 안 되게 남았다.

차체 높이가 1,465mm로 이전보다 5mm 낮아졌지만, 머리 공간이 답답한 정도는 아니다. 앉은키가 큰 사람이 허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앉지 않는 이상, 머리가 천장에 닿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실내 디자인은 이전 모델에서 딱히 달라지지 않았지만, 계기반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아주 많이 바뀌었다. 계기반 디스플레이는 4.2인치에서 8인치로 두 배 가까이 커졌고, 디자인도 세련되게 바뀌어 운전 중 각종 정보를 확인하기에 한결 편해졌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또한 기존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신 고급형 쉐보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돼 편의성이 대폭 향상됐다.

 

달리는 느낌

우선 2.0리터 터보 모델을 타고 잠실 롯데호텔에서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까지 145km 가량 달려봤다. 2.0 터보는 신형 말리부 중에서도 ‘고성능’을 담당하고 있는 트림이다. 3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253마력(5,300rpm)의 최고 출력과, 36.0kg.m(2,000~5,0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국산 중형 세단 중 가장 높은 출력을 갖춘 만큼 답답함 없이 시원하게 쭉쭉 나아간다. 운전대 돌리는 느낌은 가벼운 편이며, 가속 페달도 밟으면 밟는 대로 푹푹 들어간다. 노면 소음은 다소 거슬리는 편이지만, 승차감은 만족스러웠다.

연비는 다소 아쉬웠다. 신형 말리부 2.0 터보의 공인 고속 연비는 리터당 13.2km(19인치 타이어 기준)다. 고속 주행 위주인 시승 코스를 달린 결과 실연비는 최대 11km 정도 나왔다. 다른 기자들도 비슷한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으로 측정한 것은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더 높은 연비가 나올 여지는 있다.

인제 스피디움에선 1.35리터 터보와 1.6리터 디젤을 타봤다. 특히, 1.35리터 터보 모델은 쉐보레가 내세운 ‘라이트 사이징’의 주인공인 만큼 서킷 체험 외에도 구형 1.5리터 터보 모델과의 드래그 레이스가 준비돼 있었다.

드래그 레이스는 검정색 1.35리터 터보 차량(신형)과 하얀색 1.5리터 터보(구형)가 나란히 서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1.35리터 터보는 1.5리터 터보를 생각보다 큰 차이로 압도했다. 1.35리터 터보 최고 출력은 156마력(5,600rpm), 최대 토크는 24.1kg.m(1,500~4,000rpm)다. 기존 1.5리터 터보 엔진 대비 최고 출력(166마력)은 10마력, 최대 토크(25.5kg.m)는 1.4kg.m 낮다. 엔진 기통수도 3기통으로 4기통인 1.5리터 터보보다 적다. 하지만, 1.35 터보는 재빠르게 치고 나간 후 점점 거리를 벌리며 1.5 터보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기자가 1.5 터보로 7.41초 걸려 달린 거리를 1.35 터보로는 6.45초 만에 돌파했다. 참석한 기자 대부분 1.35 터보로 달렸을 때 기록이 1초 가량 빨랐다. 이쯤 되면 적어도 배기량이 줄어든 것 때문에 출력도 떨어졌을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서킷 체험은 인제 스피디움 A코스(2,57km)를 두 바퀴 달리는, 주행 성능을 충분히 느끼기엔 아쉬운 수준으로 구성됐다. 이 정도면 미끄러지지 않을까 생각될 만큼 급격한 커브 구간을 빠르게 통과할 때도 4개의 바퀴는 노면을 단단하게 움켜쥐며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1.35 터보는 배기량이 낮고 기통수도 적다 보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의 가속 성능을 보여주진 못했다. 답답하진 않지만, 여유롭지도 않았다. 이따금씩 엔진이 힘겨워 하는 모습도 보였다. 짜릿한 가속감이나 폭발적인 힘을 느낄 순 없지만, 일상용으로 타기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1.6리터 디젤 모델엔 이쿼녹스, 트랙스 등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1.6 CDTi 디젤 엔진이 적용됐다. 높은 내구성과 정숙성으로 유럽에서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 이라 불린다는 그 엔진이다. 명성에 걸맞게 준수한 수준의 소음 및 진동 억제력을 갖추고 있었다. 날카롭게 달려나가는 느낌은 1.35리터 터보보다 적었지만, 디젤 특유의 꾸준한 가속감을 보여줬다. 참고로 1.6 디젤 최고 출력은 136마력(3,500~4,000rpm), 최대 토크는 32.6kg.m(2,000~2,250rpm)이다.

 

편의 장비

신형 말리부는 ‘국산 중형 세단’답게 각종 안전·편의 장비가 넉넉히 들어가 있다.

새로 디자인된 계기반은 속도와 연비뿐 아니라 에어 필터 수명, 타이어 공기압, 엔진 오일 수명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개선된 센터페시아 모니터 또한 만족스러웠다. 스마트폰 사용하는 듯한 매끄러운 터치감을 제공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내비게이션 성능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이따금씩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안내 음성도 딱딱하게 느껴졌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고 하니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연동해 쓰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기어봉 앞엔 USB 단자가 있다.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USB 포트뿐 아니라 USB C타입 포트도 마련돼있다. 뒷좌석에도 USB 포트가 2개 있어 스마트폰 등 전자 장비를 불편함 없이 충전할 수 있다.

컵홀더 뒤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홀더는 너무 좁아서 쓰기 불편했다. 얇은 젤리 케이스를 씌운 갤럭시 노트8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충전 기능을 쓸 수 없었다. 스마트폰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 밖에도, 앞좌석 열선 및 통풍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등 인기 옵션이 기본 적용돼 있으며, 보닛 가스 리프트도 추가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는 건 아쉬운 점이다.

 

안전 장비

신형 말리부엔 기존 모델보다 2개 늘어난 10개 에어백이 탑재됐다. ▲운전석 에어백 ▲조수석 에어백 ▲좌우 커튼 에어백 ▲1열과 2열의 사이드 에어백에 이어 운전석과 동승석 무릎 부분에도 에어백이 들어갔다. 하지만, 10개 모두 미국 사양보다 구형인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이 적용됐다. 최신형 에어백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각국의 법규를 고려해 (디파워드 에어백을) 선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저속 및 고속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등 각종 안전 장비들이 포함됐다.

이 중에서도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는 테스트 결과 차선을 감지해 차가 차선 중앙에서 달릴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차선유지보조(LKAS)’ 수준은 아니었다. 직선 구간에선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살짝 굽은 길에서는 차선을 밟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차선을 밟을 때도 소리로 경고해주진 않았다.

 

장단점-‘라이트 사이징’은 양날의 검

한국지엠은 신형 말리부를 ‘최첨단(1.35리터 터보)’, ‘고성능(2.0리터 터보)’, ‘고효율(1.6리터 디젤)’ 등 3가지로 구분했다. 특히, ‘라이트 사이징’이 도입된 1.35리터 터보 모델을 내세우며 “배기량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업계의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것”이라 자신했다.

실제로 타본 결과 1.35리터 터보는 기존 1.5리터 터보보다 성능 면에서 딱히 부족한 점이 없었다. 배기량이 낮아지면서 출력과 토크도 줄었지만, 변속기 조합과 세팅으로 이를 만회했다.

또한, 1.35 터보는 국내 중형 가솔린 모델로는 최초로 복합 연비 2등급을 달성했다. 제 3종 저공해 차량 인증도 획득해 저 배기량에 따른 세제 혜택과 ▲서울/경인 지하철 환승 주차장 주차료 할인 ▲인천/김포공항 등 14개 공항 주차장 주차료 50% 할인 ▲지자체별 공영 주차장 주차료 감면 ▲공공기관 주차장 전용 주차면 이용 등 친환경 차량이 누리는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관건은 극단적 다운사이징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다. 배기량으로 차급을 판단하는 시대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중형차라면 어느 정도의 배기량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진 남아있다. 3기통 엔진이다 보니 소음과 진동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신경 쓴 흔적은 보이지만 구조적 한계로 인해 기존 1.5리터 터보에 비해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배기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차가 될 수 있을지, 향후 판매 결과가 궁금해진다.

 

구매 정보

신형 말리부 가격은 1.35리터 E-터보 모델이 ▲LS 2,345만원 ▲LS 디럭스 2,461만원 ▲LT 2,566만원 ▲LT 디럭스2,741만원 ▲프리미어 2,845만원 ▲프리미어 프라임 세이프티 3,125만원 ▲퍼펙트 블랙 프리미어 2,930만원 ▲퍼펙트 블랙 프라임 세이프티 3,210만원이다.

기존 1.5리터 터보 대비 LS와 LS 디럭스 가격은 동결됐고, LT 디럭스는 90만원 인하, 나머지 모든 트림은 100만원 인하됐다.

2.0리터 터보 모델은 ▲LT 스페셜 3,022만원 ▲프리미어 스페셜 3,249만원 ▲퍼펙트 블랙 3,279만원으로, 모든 트림 가격이 그대로 유지됐다. 새로 추가된 1.6 디젤은 ▲LT 2,936만원 ▲프리미엄 3,195만원으로 구성됐다.

참고로, ‘올 뉴 말리부’ 시절 있었던 1.8리터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번엔 출시되지 않았지만, 내년 초쯤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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