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진국’ 오명 떨치겠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CEONEWS=윤상천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8년 무술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새해에는 저마다 남다른 계획과 포부, 꿈과 희망을 품고 출발했을 터이지만, 지나간 한 해를 반추해 보면서 어떤 이는 텅 빈 들판을 바라보듯 헛헛함을 느낄 것이고,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2월 도로교통 안전 분야의 대표 공공기관인 도로교통공단의 수장으로 취임한 윤종기 이사장에게는 지나간 한 해가 어떻게 새겨질까? 33년간 경찰 제복을 입었던 그로서는, 경찰조직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도로교통공단의 문화에 조금은 낯설어 했을 것이고, 매일 끊이지 않은 크고 작은 교통사고 소식에는 무한한 안타까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 있는 도로교통공단 사무실에서 윤종기 이사장을 만나 새로운 여정에 나선 소감과 도로교통공단의 한 해 업무 평가, 그리고 ‘황금돼지의 띠’라고 하는 2019년 기해년을 맞이하는 계획과 포부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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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기 이사장에게 대뜸 “올해 어떻게 보냈느냐”고 물어봤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 로버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읊조리고는 “경찰 조직과는 다른 길에 접어들었지만 도로교통공단의 업무에 큰 이질감 없이 금세 녹아들었다”고 활짝 웃었다. 오히려 경찰조직에 몸담았던 33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도로교통공단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걱정과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뉴스를 보고 들을 때마다 음주운전이다, 졸음운전이다,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다 해서 각종 교통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리고 가시방석에 앉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주요 책무로 삼고 있는 도로교통공단의 CEO로서 천근만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에 주력

윤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나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높아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떨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과 걱정을 토로했다. 특히, 교통약자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와 어르신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줄이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이들 교통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개학시즌인 2~3월에는 ‘스쿨존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 9~10월에는 ‘어르신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윤 이사장도 취임하자마자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에서 ‘우리 아이 스쿨존-사랑으로 지켜주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을 성황리에 진행했다.

윤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어르신 교통사고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어르신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 2008년 23,012건에서 2017년 37,555건으로 10년 동안 무려 61.3.%나 증가했다. 2017년의 경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767명으로 자그마치 42.2%나 된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건수도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1.3%씩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은 전국 각지의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노인대학 소속 어르신을 대상으로 보행 시 교육안전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고령운전자에 대해서는 교통안전 교육과 함께 인지기능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스스로 인지저하 정도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교통사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 남부면허시험장이 올해부터 부산시와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치매·고령운전자에게 부산시에 등록된 상업시설 이용 시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발급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윤 이사장은 “2017년의 경우 전년도 대비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2.1%, 2.5% 감소하는 등 최근 10년간 연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가 각각 3.7%, 0.5%씩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국민의 교통안전 의식이 조금씩 개선되어 간다면 교통사고를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남북한의 교통안전 체계 표준화 준비

도로교통공단은 ‘교통사고 예방 및 감소’라는 중책 못지않게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자율주행시대의 개막이 임박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최근의 남북한 간 해빙무드를 맞아 이질적인 남북한의 교통안전 체계를 표준화하는 준비작업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윤 이사장은 “도로교통공단은 자율주행 시대 개막에 따른 대대적인 사업환경 변화 요구에 따라 전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면서 “특히, 2020년부터 부분자율주행차량 상용화가 본격화할 경우 상당한 기간 동안 인공지능(AI)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량과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이 혼재되어 적잖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도로교통공단은 자율주행 전담부서인 ‘자율주행연구처’를 신설했는가 하면 AI 운전능력평가 시험단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2월부터 관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형 운전면허 연구위원회’를 발족하여 자율주행 면허제도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올해 7월에는 이 연구위원회를 ‘자율주행 도로교통안전 자문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자율주행 면허제도 등 법과 제도를 비롯한 자율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간의 교통체계 표준화 작업도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지금보다 남북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도로환경의 차이, 교통법규의 차이,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교통안전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윤 이사장은 “도로교통공단이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남북한의 교통체계 전반을 통일화·표준화 하여 남북한 주민들에게 일원화한 교통정보를 제공하고 공통된 교통법규를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도로위에서 만큼은 안전한 한반도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2018 국제비즈니스대상(IBA) 5개 부문 국내 최다 수상 영예

도로교통공단 경영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딱히 윤 이사장의 재직 중에 이룬 성과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올 한 해 동안 도로교통공단이 추진한 업무가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굵직한 수상실적을 많이 거두었기 때문이다. 먼저 ‘비즈니스 분야의 오스카상’이라고 할 수 있는 ‘2018 국제비즈니스대상(IBA)’ 5개 부문에서 금상 3개, 은상 1개, 동상 1개를 한꺼번에 수상했다. 올해 국내에서 IBA 참가자 및 기관 가운데 도로교통공단이 가장 많은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일자리창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사회공헌대상을 수상했고 ‘제4회 대한민국 퇴직연금 대상’ 확정기여(DC)형 부문에서 가입기업 최우수상을 받았다.

“정부가 올해 초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2년까지 2017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 종합대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나아가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떨쳐내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 재임 중 이루고 싶은 소망입니다.”

윤 이사장은 “올바른 운전습관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조급한 마음을 떨쳐내고 배려와 양보의 성숙한 준법정신으로 핸들을 잡고, 우리 모두 도로 위에서 신사운전을 한다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선진교통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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