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트렌드 적응 못해... 저출산도 한 몫

[CEONEWS]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기업이 ‘토이저러스’이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왕국이었던 ‘토이저러스’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만들어 판매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는 살아 있는 장난감이라는 독특한 상상력을 발판으로 수많은 캐릭터들을 실제 장난감으로 재탄생해 아이들이 동심과 상상의 나래를 계속 펼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장난감들을 유통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토이저러스(Toys ‘R’ Us)가 지난 3월 14일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50억달러(약 5조567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매장 180곳을 닫으며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결국 개업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단, 우리나라에서 영업하는 토이저러스의 경우는 2026년 12월까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브랜드 사용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방식으로 운영 계속). 전 세계 1,700개 매장을 열며 큰 인기를 끌었던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쇼핑 트렌드 변화 읽지 못해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한 언제나 성장할 것 같았던 장난감 왕국이 무너진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외형적으로는 십여년 전 차입매수방식(LBO; 인수합병 대상 기업

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한 뒤 회사 자산을 팔아 이를 갚는 것)에 의한 인수합병이 남긴 막대한 부채 때문이다. 2005년 사모투자기업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 등이 포함된 3사 컨소시엄이 토이저러스를 인수할 때 75억달러 중 66억달러를 LBO 방식으로 조달했는데 이것이 고스란히 부채로 남게 되면서 해마다 막대한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토이저러스 몰락의 이유로 아마존을 꼽는다. 온라인 기반의 종합쇼핑몰 아마존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크게 상실됐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미국에서는 완구·패션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오프라인 매장의 폐쇄가 이어져 유통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JC 페니(JC Penny), 메이시스(Macy’s), 시어스(Sears) 등의 대형 쇼핑몰이 미국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고 있으며, 전자제품 소매업체 라디오쉑(Radio Shack), 스포츠 용품 체인인 스포츠 오소리티(Sports Authority), 신발 프랜차이즈 페이리스(payless)가 청산·파산하는 등 전통 소매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이에 반해 아마존은 50억달러 이상을 들여 제2의 본사를 짓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유통업의 진화-아마존 닷컴의 사례」에 따르면 전통적 소매기업들이 쇠락하는 것은 유통업에 부는 파괴적 혁신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중심에 아마존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배송의 신속성 확보라는 전통적 경쟁요소에 쇼핑의 편리성을 더해 플랫폼의 독점력을 극대화하고, 콘텐츠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전자상거래 이외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혁신적 전략으로 기업경쟁력을 확보한 아마존의 영향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토이저러스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토이저러스의 체험형 매장에서 장난감을 만져보고 구경하지만 정작 구매는 아마존을 통해서 이뤄졌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받쳐주지 못하자 쇼루밍(showrooming;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입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쇼핑하는 행태)을 위한 오프라인 매장으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실수는 2000년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매장을 구축하고 운영해주는 조건으로 아마존과 10년 기한의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자사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아마존 플랫폼에 기대다가 핵심 경쟁력인 온라인 쇼핑 대응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저출산, 장난감·기저귀 등 유아용품 관련 산업에 영향 주기 시작

토이저러스의 몰락에는 예전만큼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3~12세 아이들이 스마트폰,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장난감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소비층인 아이들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 현재 미국의 출생아 수는 매년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6년에는 395만명이 태어나는 데 그쳤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로 살펴보면 1909년 30명에서 2016년에는 12.2명으로 확연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토이저러스 몰락의 숨겨진 원인으로 출생률을 꼽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장난감 회사의 매출은 출생아 수가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토이저러스의 연간 매출은 아이들의 숫자와 밀접한 관계를 나타냈다. 12세 이하 아이들의 수가 증가했던 1991년부터 1999년까지는 연간 매출액도 매년 늘었다. 그러나 아이들 수가 감소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토이저러스의 실적도 주춤했다. 2000년대 후반 아이들 수가 다시 늘면서 토이저러스 매출도 회복했지만, 2010년대 들어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매출 역시 감소했다. 결국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아이들을 고객으로 한 산업은 저출산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미 저출산의 여파는 장난감·기저귀 등 유아용품 관련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완구 업체인 레고의 매출도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하기스 기저귀로 유명한 미국의 킴벌리 클라크는 지난 1월 글로벌 공장 10개를 폐쇄하고 직원 5천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7월 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올해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지고,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지는 시기도 통계청 예측보다 26년이나 앞당겨진 2022년 이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출산율 감소와 온라인시장의 무한성장으로 쇼핑패턴의 변화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이 장난감 왕국의 몰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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